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스크 터졌다…"유커 특수도 물음표" 韓경제 빨간불
한국 경제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에 저점을 찍고 하반기 반등) 전망에 중국발(發) 경고등이 켜졌다. 중국 경제의 버팀목인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는 데다 ‘유커(游客·중국인 단체 관광객) 특수’도 기대만 못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정부는 ‘차이나 리스크’ 대비에 들어갔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碧桂園)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에 이어 헝다(恒大) 그룹이 17일(현지시간) 미국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하며 불거진 중국 부동산 시장의 위기가 심상치 않다. 중국은 부동산 관련 국내총생산(GDP) 비중이 25%에 달한다. 부동산 경기 사이클에 따라 실물 경기와 금융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
20일 국제금융센터가 발간한 ‘중국 부동산시장 전망 및 리스크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1년 내 회사채 만기 도래분의 약 45%가 부동산 관련 업종이다. 김기봉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연초 일시적으로 회복한 뒤 재침체(Double dip) 국면에 진입했다”며 “부동산 개발 기업의 상환 능력이 악화하며 신용등급 하락 및 디폴트 확대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가 촉발한 내수 시장 위축은 곧 한국의 대중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중국 시장과 밀접한 반도체·석유·철강 기업의 실적 둔화가 우려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반도체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수요가 부진할 경우 하반기 기대한 반도체 기업의 실적 반등이 늦춰질 것”이라며 “‘상저하고’ 경제 전망의 전제 조건부터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커 특수’ 효과가 기대만 못 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당장 규제 걸림돌은 사라졌지만 정작 불쏘시개가 돼야 할 소비 심리가 아직 차갑다는 것이 문제다. 최근 마이너스 물가상승률, 역대 최고 청년 실업률 등이 근거다. 게다가 완전히 회복하지 않은 한·중 관계가 18일(현지시간) 한·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자극받은 것도 변수다.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중국의 황금연휴로 꼽히는 중추절과 국경절 연휴(9월 29일~10월 6일), 항저우 아시아경기대회(9월 23일~10월 8일) 기간이 유커 관광 수요가 회복했는지 판단할 시험대”라며 “과거보다 큰 폭으로 물가가 뛰었다. 한국 관광에서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하지 않는다면 유커 특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중 수출 의존도가 20% 아래로 내려가는 등 무역 환경이 과거와 달라진 측면도 있다. 중국 시장이 침체한 영향을 다소 완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2020년 발간한 ‘우리 경제의 중국 리스크 점검’ 보고서에서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79.6%)이 소비재(3.4%)보다 크다. 중국 내수가 1% 감소해도 한국 GDP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제위기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오히려 과도한 대출 규제를 풀고 내수 진작을 위해 과감한 경기 부양책을 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한국 정부는 비상등을 켜고 대비에 들어갔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1.4%)를 달성하려면 하반기에 1.7% 이상 성장해야 하는 만큼 '차이나 리스크'를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는 경제정책국 내 ‘중국경제 상황반’을 설치해 한국은행·산업통상자원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국제금융센터와 공조하고 있다. ‘상저하고’ 경제 전망을 유지하되 9월 말 관광 특수를 앞두고 유커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중국과 불필요한 외교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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