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언제든 무엇이든’ 한미일 협력 새 틀 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부터 한국을 타깃으로 한 전술핵 개발에 열을 올리는 속셈은 ‘한·미 갈라치기’에 있다.
‘미국이 서울을 지키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위험에 빠뜨릴 것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꺼내 동맹 사이를 이간하려는 것이다.
지난 18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한·미·일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에서 3국 정상은 김 위원장에게 “갈라칠 틈새는 없다”고 분명하게 답했다.
공약은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도발, 위협에 대해 3국이 신속하게 협의한다”고 규정했는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를 “역내에 위기가 발생하거나 우리 중 어느 한 나라라도 영향을 받을 때마다(whenever)” “위기의 근원이 뭐가 됐든 관계없이(whatever source it occurs)” 등으로 표현했다.
김 위원장은 전술핵 완성을 통해 한·미 동맹의 딜레마를 가중시키려 했지만,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전술핵이 한국만의 걱정거리가 아니라 한·미·일 모두에 대한 위협이 된 것이다.
공약 문건에서 ▶도전 ▶도발 ▶위협 등 협의를 가동할 수 있는 위기의 종류를 다양하게 규정한 대목도 눈에 띈다. 이는 북한의 전술핵뿐 아니라 남중국해나 대만해협에서의 무력충돌 등도 협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3국 공동의 이해를 위협하는 역내 긴급한 현안이 발생한 경우 신속하게 협의하고 대응하기 위한 소통 채널을 수립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공동의 이해’는 문건에 있는 표현이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쓴 “어느 한 나라라도 영향을 받을 때마다”와는 다소 온도 차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으로선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데다 남중국해나 대만해협 충돌 상황에서 정부가 개입하는 것처럼 보이는 데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3국 안보 협력의 범위 확대는 필연적이라는 게 외교가의 지배적 견해다.
내년 상반기 한국서 ‘2차 정상회의’ 추진
남은 과제는 이번 합의의 지속가능성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정상급뿐 아니라 관련 모든 각료가 정기적으로 만나기로 했다”며 “지금 이 순간부터, 올해뿐이 아니고, 내년뿐도 아니고, 영원히(forever) 말이다”고 힘줘 말했다. 3국이 이번에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연 만큼 이를 영속적으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물론 현재 이에 대한 3국 정상의 의지는 확고하다. 하지만 향후 각국의 국내 정치가 변수다. 미국의 경우 주한미군 철수를 수시로 위협했던 동맹 경시주의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캠프 데이비드 정신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다.
국내 정치로부터는 한국도 자유롭지 못하다. 극단적 양극화로 정부 교체 때마다 이전 정부의 외교적 과업 지우기가 일상이 된 게 한국 정치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임 문재인 정부는 한·일 간 국제법적 약속인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까지 시도했다.
당장 내년 상반기 한국에서 2차 단독 한·미·일 정상회의 개최가 추진되는 것은 이런 정치적 변수의 영향을 받기 전에 최대한 되돌리기 힘든 수준으로 협력을 제도화하기 위한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제안을 3국이 협의하는 과정이 뒤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역시 핵심은 3국 협력에서 가장 ‘약한 고리’인 한·일 관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8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는 “일본의 일·한 관계에 대한 마음을 이해해 주셨으면 하고, 저희도 노력을 경주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어렵게 첫발을 뗀 한·미·일 3자 안보 협력의 새 시대를 위해서는 일본이 ‘일본의 마음’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일 필요가 있는 이유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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