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전에 사활 걸겠다”…신진서, 응씨배 출사표

손민호 2023. 8. 2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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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

“응씨배 결승에 사활을 걸겠습니다.”

신진서 9단이 중앙일보에 보낸 출사표다. 신진서는 좀처럼 인터뷰를 피하지 않는 기사다. 응씨배 첫 결승전을 앞두고서는 달랐다. 언론 인터뷰를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기원을 통해 각오라도 밝혀달라 했더니 ‘사활(死活)’ 두 글자를 보내왔다. 죽기와 살기. “목숨을 걸고 둔다”는 출사표는 원래 조치훈 9단의 것이다. 휠체어 대국도 불사했던 전설의 승부사처럼 신진서도 천하의 승부를 앞두고 목숨을 말했다.

세계 최고 권위의 바둑 대회 ‘응씨배(응창기배. 중국어 표기를 따르면 ‘잉창치배’. 여기에선 한국기원의 대회 표기를 따름)’ 제9회 결승 3번기 1국이 21일 오전 11시30분 중국 상하이에서 시작한다. 한국의 신진서 9단이 중국 셰커 9단과 세계 최강자 자리를 놓고 백척간두의 승부를 겨룬다.

역대 응씨배는 모두 8명의 챔피언을 배출했다. 특히 한국 바둑은 1회부터 4회까지 16년 내리 우승컵을 독점했다. 1회 조훈현, 2회 서봉수, 3회 유창혁, 4회 이창호. 한 시절 ‘사천왕’으로 불렸던 한국 바둑의 고수들이 차례로 응씨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한국인 챔피언은 사천왕에 이어 2009년 6회 대회에서 우승한 최철한 9단까지 모두 5명이지만, 안타깝게도 그 이후 우승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예정대로였으면 제9회 응씨배 우승자는 3년 전 가을에 나왔어야 했다. 코로나 사태가 대회 일정을 가로막았다. 준결승전까지는 온라인 대국으로 치렀지만, 주최 측이 결승전만큼은 대면 대국을 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그렇게 하세월을 기다리다 2023년 8월 하순에야 결승전이 열리게 됐다.

셰커

신진서와 셰커는 2000년생 동갑이다. 입단은 신진서가 1년 빠르다. 두 기사 모두 공격형 바둑을 선호한다. 수를 빨리 보고 수읽기에 강해 싸움을 마다치 않는다. 바둑TV에서 응씨배 결승전 해설을 맡은 박정상 9단은 셰커 기풍에 대해 “기세를 타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한번 수세에 몰리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형세 판단이나 끝내기는 신진서 9단이 우세하다는 평이다.

신진서와 셰커는 공식 대국에서 딱 한 번 부딪힌 적이 있다. 2017년 리민배 세계 신예 바둑 최강전 16강에서 만났는데, 셰커가 이겼다. 하지만 이 기록은 크게 신경 쓸 게 못 된다. 워낙 오래전 기록이기도 하거니와 박정상 9단이 재미있는 일화를 들려줬다.

박경민 기자

“셰커가 신예 시절 한국에서 바둑 유학을 했었습니다. 충암도장에서 바둑 공부를 했는데, 신진서도 충암도장에서 공부할 때였습니다. 그 시절 셰커가 신진서에게 하도 많이 져 신진서와 연습 대국하는 걸 꺼렸었다고 합니다. 심리적으로도 신진서가 유리한 결승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경민 기자

전문가 대부분이 신진서의 우세를 점치지만, 불안한 구석이 없는 건 아니다. 최근 신진서가 국제 대회에서 연이어 패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진석 국가대표팀 감독은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잘라 말했다. “신진서가 최상의 컨디션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걱정할 수준도 아닙니다. 전략이 노출될 수 있어 밝힐 수는 없습니다만, 셰커의 단점도 파악이 끝났습니다. 최근 국제대회 성적을 놓고 우려하는 분이 계시던데, 절대 비정상적인 게 아닙니다. 상대 선수가 다 초일류 기사들이었으니까요. 신진서가 한두 번 졌다고 이상한 결과가 아닙니다.”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에게 응씨배 결승 결과를 예측해달라고 부탁했다. 바로 “2연승”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한국이 14년 만에 응씨배 우승컵을 되찾아올 것인가. 마침내 신진서는 세계 바둑 패왕에 등극할 것인가. 바둑 팬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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