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中, 한국 경제는…"악재지만, 위기 확대는 제한적"
중국 경제에 'D(디플레이션)의 공포'가 찾아온 데 이어 부동산발(發) 위기까지 확산하면서 한국도 수출·환율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한국은행 등은 올해 한국 경제가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에 대한 기대가 큰 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생산자물가지수(PPI)가 2년여 만에 동반 하락하고, 대(對) 세계 수출도 하향세를 나타내는 등 최근 경제 지표가 심상치 않다. 여기에 대형 부동산 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까지 겹쳤다.
이 때문에 중국 리스크가 반등을 노리는 한국 경제에 악재가 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최대 시장' 중국으로의 수출이 지난달까지 14개월 연속 역성장한 가운데, 중국의 경기 침체가 한층 가까워져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 성장률이 4%대 아래로 내려갈 경우 한국도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 수요 감소를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무역수지·경상수지 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국내 환율 불안 등에 간접적 여파를 미칠 거란 지적도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이 중국과 정도는 다르지만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만큼 아예 영향을 배제하기 어렵다"면서 "달러당 원화 가치가 한 달 새 많이 떨어졌는데 위안화와 덩달아 더 약화할 수 있고, 이는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동산·부채 문제가 터진 데 따른 심리적 불안도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폐쇄적인 중국 시장 특성상 금융위기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로 퍼질 위험이 적다는 목소리도 크다. 수출에선 '탈(脫)중국' 기조가 강해진 데다 대중 수출의 소비재 비중이 적은 만큼, 국내 영향 역시 제한적일 거란 분석도 나온다. 홍록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부동산 위기는 정부가 유동성을 조였기 때문인 만큼 구조적 문제는 아니다. 전반적인 위기로 확산할 확률은 낮다"면서 "대중 수출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도 "해외 파생상품까지 엮인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달리 중국 부동산 문제는 모두 중국 국내서 움직이는 상황인 데다 자본 흐름도 잘 보이는 상황"이라면서 "충격은 있겠지만 무너질 정도는 아니다. 중국 정부가 구조조정을 통해 돌파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위기 우려가 과도하며, 중국 정부가 비구이위안이 디폴트에 빠지도록 내버려 두진 않을 거란 지적도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헝다그룹 파산 위기 때도 연쇄 부도설이 나왔지만 3년이 되도록 그런 일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지난달 16일부터 8월 1일까지 6번의 경기부양 회의를 하고 10번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정도로 내수 진작에 올인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업체 위기라는 복병을 만난 건데 이걸 해결하지 않고 파산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하반기 경기 회복을 기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시진핑 주석-리창(李强) 총리 리더십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일 중국 부동산 사태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졌지만, 국내로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에서 한국은행 총재·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대통령실 경제수석 등과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평가했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국내 금융사의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도 약 4000억원으로 크지 않다는 게 정부 진단이다. 다만 참석자들은 향후 국내 여파를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필요할 경우 시장 안정 조치를 신속히 시행하기로 했다.
세종=정종훈ㆍ나상현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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