[사설] 한·미·일 협력 격상시킨 ‘캠프 데이비드 정신’

정상회의 정례화 3국 결속 강조
북핵 공조 외 중국 문제도 언급
후속 조치 마련하되 정쟁 삼가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의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나 안보와 경제를 망라한 3국의 위기에 공동 대응하고 세 나라 간 결속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캠프 데이비드 정신’이라 명명된 이 성명이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에 미칠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영향은 작지 않다. 성명은 북핵 공조 강화 외에 중국이 대만과 남중국해에서 벌이는 공격적인 군사행동에 대한 경고도 포함했다. 대만 문제에 대한 언급을 내정간섭으로 받아들이는 중국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군사력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를 반대하는 것은 한반도에도 적용되는 원칙이라는 것을 중국 측에 적극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

세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 정신을 통해 한·미동맹과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연합 군사훈련을 연례적으로 실시하고,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시스템을 올해 말까지 구축하기로 했다. 세 정상은 정상회의를 매년 개최하고 외교장관과 국방장관, 국가안보좌관 간 협의도 정례화하기로 했다.

세 나라의 협력은 안보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경제 전반으로 확장됐다. 반도체와 배터리를 포함한 공급망, 기술 안보 및 표준, 바이오와 핵심 광물, 인공지능과 양자컴퓨팅 분야 등의 협력이 국가 안보 차원으로 격상됐다. 중국을 배제하기 위해 미국이 재편하는 공급망에 한국과 일본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세계 경제의 블록화도 가속화되게 됐다. 이에 따른 한국의 경제, 통상 및 기술개발 전략도 세밀하게 정비해야 한다.

세 정상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합의하고 주고받은 문서는 각 국가의 의회 비준을 필요로 하는 조약은 아니어서 국제법상 구속력이 나 영속적인 효력을 갖지는 않는다.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에도 캠프 데이비드 정신이 지켜질지는 그때 가봐야 안다. 그러나 북핵 위협과 미·중 경쟁은 세 나라의 지도자가 누가 되더라도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사안이다. 한·미·일 3국 간 안보 협의와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추세다. 다만 한·미·일 3국 간 안보 협의 강화가 한·일 군사동맹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세 나라 당국자들이 모두 유념해야 할 것이다. 각국 정부는 이번에 합의한 캠프 데이비드 정신의 취지를 살려서 후속 조치를 마련하고 미비점을 계속 보완해나가야 한다. 여야가 안보와 국익이 걸린 국가 간 협의체를 정쟁 대상으로 삼는 건 자제해야 한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