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심사받겠다" 했는데…민형배 "체포동의안 거부하자"
더불어민주당 친명계 원·내외 인사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권리당원 500여 명이 참석하는 행사를 열고 본격적인 실력 행사에 나섰다. 이들은 비명계 의원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투표 거부’를 주장했다.
친명계 원외 모임인 ‘더민주 전국혁신회의’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1차 전국대회를 열었다. 정청래·박찬대·장경태·민형배·강득구 의원도 참석했다. ‘천하무적 갓재명’ 머리띠를 쓰거나 ‘이재명 지지자’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당원도 보였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1년 전 전당대회의 열기가 느껴진다”고 말했고, 참석자들은 “혁신안을 이행하라” “이재명 대표를 지켜라” “김건희를 구속하라” 같은 구호를 외쳤다.
이날 행사에서 친명계 의원들은 새로운 방탄 전략을 제안하며 ‘이재명 수호론’을 전면에 꺼냈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간단히 물리치는 방법이 있다. (체포동의안) 투표를 거부하면 된다”며 “투표를 시작하면 민주당 의원이 일제히 빠져나오면 된다. 그렇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간악한 짓을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고 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도 “당 대표를 무도한 법정이 잡아가려고 하면 잡아가지 말라고 이야기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잡아가라고 (체포동의안) 도장을 찍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77.7% 당원이 뽑은 당 대표고, 우리 상징이기 때문에 당원 존중 차원에서 이 대표를 옆에서 딱 지키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득구 의원은 “혁신의 가치를 함께하는 이 대표가 (요즘) 어렵다. 무한 지지로 함께 해줄 것을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한다”고 거들었다.
앞서 이 대표는 6월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검찰이) 구속 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실질 심사를 받겠다”고 했고, 지난 17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도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제 발로 출석해서 심사받겠다”고 밝혔다.
한편 행사에서 원외 인사들은 비명계에 대해 “혁신안을 반대하는 작자들이 정치적 사기를 친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양문석 전 통영·고성 지역위원장은 고민정 최고위원과 이상민·전해철·김종민·박용진 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총선을 앞두고 뭐하는 짓이냐’는데 장난치나. 당신들이 혁신안 만들자고 멀쩡한 장경태 혁신기구 깨고 (혁신위를) 만든 게 아니냐”며 했다.
친명계의 집단행동에 대해 비명계에서는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전당대회 룰 개정이 국민 관심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확인했는데도, 친명 인사들은 ‘개딸 인해전술’을 펴고 있다”며 “현명한 다수 국민은 이를 우습게 볼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민주당 수도권 의원은 “총선에 출마하려는 사람들이 자기들 원하는 대로 해달라고 이재명 대표를 팔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16일 의원총회에서 혁신안에 대한 광범위한 반대가 확인된 가운데, 친명계가 20일 맞대응에 나서면서 당분간 민주당 내 친명·비명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오는 28~29일 민주당 워크숍에서 ‘대의원제 개편안’에 대한 찬반 격론이 오갈 전망이다. 20일 정청래·박찬대·장경태 최고위원이 비명계 비난 행사에 직접 결합한 만큼,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파열음이 날 수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양쪽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대의원 투표 반영 비율을 소폭 줄이는 등 현행 제도와 혁신안의 절충점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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