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습 기간 노렸다…'연말정산' 메일까지 보낸 北 김수키
━
사칭 메일 보내 악성코드 심고 정보 빼내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과는 이 이메일을 보낸 것이 세무법인이 아니며 북한 해킹조직인 ‘김수키(Kimsuky)’의 소행이었다는 점을 알아냈다고 20일 밝혔다. 한미연합연습을 노려 사이버 공격을 시도한 것이었다. 김수키는 북한 정찰총국 산하의 해킹조직으로 2012년경부터 사이버 공격을 전개했다. 2014년 한국수력원자력 해킹 사건으로 크게 유명해진 해킹 그룹이다.
지난해 4~8월 국내 외교·안보 분야 관계자 150여명에게 대량 유포된 ‘피싱 메일’과 지난해 5월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실 비서 명의로 외교·안보 전문가들에게 발송된 피싱 메일도 김수키의 소행이라는 것이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 6월 2일 김수키를 독자 대북 제재 명단에 올렸다.
김수키는 주로 기자나 학자, 싱크탱크 연구원, 사법기관, 포털사이트 관리자 등을 사칭해 범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첨부파일 등을 내려받게 해 악성코드를 컴퓨터에 심은 뒤 원격조정 등을 통해 개인정보 등을 빼내는 방식이다. 김수키는 최근 코인 거래소 및 투자와 관련된 내용으로 위장한 악성 코드를 유포하고 있다. 안랩에 따르면 ‘위**월렛 자금 자동 인출.docx’ ‘위**팀-월렛해킹 공통점.docx’ ‘20230717_030190045911.pdf’ 등 코인 관련 내용으로 위장한 악성 코드가 실행 파일 및 워드 문서 형식으로 유포되고 있다. 정상 문서 같지만 실행하면 악성 코드가 실행돼 사용자의 개인 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있다.
연말정산 기간 노려 ‘원천징수영수증 오류’ 메일
김수키는 지난 연말정산 마감일이 지난 2월이라는 점도 고려했다. ‘원천징수영수증’을 위장해 악성코드가 심어진 메일을 한미연합연습 전투모의실에 파견된 A업체 직원들에게 발송했다. 조사 결과 김수키는 지난해 4월부터 A사를 해킹하기 위해 악성코드가 담긴 전자우편 공격을 지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 A사 소속 직원의 메일 계정을 탈취해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심는 데에 성공했다. 이후 원격 접속을 통해 A사의 업무진행 상황과 직원들의 개인정보 등을 빼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지난 3월 미군 측으로부터 “보안시스템에 악성코드가 접속하려고 한 기록이 있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은 미국 수사기관과 함께 공동 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해킹 공격에 사용된 아이피(IP)가 2014년 김수키가 벌인 한국수력원자력 해킹 사건과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 메일을 받은 일부 직원이 문의하는 과정에서 받은 답장 메일에 ‘념두(염두의 북한어)’ 등 북한식 어휘가 사용된 사실도 확인했다.
주한미군 한국인 근무자에게도 사칭 메일…수사 중
경찰은 해당 메일이 한미연합연습 시기(3월 13~23일)에 맞춰 전달됐고 김수키의 기존 공격과 수법이 비슷한 점 등을 종합해 이번 사건도 김수키의 소행으로 결론지었다. 경찰과 미군 수사당국은 A사의 공용·개인용 컴퓨터에 대해 악성코드 감염 여부를 점검하는 등 보호조치를 완료하고, 추가 피해 예방을 위해 한미연합연습에 참여하는 근무자를 대상으로 보안교육을 했다.
경찰은 한미연합 군사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8월 21~31일)’를 한 달 앞둔 지난 7월 미 육군 인사처를 사칭한 메일이 주한미군 한국인 근무자들에게 발송된 사실을 추가 확인하고 미국 수사당국과 공조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주한미군 한국인 근무자들이 받은 메일도 비슷한 방법으로 개인용 컴퓨터가 해킹돼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최모란·장서윤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IQ 204' 10살 영재, 서울과고 자퇴…"협박메일 받았다" 무슨 일 | 중앙일보
- ‘입꾹닫’ 임원들이 달라졌다…정의선이 머스크보다 강한 이유 | 중앙일보
- 피프티피프티 사태 다룬 '그알'…"감성팔이" "편파방송" 말 나온 이유 | 중앙일보
- '멧돼지 총격전'에 대구 덜덜…도심 잦은 출몰, 이게 지렁이 탓? | 중앙일보
- "김연경, 날 술집여자 취급…몸 대주라 해" 이다영 추가 폭로 | 중앙일보
- 편의점 '미끼상품' 옛말…요즘 젊은이, 담배 대신 '이것' 산다 | 중앙일보
- 연봉 1000만원 올리더니 또 대거 뽑는다…채용 경쟁 붙은 '이곳' | 중앙일보
- 알고보니 400억짜리였다...한국 백화점서 본 뜻밖의 '보물' | 중앙일보
- "이순신 욕보인다"…일본 호스트 콘셉트 '다나카' 앞세운 명량대첩축제 | 중앙일보
- 여친 머리 밀고 얼굴에 소변...'바리캉 폭행남' 피해자 아버지의 분노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