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CCS' 옷 입는 다윈 LNG터미널, 韓 탄소중립 실현 발판인 이유
'CCS' 하나로 'LNG 수출 허브'로 재탄생…"준비는 모두 완료"
韓 '탄소중립'에도 이바지…SK E&S, 현지 저탄소LNG로 청정수소 생산
큰 걸림돌은 '원주민'…현지 정부 "탄소중립 위해 프로젝트 꼭 필요"
큰 2개의 탱크 그리고 촘촘하게 이어진 수많은 파이프와 각종 설비로도 채워지지 않는 광활하게 펼쳐진 부지에서는 대기 중에 눈에 보이지 않는 탄소가 흩날리고 있었다. 영화 '매드맥스'의 배경 만큼이나 삭막해 보이는 다윈항 인근의 LNG터미널. 겨울에도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드넓은 바다, 관광객조차도 몇 없어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던 호주 휴양지 다윈(Darwin)지역과는 어울리지 않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이 LNG터미널이 '그린'으로 상징되는 '친환경 옷'을 입기 만을 기다리고 있다. 탄소 포집·저장(CCS) 설비를 구축해 '저탄소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허브'로 재탄생 하겠단 목표다.
16일 방문한 다윈 LNG터미널 부지 곳곳은 공백이 가득했다. CCS 설비 구축과 기존 설비 개조 등을 위한 공간을 미리 확보해 놓은 것으로, 땅 고르기 작업은 이미 마친 상태였다.
모든 공사가 끝나면 다윈 LNG터미널은 호주의 CCS 기반 '저탄소 LNG 수출 허브'이자 이산화탄소(CO2)를 저장소로 운송하는 중계 기지가 된다. 호주 산토스사(社)가 주관하는 '다윈 LNG터미널 프로젝트' 로 SK E&S 등 다국적 기업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있다. 바로사 가스전에서 시작해 다윈 LNG터미널을 거쳐 곧 수명을 다하고 공동(空洞)이 될 바유운단(Bayu Undan) 가스전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먼저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다윈 LNG 플랜트로 보내고, 여기서 포집된 이산화탄소(CO2)는 해저 파이프 라인을 타고 약 500㎞ 떨어진 바유운단 가스전으로 운송된다. 운송된 CO2는 지하 약 3㎞의 사암층에 주입돼 영구히 저장된다. 가스전 개발과 동시에 인근 대형 CO2 저장고를 확보해 CCS 효율은 높이고 비용은 낮출 수 있는 사업 모델이다. 이 모든 과정들은 '파이프 라인' 하나로 이어진다.
리차드 힝클리(Richard Hinkley) 산토스 청정 에너지 및 CCS 개발 총괄 담당이사는 "파이프는 CCS의 핵심 자산으로, 지금도 파이프를 통해 바유운단에서 가스가 들어오고 있다"며 "올해 연말 바유운단의 가스가 고갈되면, 그곳에 26인치의 파이프를 통해 연간 1000만t의 포집된 CO2를 주입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CCS 설비가 구축되지 않아 LNG 생산 중 발생된 CO2는 모두 대기에 방출되고 있었다. 이에 관련된 규제가 없기에 매일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셈이다.
힝클리 이사는 "연간 60만t 정도의 CO2가 여기서 분리되고, 설비를 통해 대기 중으로 방출고 있다"며 "LNG 생산을 위해 CO2를 포집하고는 있지만, 기존 20년 동안 CCS를 할 필요가 없었기에 연소 작업을 통해 대기 중에 CO2를 내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LNG터미널이 CO2 포집 기술은 이미 확보했기에, 지금 설비에서 CCS 플랜트로의 개조 과정은 간단해진다. CO2를 방출하는 설비에 CO2를 저장하는 설비만 덧붙이게 되면 CCS가 완성된다. CCS가 구축되면 기존 CO2를 방출하던 설비는 제거될 예정이다.
힝클리 이사는 "60만t 이상의 CO2를 포집할 수 있는 설비는 이미 구축했기에 저장 기술 구현이 어렵지 않다"며 "LNG를 생산하려면 불순물을 제거해야 하기에 순수 LNG 생산을 위해 CO2를 빼낸 경험이 있어 저장까지의 기술적 장벽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韓 '탄소중립' 꿈도 실현시켜 줄 호주 현지 프로젝트
호주 현지에서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는 한국과 멀찍이 떨어진 호주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의 탄소중립 꿈을 실현하는 데 있어 중요한 발판이 될 곳이다.
생산 과정에서 탄소중립을 이룬 LNG를 안정적으로 수급해 에너지 안보에 기여함은 물론, CCS 노하우도 쌓을 수 있다. 나아가 LNG를 활용한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CO2의 매립 루트도 확보해 블루수소 프로젝트에도 기여한다.
10여 년 전부터 바로사 가스전 개발에 참여한 SK E&S는 한국 기업 중 유일하게 '다윈 LNG 프로젝트'에도 참여해 있다. CCS 기반 '다윈 LNG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해외자원개발 모델을 수립하겠단 목표에서다.
지난 2020년 산토스로부터 다윈 LNG 프로젝트 지분 25%를 인수함으로써, 바유운단 가스전과 다윈 LNG터미널 사이에 연결된 파이프라인 및 다윈 액화플랜트 지분을 25%씩 확보했다. 바유운단 가스전을 CO2 저장 플랜트로 전환하기 위핸 기본설계 작업은 지난해 말 완료됐다.
