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철근 누락 발표 후 전관업체와 체결된 계약 11건 해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LH 아파트 ‘철근 누락’의 주원인으로 지목된 전관 업체와 설계·감리 용역계약 체결 절차를 중단한 데 이어 이미 체결된 계약도 전면 해지하기로 했다. 또 향후 설계·감리 용역 업체 선정 시 LH 퇴직자 명단을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퇴직자가 없는 업체에 가점을 부여할 방침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LH 서울지역본부에서 ‘LH 전관 카르텔 혁파를 위한 긴급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밝혔다.
설계·감리 용역 계약 해지 대상은 일단 LH가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철근 누락 사실을 발표한 지난달 31일 이후 체결한 전관 업체들이다. LH에 따르면 설계 용역이 10건(561억원), 감리 용역 1건(87억원) 등으로 총 11건 648억원 규모다.
LH 측은 “계약 체결 업체의 임원 확인서, 통화 등을 통해 전관 근무 여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전관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업체와의 용역 계약은 그대로 진행한다. 이와 관련해 이한준 LH 사장은 “7월 31일은 LH가 발주한 무량판 아파트 단지에 대한 전수조사 발표 시점”이라며 “그 이전 계약까지 취소하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또 LH는 지난달 31일 이후 입찰 또는 심사 절차가 진행 중인 설계·감리 용역 23건에 대해서도 후속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 입찰에 참여한 전관 업체를 배제하고 다시 공고하기 위해서다. 아직 낙찰자를 선정하지 않은 설계 용역 11건(318억원), 감리 용역 12건(574억원) 등이다.
LH는 향후 설계·감리 용역 업체를 선정할 때도 전관 업체의 수주 가능성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입찰 업체에 LH 퇴직자 명단 제출을 의무화하고, 퇴직자가 없는 업체에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즉시 시행하기로 했다. 나아가 전관 업체의 설계·감리 용역을 전면 배제하는 방안도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토부는 LH 퇴직자 및 전관 업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LH 퇴직자의 취업제한 대상 기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취업 심사 대상은 2급 이상 퇴직자로 LH 직원의 5.4%에 그친다. 이들을 제외하곤 재취업 정보가 전혀 관리되지 않고, 취업 심사를 피하기 위해 2급 이전에 퇴직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또 자본금 10억원 이상, 매출 100억원 이상인 기업에 취업할 때만 취업심사를 받도록 해 심사 대상이 소수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는 이런 방안들을 담아 10월 중 건설 분야 이권 카르텔 혁파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국토부가 LH 전관 업체에 대해 고강도 대책을 내놓은 건, 2년 전 LH 직원의 신도시 땅 투기 사태로 정부와 LH가 수차례 혁신안을 발표했음에도 퇴직자 전관예우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어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건설업계 이권 카르텔’로 규정하고, 국토부 등에 혁파를 주문했다.
특히 지난달 31일 전수조사에서 주차장 철근 누락이 건설사의 부실시공뿐 아니라 기본적인 구조 계산조차 안 된 설계 부실, 이를 총감독해야 하는 감리감독상 문제점이 드러났고, 관련 설계·감리 업체에 LH 전관이 다수 취업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원 장관은 “전관 카르텔은 경제 질서 파괴 행위”라며 “국토부 전관을 고리로 한 모든 이권 카르텔을 단절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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