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형제' 2조원 던진 개미들…이달 들어 사들인 종목 톱10
2차전지를 향한 ‘무조적인 사랑’을 보였던 개인투자자의 마음이 돌아서고 있다. 지난달부터 2차전지주의 대표주자인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을 2조원가량 팔아치운 개인투자자가 이달 들어 삼성전자를 담고 있다. ‘포스트 2차전지’를 꿰찰 주도주의 향방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8일까지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다. 9456억9769만원어치를 사들였다. 포스코홀딩스(5687억원)와 기아(3040억원), LG화학(2901억원), 삼성SDI(2535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달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2차전지에 집중됐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지난 7월 한 달간 개인투자자는 포스코홀딩스(4조5232억원)을 그야말로 ‘폭풍 매수’했다. LG화학(5038억원)과 LG에너지솔루션(3718억원), 포스코인터내셔널(3425억원) 등도 7월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개인, 7월부터 '에코' 형제 2조원 넘게 순매도
심지어 개인투자자는 지난달 2차전지 주도주인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을 대거 팔아치웠다. 7월 한 달간 개인투자자의 순매도 상위 1위와 2위는 에코프로(1조856억원)와 에코프로비엠(1조816억원)이 차지했다. 이달 들어서도 ‘팔자’는 이어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이달 들어 지난 18일까지 에코프로를 106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차전지 종목 가격이 급등하며 차익 실현하려는 개인 투자자 수요와 기관 투자자의 인덱스 추종 매입, 외국인·기관의 숏커버링(공매도 투자자가 손실을 줄이려 주식을 되사는 것) 수요가 겹치며 손바뀜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3일 기준 138만3484주에 달했던 에코프로 공매도 잔고는 8월 16일 기준 60만2758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에코프로비엠 공매도 잔고 역시 같은 기간 461만6507주에서 175만8099주로 줄었다.
한국화장품, 이달 들어 99% 상승
2차전지로의 과도한 쏠림 현상이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자 시장은 이제 ‘포스트 2차전지’를 찾고 있다. 증권가가 주목하는 종목은 반도체와 중국을 겨냥한 소비주, 자동차 분야 등 그동안 억눌렸던 종목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차전지주 쏠림현상으로 그동안 다른 종목의 주가가 눌려 전체적으로 시장이 부진했다”며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가가 부진했지만, 실적이나 수급이 견조한 반도체·자동차·기계 등에서 반등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을 겨냥한 소비주에 대한 기대감은 엇갈린다. 지난 10일 중국 문화여유부가 한국행 단체관광의 빗장을 푼 뒤 화장품·카지노·호텔 관련 종목이 강하게 반등하는 등 주가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화장품주인 한국화장품은 지난 18일 기준, 이달 초 대비 99.11% 상승했고, 같은 기간 롯데관광개발과 호텔신라 주가는 각각 53.22%, 16.6%씩 상승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상승 동력은 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학균 센터장은 “국내에서 중국의 수요를 겨냥한 소비주는 중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와 별개로 움직이는 시장인 데다 그동안 주가가 많이 억눌려 있어 반등세가 지속할 수 있지만, 2014~15년 당시보다 중국 국내 업체의 산업 경쟁력이 높아진 만큼 한국 소비주가 주도주로 부각되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단체 관광 허용 자체는 긍정적인 재료지만 추석 전후와 중국 국경절 연휴 기간에 실제 어느 정도의 중국 관광객이 국내로 유입되느냐가 (주가에)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주, 23일 엔비디아 실적이 분수령
반도체가 차기 주도주가 될 수 있다는 전망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인공지능(AI) 관련 모멘텀이 있는 데다, 기업의 2분기 실적에서 반도체 재고 정점 통과가 확인된 만큼 반도체가 주도주로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이다. 분수령은 오는 23일(현지시간)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도 “최근 이수페타시스와 한미반도체 등 AI 관련 반도체 소부장 종목이 부상하고 있다”"며 “AI 테마가 사이클의 초기인 만큼 AI 관련 종목이 강세를 띨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바이오·헬스 업종의 주도주 부상도 주목할 부분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주를 둘러싼 ‘포모(FOMO·가격상승에서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현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만큼 향후에도 수급 공방이 전개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이탈한 투자 수요가 바이오 업종으로 옮겨갈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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