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노린 ‘막가파 범죄’ 속출… 일상이 공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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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이 이뤄지는 장소에서 벌어지는 '묻지마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서울 도심 거리나 쇼핑몰, 지하철, 산책로 등에서 발생한 강력사건은 '아무나'를 대상으로 범죄 실행 자체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도주 계획 자체가 없는 등 기존과는 다른 '막가파식 범죄'라는 특징이 있다.
지난달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이후 공공장소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흉기 범죄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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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상 증오, 현실 사회로 표출”
“모든 인력 동원, 치안 공백 메꿔야”
일상 생활이 이뤄지는 장소에서 벌어지는 ‘묻지마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서울 도심 거리나 쇼핑몰, 지하철, 산책로 등에서 발생한 강력사건은 ‘아무나’를 대상으로 범죄 실행 자체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도주 계획 자체가 없는 등 기존과는 다른 ‘막가파식 범죄’라는 특징이 있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시민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이후 공공장소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흉기 범죄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성남 서현역 차량 충돌·흉기 난동에 이어 지난 17일 서울 신림 등산로 성폭행·살인 사건까지 언론에 공개된 강력사건만 10여건이다. 지난 19일에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전동차 안에서 50대 A씨가 흉기를 휘둘러 승객 2명이 다치는 일도 발생했다. 온라인에서는 ‘살인 예고’를 비롯한 온갖 협박 글이 줄을 잇는 실정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잇딴 강력 범죄로 이렇게 온 국민이 불안해 했던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이 일종의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본다. 사회를 향한 분노나 성적 욕구, 피해망상을 제어하지 못해 흉기를 들고 거리로 나오고 있다고 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새로운 범죄 유형을 보고 비행 가능성이 있는 이들이 유사 모방범죄를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사회 침체가 계속돼 미래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면, 일본처럼 은둔형 범죄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런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사회가 혼란에 빠졌다고 판단할 만한 통계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도 “과거부터 비슷한 형태의 범죄는 종종 일어났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미디어에서 범죄를 접하고 모방하는 경우는 새로운 현상”이라며 “온라인 커뮤니티 집단에서 표출하던 증오를 현실 세계로 표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는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끌게 되는 폭력 난동 사건은 전염성을 가진다. 일반인의 2차 트라우마 반응도 2주 정도 영향이 지속하는데,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면서 장기화하는 상황”이라며 “멍해지는 해리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사회 안전에 대한 신뢰가 깨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공공장소를 회피하려 하거나, 주변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과각성’ 또한 이런 부작용이라고 설명했다.
치안 당국은 인력을 늘려 불안감을 해소하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범죄에 일차원적 대응을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표면적인 사건만 한발 늦게 쫓아가는 방식만으로 대응이 끝나는 게 제일 큰 문제다. 특공대·장갑차 배치는 범죄 억지력을 갖기보다는 오히려 경찰의 공권력 행사가 어렵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며 “수영장에 범죄가 발생하면 뒤늦게 수영장에 예방 순찰을 할 것이냐”라고 지적했다.
경찰력뿐 아니라 가용한 공공인력을 총동원해 치안 공백을 막아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들불이 일어나는 것을 막지 못하면 손 쓸 수 없는 산불이 되듯, 적극적인 대응을 놓치면 묻지마 범죄가 늘어날 수 있다”며 “경찰력으로 부족하다면 특별사법경찰과 자치 경찰 그리고 검찰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똘똘 뭉쳐 치안 공백을 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승 위원은 “장기적으로는 이상동기 범죄자들에 대한 생애사 연구, 정신질환자의 치료 중단 원인에 대한 전수 분석, 사이코패스의 과거 범죄 특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시간을 들여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현 정신영 성윤수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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