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껍질 비처럼 내리는 종말"...하루 100배 커진 캐나다 산불

이유정, 김하나 2023. 8. 2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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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서북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이 통제 불능 상태로 확산하면서 주요 고속도로에 대피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캐나다 CBC·영국 BBC 등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서북부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州)는 전날 주 전체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데 이어 이날 산불이 접근 중인 마을의 주민 3만명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인근의 3만6000명에게도 대피를 할 준비를 하라고 알렸다.

BC주의 웨스트 켈로나시에서 발생한 맥두걸 크릭 화재로 인한 피해 면적은 17~18일 하룻밤 새 64헥타르(0.64㎢)에서 6800헥타르(68㎢)로 100배 늘어났다. 제이슨 브롤런드 웨스트 켈로나 소방서장은 18일 현지 매체들과 만나 “상황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다”면서 “어젯밤 우리는 100년 치 화재와 싸웠다”고 말했다.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웨스트 켈로나 지역에서 주민들이 호숫가에 모여 산불을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웨스트 켈로나와 인접한 트레이더스 코브 지역의 주민들도 주말새 마을을 빠져나가거나 집 밖에서 지내는 등 비상이 걸렸다. 가족이 이곳에서 대피해 왔다고 밝힌 줄리아나 로웬은 BBC에 “불이 점점 마을로 내려오면서 사람들이 집 밖으로 뛰어나와 차에 귀중품을 허겁지겁 던져 놓았고, 인근 호수로 뛰어드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 역시 인근 지역에 살고 있지만, 호수 건너편 쪽에 집이 있어 피해가 크진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연기를 타고 솔방울과 나무껍질이 비처럼 내렸다. 종말 같았다”고 말했다.

18일(현지시간)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계속되고 있는 산불. 로이터=연합뉴스


BC주와 인접한 노스웨스트 준주의 수도 옐로나이프시도 산불로 인해 “18일 정오까지 전 주민들은 도시를 떠나라”는 대피령이 내려졌다. 옐로나이프에선 도시를 빠져나가는 유일한 육로인 3번 고속도로로 대피 차량이 줄을 이었다. 이들은 남쪽으로 1000㎞ 이상 떨어진 앨버타주 에드먼턴시의 대피 센터로 이동할 예정이다. 한 주민은 CNN에 “도로의 시야가 나빠 우리 앞에 누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운전했다”고 말했다.

이동 수단이 없거나 건강 문제 등으로 육로로 대피할 수 없는 5000명에 대해선 정부가 공항으로 실어 나르거나 군용 헬리콥터를 동원해 이동을 지원했다. 노스웨스트 준주의 인구 절반은 이미 화재로 집을 잃었다고 BBC는 전했다. 글로벌 다이아몬드 기업 드비어스도 이 지역 북부에 위치한 다이아몬드 광산이 산불의 영향을 받아 직원 일부를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에드먼턴으로 날아가 대피한 주민들을 만난 뒤 “우리는 끔찍한 손실이 있는 곳을 재건할 것”이라며 “소방 지원을 위해 군사 자원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산불센터(CIFFC)는 최근 현상을 “역사상 최악의 화재”라고 설명하고 있다. 올해 캐나다에선 지난 10년 평균보다 128% 많은 불이 일어났다. 크고 작은 산불이 5700건 이상 일어나 남한 면적(약 10만266㎢)보다 넓은 13만㎢(1300만 헥타르) 이상이 불탄 것으로 집계됐다.

노스웨스트 준주의 옐로나이프시에서 주민들이 항공로 대피를 신청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산불의 배경으로 이상 기후의 영향을 꼽고 있다. 지난 겨울 캐나다에 예상보다 눈이 적게 내렸고, 올 들어선 유난히 건조한 봄이 이어졌다고 한다. 여기다 여름철이 되며 이상 고온이 계속되면서, 땅속의 수분을 더욱 증발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산이 많은 캐나다 여러 지역이 비정상적으로 건조한 상태다.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로 북미 지역 전체의 대기 질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는 이미 여러 차례 나왔다. 인접한 미국 뉴욕까지 연기가 넘어와 한낮에도 도시 전체가 뿌옇고 붉게 보이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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