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과 마약 혐의... 조니 뎁은 정말 무죄였을까

김준모 2023. 8. 2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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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뎁 vs. 허드>

[김준모 기자]

 
 <뎁 vs 허드> 스틸컷
ⓒ 넷플릭스
 

2009년 영화 <럼 다이어리>로 시작된 조니 뎁과 앰버 허드의 인연은 2022년 악연이 되는 최악의 결말을 맞이했다. 2015년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2017년 공식적으로 이혼했다. 허드는 뎁이 술과 마약 문제로 갈등을 겪다 그가 가정폭력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2018년 허드는 이 사실을 워싱턴 포스트에 고발했고, 2019년 뎁은 그녀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그리고 2022년, 앰버 허드가 패소하며 이들의 로맨스와 이혼 사가는 마무리가 되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뎁 Vs. 허드>는 이미 결론이 난 재판의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다소 위험한 시도를 선보인다. 사건을 뒤집을 새로운 증거가 나온 것도, 재판에 나서지 못한 증인을 확보한 것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앰버 허드의 편에 서서 그녀의 입장을 대변해 주는 시각을 지닌 작품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다만 시점을 바꿔보면 사건의 진실보다는 현 사법제도에서 판결이 이뤄지는 과정에 집중하는 주제의식을 지니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조니 뎁과 앰버 허드의 명예훼손 재판은 그 내용 하나하나가 화제를 모았다. 이렇게 발언 하나하나가 세세하게 주목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재판장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중계가 되었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는 이 재판이 여러모로 조니 뎁 측에 유리할 수밖에 없었던 판이었음을 강조한다. 뎁은 버지니아에서 소송을 진행했다. 뎁과 허드 두 사람 다 버지니아에 연고가 없다는 점에서 의문으로 다가오는 선택이다.

 
 <뎁 vs 허드> 스틸컷
ⓒ 넷플릭스
 

버지니아는 미국 주 중에서 명예훼손 관련 처벌이 가장 강하다고 한다. 때문에 다큐는 뎁이 이를 이용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촬영과도 연결된다. 허드 측이 원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를 기획한 건 뎁 측임을 추측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뎁과 허드가 지닌 할리우드 내에서의 입지 차이다. <아쿠아맨> 시리즈를 통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은 허드이지만 뎁은 한때 할리우드 수입 NO.1 배우였던 만큼 톱스타 그 자체인 인물이다.

무려 4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고 200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뎁은 호의적인 여론을 등에 업고 있었다. 재판장 밖에는 뎁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가득했고 중계는 이런 여론을 더욱 가속화 했다. 폭언이 담긴 녹음을 제외하고는 실질적인 폭행 증거가 없는 허드 측은 여론전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SNS 내에서도 뎁을 응원하는 영상과 함께 허드를 조롱하는 영상이 큰 인기를 끌었다.

다큐멘터리가 주목하는 건 이 여론전의 현상이다. 재판은 뎁의 명성과 허드의 눈물로 대결구도가 잡혔다. 뎁은 지저분한 추문이 많은 할리우드에서 인성이 좋은 배우로 잘 알려져 있다. 때문에 촬영과 중계는 그에게 유리한 요소였다. 허드는 가정폭력을 당하는 이들에게 희망과도 같은 존재로 떠올랐다. 때문에 이들을 위해서라도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의 여론이 그 뒤에 있었다.
 
 <뎁 vs 허드> 스틸컷
ⓒ 넷플릭스
   

재판은 증거재판주의에 따른다. 다만 그 판결에 있어서는 여론이 크게 작용한다. 이 작품의 주제가 현 시점에 강하게 다가오는 건 판결과 관련된 문제 때문이다. 최근 한국사회는 문제의 공론화에 집중하고 있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그 문제가 재판을 향하기 이전에 이미 여론재판에 회부된다. 뜨겁게 들끓는 여론은 네티즌 수사대의 지나친 오지랖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사법부의 판결에 대한 불만이 쌓인 결과로 다가오는 요즘이다.

재판은 여론의 관심이 쏠릴수록 그 판결이 더 강하게 내려진다. 동종범죄라 하더라도 여론이 집중되었을 때 사법부의 망치가 더 가혹하다는 걸 우리는 많은 사건을 통해 지켜봐 왔다. <뎁 Vs. 허드>는 재판에서 여론이 동원될 시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준다. 이목이 주목되는 재판에서 판사가 스타가 되기를 원한다면 결국 모든 재판은 여론에 따라 결과가 정해지게 될 것이다.

특히 민사재판까지 여론의 영향을 받는다면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3부작 다큐멘터리는 가십을 통해 흥미를 자극한 후 현상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신이 아닌 인간이 같은 인간을 벌하는 사법제도는 인류 역사상 그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SNS의 시대, 사법제도는 여론이라는 새로운 암초를 만나게 되었다. 이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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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기자의 매거진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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