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 성명에 중국 견제 명시…“한국, 대중국 균형감각 필요”
한국·미국·일본은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정상회의를 계기로 지역적으론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과 전 세계, 분야별로는 북핵 대응을 넘어 군사·경제·과학기술 등 전 영역으로 공조를 확대하며 글로벌 안보 파수꾼을 지향하는 협력체로 진화했다. 동시에 3국 정상은 처음으로 중국을 “불법적 해상 영유권 주장을 뒷받침하는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동” 주체로 직접 거명, 대중 견제라는 ‘진화의 방향’ 역시 명확하게 설정했다.
3국 정상회의 공동성명인 ‘캠프 데이비드 정신’에서 한·미·일 공조를 통해 대응해야 할 시급한 안보 과제가 명시된 순서에 이런 방향이 드러난다. 캠프 데이비드 정신은 인도·태평양의 안정과 번영이라는 목표 아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및 태평양도서국 협력 ▶대만해협·남중국해에서 벌어지는 중국의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 대응 ▶북핵 위협 대응과 비핵화 추구 ▶단합된 대(對)우크라이나 지원 등을 추구하는 3국 공조 청사진을 그렸다.
이는 앞서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북핵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명시한 것과 대비된다. 프놈펜 공동성명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확장억제 강화→대(對)우크라이나 협력→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 저지’ 순으로 대응 과제를 정리했다.
결과적으로 3국 공조 확대는 1994년 첫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 30년 가까이 1순위 대응 과제였던 북핵 문제를 여러 현안 중 하나로 만들었고, 최악의 경우 자칫 그 우선순위마저 뒤로 밀리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공동성명 언급 순서가 해당 현안 우선순위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3국 공조 범위가 대폭 확대되는 과정에서 북핵 대응 태세가 느슨해지는 상황이 한반도 안보의 잠재적 리스크로 부상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이는 정상회의 전에 정부가 공동성명과 관련해 “문구에 중국을 직접 명시해 한·미·일이 중국을 적대시하는 표현은 들어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지난 13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고 설명한 것과 차이가 있어 보인다. 중국 명시를 두고 한·미 간 이견이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중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정부의 고민이 묻어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미·일이 가치를 중심으로 공조 태세를 강화하는 상황은 중국이 추구하는 핵심 이익과 충돌하며 갈등 구도가 선명해질 우려가 있다”며 “3국 공조의 핵심인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갖는 영향력이 여전하고, 한·중 관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중요 과제인 만큼 중국과의 양자 채널을 통해 오해를 방지하는 외교적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관영 매체를 통해 한·미·일 정상회의 결과를 공개 비판했다. 신화사는 20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전의 기운이 전 세계를 한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난했다.
신화사는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끌어들여 안보 협력을 한다는 것은 (한·일) 양국 안보를 도외시한 채 양국을 위험한 지경에 이르게 하는 것”이라며 한·일에는 “미국 패권의 바둑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정진우·서유진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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