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의원 물갈이’는 큰 모험이 될 수밖에…[신율의 정치 읽기]
더불어민주당 혁신안 통해 현역 물갈이 나설 듯
현역 프리미엄 사라져 국민의힘 ‘해볼 만한 싸움’
국민의힘 구성원 혹은 여권 성향 인물들은, 국민의힘이 22대 총선에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 같다.
이런 예상이 틀렸다고만은 할 수 없다. 다만 ‘전멸’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서울 수도권서 차지한 의석수는 총 121석 중 16석에 불과했다. 21대 총선은 코로나 속에서 치러졌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였다. 21대 총선 결과를 두고 내년 총선 결과를 예상하는 것은 합리적이지는 않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21대 총선 결과물인, 서울 수도권에서의 민주당 ‘대약진’이 내년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이른바 ‘현역 프리미엄’이다.
특정 지역에서 현역 의원을 배출한 정당은, 원외 위원장만 있는 정당보다 당의 조직 면에서 비교 우위에 있다. 그런데 최근에 흥미로운 일이 생겼다. 민주당 혁신위가 발표한 혁신안의 핵심 중 하나가 현역 의원에 대한 평가 강화다. 혁신위는 당내 평가에서 하위 20%에 속하는 의원에게는 후보자 경선 득표의 20%를 일괄적으로 감산하도록 하는 현재 규정을 고쳐, 하위 30%까지 넓히고 감산 범위도 40%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하면 현재 민주당 168명 의원 중 50명 이상이 하위 30%에 들어간다. 여기 속한 의원들은 경선에서 상당한 점수를 잃고 공천받을 확률이 현저히 떨어질 테다. 이렇게 되면 상당 수준의 ‘물갈이’가 발생하게 된다.
물갈이가 된다는 것은 ‘현역 의원 프리미엄’이 사라짐을 뜻한다. 물론 정치 신인의 신선함은 유권자 선택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긍정적 측면이 당 조직이라는 선거의 핵심 요소를 능가할 수 있을 것인가다.
이론적으로야, 특정 지역에서 새롭게 공천받은 후보에게 해당 지역 현역 의원이 자신의 조직을 넘겨주며 전력을 다해 도와줄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 정치는 그렇지 못하다. 정치권에는 자신이 공천을 받지 못하면 차라리 상대 정당 후보가 당선되기를 바란다는 말이 있다. 상대 당 후보가 당선되면, 해당 지역구에서 자신이 다시 한 번 공천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혁신위가 주장하는 ‘현역 의원 물갈이’는 당 차원에서 커다란 모험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공천 물갈이 여론이 높기에 혁신위 주장이 타당하다고 역설한다. 이 부분은 다수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한 예로,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6월 26~27일 전국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응답률은 14.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내년 총선에서 거주 중인 지역구의 현 국회의원이 다시 당선되길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2.6%가 ‘교체’를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정치 신인을 대거 공천할 경우, 정치판은 요동칠 수 있다. 민주화 이후 역대 국회 중 지금처럼 특정 정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런 거대 정당이 물갈이를 한다는 것은, 상당 규모의 현역 프리미엄이 사라짐을 뜻한다. 상대적으로 현역 프리미엄을 누리기 힘든 국민의힘은 거의 대등한 입장에서 민주당과 싸울 수 있게 된다. 특히 서울 수도권에서 그렇다. 자신들 의석이 보잘것없어 현역 프리미엄을 누리기가 불가능한 판에 상대 정당이 정치 신인을 대거 등장시켜 현역 프리미엄을 스스로 포기하니,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해볼 만한 싸움’이 되는 셈이다.
국민의힘이 이런 상황을 기회로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또 있다.
서울 수도권에서 현역 국회의원은 지극히 소수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나름 선전했다. 서울은 강서구를 제외한 16개 지역 구청장이 국민의힘 소속이다. 민주당 소속 구청장 지역은 8개에 불과하다. 서울시 의회 역시 국민의힘이 76석, 민주당이 35석으로,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두 배 이상 앞선다. 그런데 기초단체장은 선거에서 역할을 할 수 없다. 그러니 이런 수치가 무의미하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당의 지역 조직은 시의회 의원 수나 해당 지역 단체장이 어느 정당 소속이냐에 따라 활성화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그렇기에 국민의힘은 최소한 서울 지역에서는 해볼 만한 싸움으로 생각할 수 있다. 여기에 민주당이 현역 의원을 물갈이한다니, 승리 확률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국민의힘은 생각할 것이다.
경기도는 조금 다르다. 일단 경기도 의회의 경우,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정확히 동수의 의석을 갖고 있다. 경기도 기초단체장은 국민의힘이 22석을 가져갔고, 민주당은 9석이다. 상황이 이러니 서울보다는 셈법이 복잡하다. 그럼에도 민주당 현역 의원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지면, 국민의힘의 ‘승리를 향한 희망’은 커질 수 있다. 현재 지지율만 놓고 볼 때 서울은 국민의힘이 7월 4주 차(한국갤럽 기준)부터 민주당을 앞서고는 있지만 엎치락뒤치락이다. 인천·경기는 8월 2주 차에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이 같았다(한국갤럽이 8월 8일부터 11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은 14.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기서 2015년 7월과 8월의 정당 지지도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국갤럽 정례조사에서,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은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을 지지율 면에서 두 배 정도 앞서고 있었다. 2015년 8월 3주 차까지의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30% 초반대였다. 당시만 보면,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이겨야 했다. 그러나 결과가 그러지 못했던 이유는, 2016년 3월 새누리당 공천 파동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 과거 총선 사례를 감안해 지금의 상황을 보면, 국민의힘이 전멸할 이유도 없지만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수도권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커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큰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로 예상하면, 국민의힘은 2016년 20대 총선보다는 많은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국민의힘은 서울 수도권에서 최소 30석 이상은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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