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뱅은 이무기가 될까, 용이 될까 [편집장 레터]
“좋은 담보 주담대 다 인뱅으로 몰린다” 목소리도
바야흐로 ‘인뱅(인터넷뱅크)’의 시대입니다.
카뱅(카카오뱅크)과 토뱅(토스뱅크)을 초창기부터 이용했습니다. 카뱅은 뭐니 뭐니 해도 모임통장이죠. 카뱅 통장 개수만 두 자릿수를 향해 달려갑니다. 토뱅은 파킹통장에 2% 이자를 준다는 얘기에 혹해 바로 통장을 개설했습니다. 이후 더 높은 금리를 주는 파킹통장도 생겨났지만 토스 송금 등의 편리함에 취한 데다 고금리 파킹통장 개념이 처음에나 엄청 신기했지 그다음에는 시들해져 다시 또 옮길 생각을 하지 않았더랬죠. 사실 ‘미리 받는 이자’가 재미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중간중간 토뱅에 들어가 ‘오늘까지 이자 받기’를 눌러 받곤 합니다. 왠지 그냥 뒀을 때보다 조금이라도 이자가 더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이, 의외로 만족감이 높다 할까요. 반면 케뱅(케이뱅크)은 코인 투자를 하지 않다 보니 업비트 계좌 연계라는 이점이 크게 다가오지 않아 패스했습니다. 언젠가 코인 투자를 해야겠다 싶으면 그때는 또 바로 케뱅과 거래를 시작하겠죠. 아마 대한민국 인뱅 가입자 상당수가 비슷한 상황이거나 생각이거나 그럴 겁니다.
이렇게 인뱅 3사 앱을 깔고 계좌를 튼 고객이 4000만이 다 되어간답니다. 미성년자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국민이 인뱅 하나씩은 이용하고 있다는 의미죠.
편리함과 참신한 아이디어에 ‘혹’해 시작했지만 요즘은 실질적인 이득까지 얻을 수 있어서 이용자가 더욱 몰리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낮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입니다. 주담대 상담 받으려면 은행 지점에 가서 못해도 한두 시간은 소요해야 했는데, 비대면이라니, 이건 그야말로 ‘신세계’입니다. 비대면 마이너스통장은 편하긴 하지만 금리가 다소 높았던 반면, 주담대는 편리한 데다 금리도 낮으니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겠죠.
인뱅 주담대가 인기를 끌면서 시중은행들은 좋은 담보를 가진 주담대가 인뱅으로 몰리고 있다며 불만을 표하기도 합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가격 산정이 수월한 아파트를 담보로 한 주담대는 다 인뱅에 뺏기고, 지점에서는 가격 산정이 쉽지 않아 비대면 대출이 용이하지 않은 빌라·주택 등의 주담대만 이뤄지는 게 아닌가 하는 얘기마저 돈다”며 한숨을 쉬더군요.
2030이 4050이 되는 시점에는 간단한 개인 거래는 대부분 인뱅에서 이뤄지고, 시중은행은 기업 금융이나 WM(Wealth Management) 같은 복잡한 서비스에 집중하는 식이 되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물론 인뱅이 그때까지 건강하고 건전하게 잘 살아남아야 가능한 일이겠죠. 메기에서 잉어쯤으로 성장한 인뱅이 이무기가 될지, 용이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커버스토리 ‘4050도 몰려드는 인뱅 4000만명 시대’ 외에 ‘시세 조작·독소 조항·UP계약서 수법까지… 천태만상이 펼쳐지고 있는 부동산 작전’ 스페셜리포트와 지난 7월 12일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부쩍 관심을 끌고 있는 ‘잠자고 있는 내 퇴직연금 깨우는 법’도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3호 (2023.08.23~2023.08.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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