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몽탄 신도시’… 몽골에 깃발 꽂은 한국 기업들

문수정 2023. 8. 20.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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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GS25·뚜레쥬르·이마트 간판 곳곳에
수도 울란바토르 풍경, 한국 신도시 방불
5년 전 5성급 호텔에 CU 입점이 기폭제
몽골에 진출한 한국의 유통·외식기업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몽골 테를지국립공원에 문을 연 GS25 매장에 100호점을 알리는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GS25 제공


몽골은 요즘 ‘몽탄 신도시’라고도 불린다. 수도 울란바토르의 풍경이 경기도 동탄신도시와 비슷해서 생긴 별칭이다. 한국식 아파트 단지, 한 블록 건너면 보이는 CU와 GS25, 번화가에 크게 자리한 뚜레쥬르와 한국 커피전문점, 대형 이마트까지 경기도의 한 신도시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최근 몽골 여행을 다녀온 직장인 김윤정(34)씨는 “몽골의 CU나 GS25나 이마트에서 인증샷을 찍고 ‘여기가 어딘지 맞혀 보라’고 하면 절반 이상은 몽골인지 상상도 못 하더라(웃음)”며 “울란바토르에 처음 도착했을 때 도시 풍경이 친숙해서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고 말했다.

몽골과 한국이 부쩍 가까워졌다. 20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은 몽골의 4위 교역국이 됐다. 지난해 한국과 몽골의 대외교역액은 212억달러(약 28조4000억원)였고, 대몽골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38억달러(약 5조1000억원)에 이르렀다.

가까워질 뿐 아니라 닮아가고 있다. 몽탄 신도시라는 말이 나올 만큼 도시의 풍경도 비슷하고 사람들의 생활양식에서도 닮은 구석이 눈에 띈다. 편의점 커피를 마시고, 떡볶이나 라면을 즐겨 먹고, 노점에서 한국 음식을 파는 것도 흔한 일이 됐다. 이마트에서 한국 식료품이나 공산품들을 살펴보며 카트에 물건을 싣는 모습도 한국적 풍경으로 꼽힌다.

김씨처럼 몽골로 여행하는 이들이 크게 늘면서 몽골에 대한 친밀도 또한 올라가고 있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몽골을 방문한 여객 수는 25만5957명으로 지난해 6만5337명보다 4배 가까이 많아졌다. 몽골에서 한국을 찾는 수요 또한 덩달아 늘고 있다.

몽골은 한국과 왜 더 가까워지고 어떻게 닮아가고 있는 걸까. 여기엔 몽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역할이 컸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한국 기업 진출의 발판은 2000년대 초반 마련됐다. 한국 드라마가 이끈 한류 열풍에 몽골도 함께하면서 몽골인들의 한국에 대한 친밀도가 올라갔다.

몽골의 한 CU 매장 앞에서 직원들이 손을 흔드는 모습. CU 제공


결정적인 계기는 뜻밖에도 편의점을 통해 이뤄졌다. 5년 전인 2018년 8월 울란바토르의 5성급 호텔 샹그리아에 CU샹그리아점이 들어섰다. 몽골에 제대로 등장한 첫 편의점이었다. 매장에 쾌적한 휴게공간까지 갖췄다. 즉석조리 제품을 판매해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할 수도 있었다. 커피머신을 비치해 신선한 원두로 내린 커피까지 즐길 수 있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첫 매장을 열고 26개월 뒤인 2020년 10월 CU 100호점이 문을 열었다. 약 18개월 뒤엔 200호점, 그로부터 10개월 뒤인 지난 3월에 300호점이 울란바토르에서 오픈했다. CU는 현재 330개가 넘는 점포를 운영하며 몽골 편의점업계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단순히 점포 수만 늘어난 게 아니다. 매장마다 하루 평균 1000명이 방문할 정도로 호응이 뜨겁다. 하루 평균 객수는 한국의 약 3배 수준이다. CU는 몽골 전역으로 출점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2021년 GS25도 몽골로 나갔다. 그해 5월 울란바토르에 3개 매장을 동시에 열면서 공격적으로 매장 수를 늘리고 있다. 이달 기준 206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2025년까지 500개 매장으로 확장한다는 계획도 있다. GS25 관계자는 “큰 폭의 경제 성장을 이루며 매력적인 시장이 된 해외 국가야말로 GS25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편의점의 경쟁력은 K콘텐츠, K푸드와 함께 시너지를 냈다. K콘텐츠 덕분에 K푸드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지면서 확장성을 갖게 됐다. 김밥 등 한국식 간편식품과 토스트, 핫도그, 떡볶이 등 즉석조리식품이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몽골 내 부족한 식당, 카페의 역할을 편의점이 담당하게 된 셈이다. CU 관계자는 “몽골식 찐빵인 보즈와 몽골 전통 만두튀김인 효쇼르 등 현지 식품도 편의점 상품으로 개발해 현지화에도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울란바토르 시민들이 한국의 편의점에서 가장 즐겨 찾는 제품은 CU와 GS25 공통적으로 ‘커피’를 꼽았다. CU에서는 자체브랜드(PB) 원두커피인 ‘겟(GET) 커피’ 아메리카노가 베스트셀러 1위, GS25에서는 ‘카페25 생우유라떼’가 1위였다. 한국식 먹거리도 눈에 띈다. 핫도그(5위), 삼각김밥(7위), 샌드위치(9위), 컵라면(10위)이 CU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GS25에서는 커피와 함께 치킨이 잘 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K푸드 인기 1~3위는 카페25 생우유라떼에 이어 ‘치킨25 바삭통다리’, ‘치킨25 순살꼬치’가 올랐다. PB 식품 중에는 ‘오모리김치찌개라면’, ‘공화춘자장’, ‘유어스 하늘가득자몽’이 톱3에 꼽혔다.

이마트 몽골 1호점에 쇼핑객이 붐비는 모습. 이마트 제공


이마트도 2016년 몽골에 진출해 2017년 2호점, 2019년 3호점을 열었다. 이마트 또한 K푸드를 전략 상품으로 삼았다. 이마트 관계자는 “한국식품을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마트로 사업을 확대 중”이라며 “한국에서 쌓은 노하우를 몽골에서도 발휘해 품질 좋은 한국 먹거리를 알리고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올해 안에 몽골 이마트 4호점을 낸다. 맘스터치도 몽골에 1, 2호점을 열 예정이다.

CJ푸드빌 뚜레쥬르도 몽골에서 승승장구 중이다. 뚜레쥬르는 2016년 처음 진출해 울란바토르에서 1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연평균 35% 이상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CJ푸드빌 '뚜레쥬르 몽골 글로벌파크점' 매장 전경. CJ푸드빌 제공


CJ푸드빌은 프리미엄 전략으로 몽골 시장을 공략했다. 1호점은 몽골의 고급 레스토랑이 밀집한 지역에, 2호점은 샹그리아 호텔 옆 샹그리아 몰에 개점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2호점에 예상 고객의 배 이상으로 손님이 몰리며 프리미엄 베이커리 뚜레쥬르의 위상을 알렸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에는 국내 플래그십 스토어인 ‘뚜레쥬르 제일제당센터점’과 동일한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적용한 플래그십 스토어 ‘몽골 글로벌파크점’도 열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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