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록 터뜨리는 ‘인간 대포’
‘인간 대포’ 라이언 크라우저(31·미국)가 세계육상선수권 포환던지기 2연패를 달성했다.
크라우저는 20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3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투포환에서 23m51의 대회 신기록으로 우승했다.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에는 5㎝ 모자랐지만, 경쟁자들을 여유있게 따돌렸다.
지난해 고향인 미국 오리건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크라우저는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2019년 도하 대회(은메달)까지 포함하면 3회 연속 메달 획득이다. 2016 리우올림픽과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크라우저는 역대 최초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서 2연패를 달성한 투포환 선수가 됐다. 크라우저는 경기를 마친 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크라우저는 대회 3주 전 종아리 근육 통증을 느껴 검진을 받았다. 그 결과 왼 다리에 혈전 2개가 발견됐다. 크라우저는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좌절감을 느꼈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20일이었다. 의료진과 상의한 끝에 항응고제를 맞고, 세계선수권에 출전했다”고 설명했다.
키 2m1㎝, 몸무게 145㎏의 거구 크라우저는 ‘던지기 DNA’를 타고난 선수다. 2021년 별세한 할아버지 래리는 창던지기 선수였고, 아버지 미치는 1984년 LA 올림픽 원반던지기 예비 선수였다. 삼촌 브라이언은 1988년 서울,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투창 종목에 출전했다. 또 다른 삼촌 딘은 포환과 원반던지기 선수였고, 사촌 샘과 헤일리도 창던지기 선수다. 어린 시절 크라우저는 한국전 참전 용사였던 할아버지 집에서 던지기 놀이를 하면서 육상 선수의 꿈을 키웠다. 크라우저는 “13세 때 포환을 던졌는데, 헛간 지붕까지 날아갔다. 그 이후로 할아버지 집 마당에서 투척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성인 선수가 쓰는 포환의 무게는 16파운드(약 7.26㎏)다. 볼링에서 쓰는 가장 무거운 공 무게와 같다. 투척 종목에서 쓰는 원반(2㎏)이나 창(800g)보다도 무겁다. 손잡이가 있는 해머와는 무게는 같지만, 구형(지름 11~13㎝)이라 던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투척 종목 중 기록이 가장 짧다.
준비 동작을 하는 공간은 지름 2.13m의 작은 원이다. 그래서 추진력을 얻기 위해 발레처럼 두세 바퀴 회전하는 동작을 한다. 크라우저는 “나는 키 2m1㎝의 댄서”라고 종종 자신을 소개한다.
크라우저는 머리도 좋은 선수다. 2014년 텍사스 대학에서 2년 만에 공학 석사 학위를 땄다. 포환을 던지는 순간의 각도와 동작까지 연구하는 등 기술 개발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최근엔 새로운 투척법도 개발했다. 회전 시작 지점을 11시 지점(발 막음판 기준)에서 1시 위치로 60도 옮겨 회전력을 키웠다. 이 방식으로 지난 5월 열린 인터콘티넨털투어 LA 그랑프리에서 23m56을 던져 31년 만에 세계기록을 갈아치웠다. 크라우저는 내년 파리올림픽에서 사상 첫 올림픽 3연패라는 전인미답의 기록에 도전한다. 크라우저를 포함해 올림픽 투포환 2연패를 달성한 선수는 총 4명이다. 하지만 3회 연속 금메달을 딴 선수는 없다. 지금의 크라우저라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다.
◆높이뛰기 우상혁, 4위로 결선 진출=우상혁은 20일 열린 높이뛰기 예선에서 2m28을 넘어 4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예선 A조에 배정된 우상혁은 2m14, 2m18, 2m22를 한 번에 통과했다. 2m25는 1차 시기에서 실패했지만, 2차 시기엔 가볍게 넘었다. 안정을 되찾은 우상혁은 2m28을 1차 시기에서 성공했다. 13명이 나서는 결선은 23일 새벽 2시 58분 열린다. 지난해 은메달을 따낸 우상혁은 한국인 최초 2회 연속 메달에 도전한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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