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매체, 한미일 정상회의에 "美 냉전 선동…韓日만 피해볼 것"

서유진, 이세영 2023. 8. 2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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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매체가 20일 한·미·일 정상회의 결과를 공개 비판했다. 중국 군 당국은 앞서 19일엔 3국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국제질서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의 주체로 지목된 지 6시간 만에 대만 인근 해역에서 대규모 군사 훈련을 벌였다. 3국 회의에서 중국을 콕 찍어 비판하고 중국이 민감해 하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가 거론되자 군사훈련을 통해 반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왼쪽 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는 논평을 통해 안보 협력 강화에 합의한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해 "(미국 대통령 별장이자 회의 개최지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전의 기운이 전 세계를 한기(중국식 표현 寒意)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매체는 "미국 주도로 3국은 '안보 수호'를 기치로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지정학적 소집단'을 만들고 지역의 전략적 안보를 해치며 아시아·태평양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며 "한·미·일 정상이 '중국 위협'이라는 거짓말을 의도적으로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20일 중국 관영 신화사가 캠프 데이비드 회의와 관련해 비판적인 논평을 내놨다. 사진 신화사 홈페이지 캡처

이어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끌어들여 안보 협력을 한다는 것은 (한일) 양국의 안보를 도외시한 채 양국을 위험한 지경에 이르게 하는 것"이라며 "한일 양국에 안전한 느낌을 주기는커녕 지역의 안보 위험을 높이고 긴장을 조성해 궁극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한국과 일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지역 안보에 대한 진정한 위협은 사실상 미국"이라며 "미국은 아시아·태평양을 교란하려는 시도를 포기하라"고 주장했다. 한국·일본에는 "미국 패권의 바둑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지역의 절대다수 국가의 대립과 역사의 오류에 서지 마라"고 요구했다.


中 SNS엔 "냉정함·자신감 가져야"

관영 신화사 산하 잡지인『환구(環球)』의 류훙쭤(劉洪昨) 전 부총편집이 운영하는 SNS ‘뉴탄친(牛彈琴)’에는 19일 정상회담과 관련한 글이 올라왔다.
중국 관영 잡지의 SNS 계정인 뉴탄친은 19일 SNS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여러 가지 노력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친해지려 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더 다정했던 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였던 것 같다"고 평했다. 사진 뉴탄친 캡처
매체는 "정상회담의 일부 표현들이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면서 "전략적으로 무시할 수 있지만 전술적으로 중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매체는 주변이 호시탐탐 중국을 노리고 있을 때야말로 냉정함과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친구를 많이 만들고 적을 적게 만드는 중국이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NYT "한·미·일이 중국의 '적의' 심화"


뉴욕타임스(NYT)는 19일 "한·미·일이 전쟁 억제(deterrence)라고 부르는 방위 합의를 중국은 포위, 심지어 도발이라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3국의 방위 합의는 중국의 적의(rancor)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NYT는 "중국이 이번 회의에 대한 반발을 이미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는 징후가 있다"고 소개했다. 앞서 17일에는 중국과 러시아 함정 11척이 일본 오키나와현 해역을 통과하는 무력시위를 벌였다. 18일에는 러시아 초계기 2대가 쓰시마섬과 규슈 사이를 지나갔고 센카쿠 주변 일본 영해에 중국 해경국 선박 4척이 침입했다.

中, 군용기 45대, 군함 9척 투입 훈련


특히 한·미·일 3국이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콕 찍어 거론하자 중국은 군사 훈련 수위를 높였다. 중국은 19일 대만 북부·서남부 해역·공역에서 대규모 해군·공군 합동 훈련을 실시했다. 대만 집권 민진당의 총통 후보인 라이칭더(賴淸德) 부총통이 12~18일 남미 파라과이를 방문하면서 경유 형식으로 미국을 방문한 데 대해 항의하는 훈련이지만, 한·미·일에 대한 불만 메시지까지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 국방부가 19일 촬영하고 20일에 공개한 자료 사진. 대만 해군 수병이 해상에서 중국 해군 군함(가운데)을 감시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AFP=연합뉴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19일 오전 6시~20일 오전 6시까지 대만 주변 해역과 공역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군용기 45대와 군함 9척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번 무력 시위는 라이칭더의 출국 직후인 15∼16일(군용기 16대·군함 6척), 16∼17일(군용기 10대·군함 6척)에 비해 규모가 월등히 커졌다.
19일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가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 인근에서 실시한 군사 훈련과 관련된 뉴스 영상을 방송하는 장면. 로이터=연합뉴스
스이(施毅)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대변인은 "대만 독립 분열 세력과 외부 세력이 결탁해 도발하는 것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고 훈련 취지를 설명했다.

이에 대만 측은 즉각 항의했다.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대만의 중국 담당 부처인 대륙위원회(대륙위)는 성명에서 "중공이 대만 주변에서 벌인 의도적인 군사 훈련과 군사 도발을 강력히 비난하고 항의한다"고 밝혔다. 대륙위 측은 "무력을 남용하는 호전적인 행위는 중공이 트러블 메이커임을 입증하고 세계인의 반감을 일으키는 것 외에 아무 의미도 없다"고 비판했다.

미 국무부는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외교·경제적 압박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중국에 대만과 의미 있는 대화를 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중국의 훈련을 계속해서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왕이 "역외 세력들, 냉전 선동" 비판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원이기도 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이 19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인 태국 부총리 겸 외교부장 돈 쁘라뭇위나이와 회담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한·미·일 정상회의 다음 날인 19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외교장관)은 중국에 방문한 돈 쁘라뭇위나이 태국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을 만나 "역외 세력들이 냉전을 선동하고 있다"며 평화와 안정을 무너뜨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언은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자국을 비판해온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한·미·일 정상이 공동성명에서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 중국을 국제 질서를 저해하는 주체로 명시한 데 대해 중국 측이 불쾌함을 내비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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