바로사 가스전에서 우리나라로 도입 예정인 LNG는 연평균 130만t에 이른다. 이는 국내 전체 소비량의 3%를 차지한다. 해외자원개발을 통해 직접 가스전에 투자하고 생산된 가스를 도입하는 비중(자주개발율)은 지난해 기준 5%에 그쳤지만, 바로사 가스전 물량이 확보되면 이 비율은 1.5배 정도 상승할 수 있다. 그만큼 국가 에너지 안보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또 생산된 저탄소 LNG는 국내로 들어와 대부분 청정수소 생산을 위한 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SK E&S는 충남 보령LNG터미널 인근 지역에 들어설 블루수소 플랜트에서 오는 2026년부터 연간 25만t의 블루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CO2 역시 포집돼 전용 수송선을 타고 바유운단 가스전으로 보내져 땅속 깊히 묻히게 된다.
SK E&S 관계자는 "보령 블루수소 플랜트는 세계 최대 규모로 추진되는 청정수소 프로젝트"라며 "우리나라에서 자체적인 청정수소 생산 및 조달을 가능하게 해 탄소중립 달성과 국내 에너지 자급률을 올리는 데 기여함은 물론 대규모 경제적 파급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장벽은 '원주민'…현지 정부는 '프로젝트' 적극 지지
현지 정부도 다윈 LNG터미널 프로젝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에너지 전환에 있어 천연가스의 필요성, 그리고 이를 위한 CCS 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현재 일부 호주 원주민들의 반발로 바로사 가스전 사업의 시추가 중단된 상태다. 이 사업으로 바다 밑에 설치될 대형 파이프라인에서 가스 유출 우려가 있다며 반발한 것이다. ‘해양 석유 및 온실가스 저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원주민 등과의 협의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단 이유로 사업이 일시 중단된 상태지만, 정부와 산토스 간 협력을 통해 해결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니콜 매니슨 (Nicole Manison) 호주 북준주 부총리는 "석탄 등 화석연료에서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있어 중간 단계로 가스가 꼭 필요하다"며 "이 중간 단계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중요하다 생각하며, CCS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적어도 반 이상의 호주 국민은 에너지 전환에서의 가스의 역할을 인정하고 지지하고 있다"며 "가스는 호주 뿐만이 아니라 호주의 파트너 국가들에도 굉장히 중요한 자원이다. 북준주는 그 과정 속에서 바로사 프로젝트 등에 대해 잘 공감하고 있고, 잘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언제나 중요한 일이며, 프로젝트 개발 단계에 이런 것들을 항상 점검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 와중에 Anti-Gas 성향이 강한 환경단체는 어떤 발표라도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로젝트 진행 중단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이 프로젝트는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한 프로젝트라며 "호주 해상석유환경청(NOPSEMA)이 퍼스에 있고, 거기에 산토스가 원주민 협의를 굉장히 훌륭하게 수행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또 "호주 연방 정부가 최근에 가스에 대한 정책을 크게 변경했고, 그게 한국에서 큰 아젠다가 됐다"며 "산토스는 그 새로운 규정에 만족하며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고, 북준주도 깊게 관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를 통해 고용 창출 등 다양한 경제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보였다. 대략적으로 2만개의 일자리 창출과 함께 상당한 경제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매니슨 부총리는 "이와 연관된 사업들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 구체적인 수치는 얘기하기 어렵지만 굉장히 큰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며 "바로사가 60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는데, 다윈의 인구 수를 고려하면 작은 수가 아니다. 산토스라는 운영사가 이미 이 프로젝트에 수억 달러의 투자를 했기 때문에, 이미 경제효과가 발생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어 "바로사 프로젝트가 향후 수십 년 간 많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이기 때문에, 연방 정부도 이 부분에 대해 지원을 하고 있다"며 "영해 5㎞ 안쪽으로는 북준주 소관이나, 바로사가 위치한 그 밖은 연방정부의 소관인데, 연방정부도 이 프로젝트가 큰 경제적 가치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고 적극 지원 중"이라고 말했다.
이 같이 현지 정부는 '다윈 LNG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과 지지를 강력히 드러내고 있다. 크리스 보웬(Chris Bowen) 호주 기후변화·에너지부 장관은 "우리 정부는 탄소 포집·활용 및 저장(CCUS)가 에너지 전환의 일부로, 특히 줄어들기 어려운 부문에서 탄소 배출을 감축하는데 기여하는 역할을 인지하고 있다"며 "이것이 호주 정부가 CCUS관련 산업을 지원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연방 정부 관계자도 "정부의 '세이프가드 개정안'은 호주의 대형 탄소 배출 사업자들이 우리의 배출 감축 목표에 기여하도록 보장한다"며 "이러한 획기적인 개혁은 2030년까지 2억t 이상의 탄소 배출량을 줄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호주는 한국과 장기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 파트너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의 자연 요건은 우리를 한국과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다른 지역의 주요 파트너들이 에너지 전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이상적인 파트너로 만들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녹색 수소 생산 또한 호주의 우선 과제이며 우리는 한국의 기술을 활용해 우리의 수소 산업을 구축하고 한국의 거대한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켜 제조업에 동력을 공급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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