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신작 부재 K 콘텐츠로 채운다?…웃지 못할 속내 [할리우드가 멈췄다③]

류지윤 2023. 8. 20. 14: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사실상 할리우드 파업 영향 크게 못미쳐
한국콘텐츠 업계, 저작권법 개정안 심의 속개와 통과 요구

5월부터 이어져 온 미국작가조합(WGA) 파업에, 미국 할리우드 배우들이 7월 14일(현지 시간)부터 동참하기로 했다. 미국에서 배우와 작가들이 동반 파업을 벌인 건 63년 만이다.

ⓒ픽사베이

1960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배우 노동조합장을 이끌었던 당시 극장용 영화가 TV로 방영될 경우 재사용료를 지급할 것을 요구하면서 동반 파업이 벌어졌다.

이후 배우조합과 작가조합은 동반 파업은 아니더라도 각각 이익에 따라 개별 파업을 진행했다.

배우조합은 1980년에도 영화가 비디오화되었을 때도 재사용료 지급을 촉구했다. 작가조합 역시 1988년 비디오테이프나 레이저 디스크 등 새로운 매체로 영화나 TV 프로그램이 판매될 경우 재사용료를 요구하며 논쟁이 이뤄졌다. 2007년 파업에서는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로열티와 작가들의 이익을 논의하며 파업을 벌였다. 이 파업은 온라인 콘텐츠의 급증에 따른 작가들의 보상 문제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할리우드의 파업은 극장에서 TV, TV에서 비디오, 비디오에서 OTT로, 기술 발달에 따라 변화하는 플랫폼이 제대로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이번 파업을 향한 전망이 마냥 밝지만은 않은 이유는 영화·TV제작자연맹(AMPTP)파업에도 불구, 논쟁에 대해 그다지 심각하게 여기고 있지 않다는 행보 때문이다. 콘텐츠 제작 업체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선 인공지능 기술을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양측의 문제가 단시간 내에 정리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예시로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의 경우 파업 진행임에도 불구 AI와 머신러닝 관련 직종을 마련해 채용을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선택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기계 학습 플랫폼 팀에 최대 90만 달러의 연봉을 내걸어 파업하는 작가, 배우진들의 힘을 빠지게 만들었다.

현재 디즈니 내부에는 6개의 AI 관련 직종이 존재하며, 디즈니 플러스를 비롯한 유통 서비스 리서치 부문에서도 머신러닝 엔지니어를 모집하고 있다. 이외에도 아마존, 애플, 소니,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 파라마운트, NBC 유니버설 등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 역시 AI 관련 직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대형 회사들의 움직임은 시나리오 작가와 배우들의 우려가 현실화될 일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암시한다. 할리우드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를 이끌고 있는 프란 드레셔는 이에 대해 "우리에게 강요된 비즈니스 모델에 의해 우리는 체계적으로 생계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또한 OTT 시장의 선두주자인 넷플릭스는, 할리우드 파업으로 미국 콘텐츠는 중단됐지만 미국 외 국가 및 지역으로 콘텐츠 생산 거점을 옮기며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글로벌 OTT인 만큼 미국이 아닌 타국에서 출시되는 작품으로 충분히 신작을 커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2023년 2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증가한 81억 9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순이익 역시 지난해보다 5000만 달러 증가한 14억 9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할리우드 배우, 작가들의 파업을 바라보는 국내 콘텐츠 업계의 시선도 복잡하다. 할리우드 대작들의 지연이 한국 콘텐츠 시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실상 단기적인 일이다. 한국 콘텐츠 업계 역시 국내 콘텐츠 유통사는 물론 글로벌 OTT를 상대로 재상영분배금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영화감독조합(DGK),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SGK), (사)한국독립PD협회, 한국영화인총연합회 등 창작자 단체들은 8월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한 심의 속개와 통과를 요구했다. 저작권법 개정안은 ‘저작권을 양도한 영상 창작자가 영상물의 최종 공급자에게서 수익에 비례해 보상을 받을 권리’를 담고 있다.

저작권법 개정안 논의가 영상창작자들의 논쟁이 된 배경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을 했지만 수익 대부분을 제작진이 아닌 넷플릭스가 취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DKG

DGK은 "영상창작자가 저작물의 사용량에 비례하여 영상저작물최종제공자로부터 정당한 보상을 받는 것은 미국, 프랑스, 스페인 등 많은 나라에서 창작자 보호 제도로 안착되어 수십 년간 시행되어 왔으며 저작권법이 미비했던 나라들은 2019년 EU의 DSM 저작권 지침 발효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저작권법을 개정을 완료했다. 대한민국 국회에서도 정당한 보상 법안이 발의된 이후 해당 법안과 관련하여 공청회, 국회 토론회 등 수차례 논의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법안을 심사해야 할 상임위에서는 논의가 없다는 것에 많은 창작자들이 허탈함과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라고 전했다.

인간의 신뢰보다 비즈니스와 기술을 우선시한 탓에 벌어진 혼란을 우리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영산산업 생태계의 혁신이 초래할 파괴를 최대한 막고 싶은 할리우드의 파업이 성공할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인간의 신뢰보다 기술을 중요시 여기면, 업계가 큰 갈등이 된다는걸, 앞서 파업과 그 경험들을 통해 지켜봐왔다"라고 지적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