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木鐸(목탁)
2023. 8. 21. 00:40
‘의(儀)’지역에서 ‘봉인(封人)’ 벼슬을 하던 사람이 공자를 뵙고서 감동한 나머지 공자의 제자들을 향해 “하늘이 장차 그대들의 스승을 목탁(木鐸)으로 삼을 것이요”라고 하였다. 『논어』 ‘팔일’편 24장에 실린 이야기이다. 오늘날 절에서 사용하는 의식 기구인 목탁의 어원이 여기에 있다.
목탁은 상좌부불교(소승불교)가 아닌 대승불교에서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인도 굽타왕조 때 전성기를 이뤘던 대승불교는 12세기 말부터 이슬람교와 힌두교에 밀려 쇠퇴하면서 오히려 중국에서 성하였는데, 이때부터 대승불교는 그들이 예불의식 도구로 사용하는 목어(木魚) 형태의 타악기를 『논어』의 용어를 차용하여 목탁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후 사람들은 목탁을 유교가 아닌 불교용어로 인식하게 되었고, 의봉인이 목탁에 비유했던 ‘세상을 깨우쳐 바르게 인도할 사람’이라는 본래 의미가 오히려 부차적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산사에서 울리는 청정한 목탁 소리가 세상을 정화하고, 정계에는 목탁과 같은 인물이 나타나 우리 사회를 바르게 인도했으면 좋겠다. 목탁이 아닌 목석(木石)같은 인물들이 인정과 덕(德)은 소홀히 하고, 법(法)으로만 세상을 이끌려 하니 오히려 흉기 난동 같은 무섭고 암울한 사태가 속출하는 게 아닐까.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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