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안심길' 없앤 관악구의원, 등산로 성폭행 살인에 사퇴 요구 비등

국민의힘 소속 최인호, 비판 쏟아지자 "페미니스트들의 폭언, 선처없이 고소"

[이주연 기자]

▲ 최인호 관악구의원은 지난해 12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관악구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여성안심귀갓길이 사라진다"라고 홍보했다.

서울 관악구 둘레길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 피해자가 사망하자, 관악구의 2023년도 '여성안심귀갓길'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을 주요 의정활동으로 홍보해 온 최인호 관악구 구의원(국민의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 의원은 지난해 12월 "관악구에서 대한민국 최초 여성안심귀갓길이 사라집니다, 여성안심귀갓길 사업 예산 7400만원을 전액 삭감했습니다"라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홍보한 바 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20일 서울 관악구의회 홈페이지에는 국민의힘 소속 최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게시글이 870여(오후 6시 기준)건 올라왔다.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누리꾼은 "이번 신림 성폭행 살인 사건은 여성안심귀갓일을 없앤 최인호 의원에 응당 책임이 있다"라며 "현재 최 의원은 관악구 치안을 의심하고 두려워 하고 있는 관악구 여성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유튜브 댓글을 실시간으로 삭제하고 있다, 사퇴는 당연하고 책임을 지라"고 촉구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관악구에서는 최초로 여성안심귀갓길이 사라집니다'라는 홍보영상을 퍼트리면, 범죄자들이 '범죄 저지르기 쉽다' 생각해 일부러 찾아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같은 국민인 여성의 안전을 안이하게 여기고 폄하하여 살인사건의 빌미를 제공한 최 의원은 사퇴하고 남성중심 온라인 커뮤니티 대표나 하라"라고 힐난했다.

▲ 관악구의회 홈페이지에 최인호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이 870여건(20일 오후 6시 기준) 올라왔다.

"여성가족과의 페미니즘 사업 손보겠다" 공언해온 최인호

그는 지난해 자신의 유튜브 채널 '성평화 최인호'에서 "여성안심귀갓길 문구를 적어놓는다고 실질적 치안이 강화되지 않는다, 남성은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국민 모두의 치안을 강화하고 보호할 수 있는 안심골목길 사업으로 대체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 의원은 "여성친화사업을 폐기하고 국민친화사업으로 나아갔다"라며 자신의 예산 삭감을 성과로 자평했다. 이어 "여성친화사업들은 낡은 586스러운 감성이 묻어있다"라며 "여성가족과에 있는 페미니즘 사업을 구체적으로 손보겠다"라고 공언했다.

그는 예비후보시절이던 지난해 3월 "대한민국은 몰카천국이 아니고 남성들의 강간 카르텔이 만연하지도 않다"라며 "관악구에서 불법촬영 감시 및 점검을 위해 사용하는 예산 6412만원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실제, 관악구에 편성됐던 '여성안심귀갓길' 예산은 올해들어 전액 삭감됐다. 대신해 최 의원은 "관악구민 전체 안전을 위한 안심골목길 사업액을 늘렸다"라고 설명했다. 예산을 삭감하기 위해 최 의원은 지난해 12월 관악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도시재생과의 안심골목길 사업은 취지가 여성안심귀갓길이랑 다 똑같다, CCTV 설치하고 비상벨 설치하고 라이트 비추고"라며 "그런데 여성안심귀갓길은 남성들이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사업 내용이 겹치니 도시재생과 사업을 지속하는 게 맞다"라고 주장했다.

회의에서 관악구 여성가족과장이 "도시재생과는 전반적인 지역에 대해서 하는 거지만 (여성안심귀갓길은) 경찰서와 협업해서 범죄 피해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지역을 선정하니 다르다"라고 했지만, 최 의원은 "사업내용이 비슷한 거면 도시재생과랑 협의를 해서 하나로 뭉쳤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바 있다.

이 같은 정치 행보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최 의원은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댓글로 "여성안심귀갓길 글자 써놓고 안전한 곳이라고 믿음을 선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상벨과 cctv를 설치하고 구조요청이 용이하도록 조명과 사각지대 없는 시설물 배치가 조속히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안타까운 사건을 틈 타 성별을 매개로 정치선동장사 해보겠다는 태도가 바로 관악구의 치안을 훼손해온 것"이라며 "싸이코패스의 범죄 행위에 대해서 페미니스트들이 책임소재를 묻기 위해 행정적 절차와 사실관계도 파악하지 않은 채 좌표를 찍고 폭언을 하고 있다, 해당 댓글들은 모두 선처없이 고소하겠다"라고 밝혔다.

최 의원은 지난 2021년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 캠프 청년본부 양성평등특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