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이미지 실추시켜" 12세에 과학고 간 백강현 군, 선배 엄마들 협박에 자퇴
"자퇴 이유는 고발 직전까지 간 학교 폭력"
"선배 엄마들 협박 이메일 보내 폭로 결심"
올해, 만 10살의 나이로 서울과학고에 입학했던 영재 백강현 군이 한 학기 만에 자퇴를 결심한 배경에 학교 폭력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백군 아버지는 20일 유튜브 채널에 ‘백강현, 선배맘의 이메일 공개’라는 제목으로 올린 영상에서 "강현이는 심각한 학교 폭력으로 학교를 그만두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 고발 직전까지 갔고, 학폭위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강현이 문제가 이슈화될 경우 사회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저희가 양보했다"며 "저희 부부는 학교 측이 조치를 취해 줄 것으로 믿고 경찰 고발과 학폭위 소집을 해제했지만, 강현이가 가장 두려워한 학교 폭력의 근본 원인에 대해 학교 측의 어떠한 배려나 지원도 없었다. 믿었던 선생님들이 원망스러워 자퇴한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 폭력을 폭로하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 18일 자퇴 소식을 전한 이후 학부모로부터 "학교와 학생들 이미지를 실추하지 말라"는 이메일을 받은 후부터다.
'서울과고 선배맘'이라는 사람이 보낸 메일에는 "초등생(백군)이 서울과학고 합격했다고 해서 천재인가 보네 하고 넘어갔는데, 걔가 중간고사에서 수학 1문제밖에 못 풀었대서 학부모들이 들썩했었다. '곧 자퇴하겠구나' '학교에서 시험도 안 보고 뽑더니 학교가 잘못했네' 모두 그런 반응이었다"며 "그런데 유튜브에서 '문제 푸는 기계가 되기 싫어 자퇴했다'고 하니, 솔직히 전교 꼴등이고 수업을 이해 못 했다고는 말 못 해도 최소한 학교 학생들 이미지 떨어뜨리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하지 않느냐"고 적혀있다.
이어 "사회에서도 엄마도 (백강현 군을) 천재라고 생각하는 듯한데 우리 아이도 17개월 때 말도 못 하면서 알파벳 대소문자 다 알았고, 4세 때 사칙연산 스스로 다 할 줄 알았다. 영재원 검사에선 아이큐(IQ) 150 나왔지만, 천재라고 생각 안 했다"며 "방송 보면 강현이 같은 케이스는 서울 영재고 전체 학생들 전부 그 정도는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학부모들은 강현이 케이스 보고 '우리도 힘든데 초등학생이 중간고사 보고 당연히 자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계속 이슈 되면 사실 기사 내보낼 테니 학교 관련 이미지를 실추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백군 측은 답장을 통해 "강현인 중간고사에서 점수가 골고루 잘 나왔다. 일부 과목은 형들만큼 잘 봤다. 기말고사 때는 물리 한 과목만 제외하고 엄청난 성적 향상을 보여 일부 선생님께서 '기적'이라고까지 말씀하셨다"고 반박했다.
자퇴 이유는 성적이 아닌 학교 폭력 때문이라고 분명히 했다. "그동안 몇몇 선배 엄마들의 악플과 DM(다이렉트 메시지)에 시달려 왔다"며 "당신이 원하는 대로 아이가 망가졌으니 이제 제발 그만하라"고 호소했다.
앞서 백군의 아버지는 이날 오전 올린 폭로 예고 영상의 댓글에 "어린 강현이에게 참으로 기막힐 일이 일어났다. '네가 여기 서울과학고에 있는 것은 전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팀 과제 할 때 강현이가 같은 조에 속해있으면 한 사람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면박을 주고 아무 역할도 주지 않고 유령 취급하기. 디시인사이드라는 사이트에 강현이 보라고 버젓이 '아무것도 못 하는 XX, 찐X XX라고 욕하며 놀리기' 온종일 강현이한테 말 걸지 않기 등등"이라고 토로했다.
백군은 2012년 11월생으로 2016년 만 3세의 나이에 SBS 예능프로그램 '영재발굴단'에 출연해 '천재 어린이'로 이름을 알렸다. 생후 41개월 당시 웩슬러 기준 IQ는 163(멘사 기준 IQ 204)으로 상위 0.0001%에 속했다. 2019년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이듬해 5학년으로 조기 진급했고, 올해 서울과학고등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한 학기를 마친 후 18일부로 서울과고를 자퇴했단 소식을 전했다. 백군은 "엊그제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가는 아침, 이를 닦으며 허둥지둥 수학 공식을 암기했다. 그러다 거울 속에서 문제를 푸는 기계가 돼가는 저를 보게 됐다. 갑자기 오랫동안 손을 놓았던 작곡도 하고 싶고 보드게임도 만들고 싶어졌다. 저는 창의적인 활동을 하고 싶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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