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전시회 1만명 다녀갔다…절박한 서점들 이유 있는 변화

홍지유 2023. 8. 20. 13:5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3만장의 종이를 쌓아 만든 설치 미술 '어떤 부활', 중고 책을 쌓아 만든 '생각 지상주의자들의 탑', 건물의 외벽과 담장, 울타리를 관통하며 자란 나무 사진들….

지난달 서울 성동구 에스팩토리에서 열린 예스24 24주년 기념 전시 '생각 지상주의자들의 요람'을 찾은 관람객이 전시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뉴스1

온라인서점 예스24가 기획한 전시장 풍경이다. 지난달 성수동에서 2주간 열린 '생각 지상주의자들의 요람' 전시회다. '책'과 '읽는 행위'를 주제로 잡은 전시에 미디어아트, 팝아트 작가들이 참여해 대형 설치 미술 작품과 책을 쌓아 만든 탑 등 실험적 오브제를 선보였다. 전시장 곳곳에는 관람객이 쉴 수 있는 빈백(Bean bag)과 의자를 배치해 짚으로 둘러싸인 요람을 구현해 냈다. 2주간 1만 명이 전시를 찾았다.

지난달 서울 성동구 에스팩토리에서 열린 예스24 창립 24주년 기념 전시 '생각 지상주의자들의 요람'에 전시된 유나얼 작가의 작품. 연합뉴스


최세라 예스24 대표는 서점이 현대미술 전시를 연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20대가 책을 많이 안 읽는다고 하지만 인생을 살다 보면 책이 필요한 순간이 언젠가 있어요. 그때가 오면 예스24를 찾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젊은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서점 문턱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서점이 변하고 있다. 책 파는 공간에서 탈피해 '새로운 문화 경험을 선사하는 복합 콘텐트 기업'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설정해야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2021년 반디앤루니스의 폐업이 위기의식에 기름을 부었고 올해 교보문고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으며 서점가의 변화 속도가 한층 빨라지는 모양새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이 만든 창작 플랫폼 '투비컨티뉴드'에는 장르 제약 없이 어떤 글이든 올릴 수 있다. 사진 알라딘

알라딘은 콘텐트 창작 플랫폼 '투비컨티뉴드'를 올 초 런칭했다. 웹 소설이나 웹툰 위주인 다른 플랫폼과 달리 에세이와 논픽션까지 장르 경계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연재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미국 출판 잡지 '퍼블리셔스 위클리'를 신인 번역가들이 옮기도록 하는 번역가 발굴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김병희 알라딘 이사는 "문학 팬들이 해외 문학 잡지 중 재미있는 칼럼들을 번역해 소개하고 싶어도 저작권 문제 때문에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알라딘이 저작권을 사서 신진 번역가들에게는 기회를 주고 독자들에게는 다양한 콘텐트를 소개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의 '단한권 인쇄소' 홈페이지 화면. 사진 알라딘

알라딘은 지난 3월 '알라딘 단 한 권 인쇄소'도 오픈했다. 출판사에도 재고가 없는 책을 알라딘이 주문 생산 방식으로 제작해 독자에게 배송하는 서비스다. 독자의 주문이 들어오면 저자와 출판사의 승인을 받은 다음 만든다. 김 이사는 "중고 시장에서만 유통되는 희귀 서적이나 수십 년 전 출판된 아이돌 가수의 에세이 등을 인쇄해 달라는 문의가 들어온다"고 했다.

알라딘이 주로 독서 마니아층을 겨냥한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면 예스24는 공연·콘서트·여행 상품 등으로 상품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프랑스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함께 떠나는 원주 여행' 패키지를 내놓아 하루 만에 완판 시켰다. 이 밖에도 공연 예매 서비스 예스24 티켓, 대학로 극장인 예스24 스테이지, 콘서트홀인 예스24 라이브홀 등 출판 이외의 문화 콘텐트 사업 비중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콘서트 전문 공연장 '예스24 라이브홀' 전경. 사진 예스24


하반기에는 독서·생활용품 브랜드 '리센스'를 런칭하고 독서 커뮤니티 기능을 갖춘 노트 앱 '사락'도 선보인다. 최 대표는 지난 5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의 강점은 저자와 접점을 두고 독자를 연결해주는 데 있다. 북클럽과 독서 노트 등 커뮤니티를 강화해 독자들이 책을 더 자주 찾을 수 있도록 동기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 공모전 '교보문고 스토리대상'을 통해 드라마로 만들어진 소설들. 왼쪽부터 김이랑의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 강한빛의 『루왁인간』, 구상희의 『마녀식당으로 오세요』. 사진 JTBC·티빙

교보문고는 2013년 시작한 스토리공모전의 상금 규모를 올해 증액했다. 판돈을 키워 제2의 '재벌 집 막내아들'을 탄생시킬 창작자를 모시겠다는 취지다. 스토리공모전은 이상문학상이나 현대문학상 같은 기존 문학상과 달리 처음부터 영상화를 전제로 콘텐트를 선별한다. 종이책만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통상 소설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질 때 판권료는 5000만원~1억원 선에서 책정된다. 이 판권을 영화제작사나 방송사에 팔아 작가와 수익을 나눠 갖는 지식재산권(IP·intellectual property) 사업이다.

예스24는 자체 웹 소설·웹툰 플랫폼 북팔을, 교보문고는 톡소다를 구축했다.

전문가들은 서점들이 네이버·카카오 등 공룡 기업들과 콘텐트 시장에서 경쟁해 살아남기 위해서는 독자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장은수 출판평론가는 "하나의 콘텐트를 영화·드라마·웹툰 등 여러 형태로 가공할수록 부가가치가 커지기 때문에 사업 방식의 변화는 당연한 수순"이라며 "대형 서점은 전자책 데이터를 통해 어떤 연령대와 성별의 독자가 어떤 책의 어떤 구절에 밑줄을 치는지 알 수 있다. 독자가 반응하는 지점을 나노 단위로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데이터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