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껍질 비처럼 내리는 종말"...하루 100배 커진 캐나다 산불
캐나다 서북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이 통제 불능 상태로 확산하면서 주요 고속도로에 대피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캐나다 CBC·영국 BBC 등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서북부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州)는 전날 주 전체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데 이어 이날 산불이 접근 중인 마을의 주민 3만명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인근의 3만6000명에게도 대피를 할 준비를 하라고 알렸다.
BC주의 웨스트 켈로나시에서 발생한 맥두걸 크릭 화재로 인한 피해 면적은 17~18일 하룻밤 새 64헥타르(0.64㎢)에서 6800헥타르(68㎢)로 100배 늘어났다. 제이슨 브롤런드 웨스트 켈로나 소방서장은 18일 현지 매체들과 만나 “상황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다”면서 “어젯밤 우리는 100년 치 화재와 싸웠다”고 말했다.
웨스트 켈로나와 인접한 트레이더스 코브 지역의 주민들도 주말새 마을을 빠져나가거나 집 밖에서 지내는 등 비상이 걸렸다. 가족이 이곳에서 대피해 왔다고 밝힌 줄리아나 로웬은 BBC에 “불이 점점 마을로 내려오면서 사람들이 집 밖으로 뛰어나와 차에 귀중품을 허겁지겁 던져 놓았고, 인근 호수로 뛰어드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 역시 인근 지역에 살고 있지만, 호수 건너편 쪽에 집이 있어 피해가 크진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연기를 타고 솔방울과 나무껍질이 비처럼 내렸다. 종말 같았다”고 말했다.
BC주와 인접한 노스웨스트 준주의 수도 옐로나이프시도 산불로 인해 “18일 정오까지 전 주민들은 도시를 떠나라”는 대피령이 내려졌다. 옐로나이프에선 도시를 빠져나가는 유일한 육로인 3번 고속도로로 대피 차량이 줄을 이었다. 이들은 남쪽으로 1000㎞ 이상 떨어진 앨버타주 에드먼턴시의 대피 센터로 이동할 예정이다. 한 주민은 CNN에 “도로의 시야가 나빠 우리 앞에 누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운전했다”고 말했다.
이동 수단이 없거나 건강 문제 등으로 육로로 대피할 수 없는 5000명에 대해선 정부가 공항으로 실어 나르거나 군용 헬리콥터를 동원해 이동을 지원했다. 노스웨스트 준주의 인구 절반은 이미 화재로 집을 잃었다고 BBC는 전했다. 글로벌 다이아몬드 기업 드비어스도 이 지역 북부에 위치한 다이아몬드 광산이 산불의 영향을 받아 직원 일부를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에드먼턴으로 날아가 대피한 주민들을 만난 뒤 “우리는 끔찍한 손실이 있는 곳을 재건할 것”이라며 “소방 지원을 위해 군사 자원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산불센터(CIFFC)는 최근 현상을 “역사상 최악의 화재”라고 설명하고 있다. 올해 캐나다에선 지난 10년 평균보다 128% 많은 불이 일어났다. 크고 작은 산불이 5700건 이상 일어나 남한 면적(약 10만266㎢)보다 넓은 13만㎢(1300만 헥타르) 이상이 불탄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산불의 배경으로 이상 기후의 영향을 꼽고 있다. 지난 겨울 캐나다에 예상보다 눈이 적게 내렸고, 올 들어선 유난히 건조한 봄이 이어졌다고 한다. 여기다 여름철이 되며 이상 고온이 계속되면서, 땅속의 수분을 더욱 증발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산이 많은 캐나다 여러 지역이 비정상적으로 건조한 상태다.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로 북미 지역 전체의 대기 질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는 이미 여러 차례 나왔다. 인접한 미국 뉴욕까지 연기가 넘어와 한낮에도 도시 전체가 뿌옇고 붉게 보이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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