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둘러싼 일본의 속내... "중요한 만큼 반복해서 말해야"
[이영광 기자]
▲ MBC <PD수첩>의 한 장면 |
ⓒ MBC |
올해 삼일절 세종시의 한 아파트에 일장기가 걸렸다. 온 나라가 충격에 빠졌다. 삼일절에 일장기를 건 사람은 이정우 목사였다. 이 목사에게 미래 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지지하는 마음에서 일장기를 걸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증거는 없다고 했다. 어떻게 이런 주장을 할 수 있을까?
지난 15일 광복절 특집으로 MBC <PD수첩>에서는 '독도 도발 19년, 기시다의 승부수' 편이 방송되었다. 이정우 목사 인터뷰로 시작한 이날 방송은 일본이 어떻게 독도에 대해 도발하는지 일본 현지 취재 통해 살펴보았다. 취재 이야기 듣기 위해 지난 17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해당 회차를 연출한 이규찬 PD를 만났다. 다음은 이 PD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
극우주의자들의 본심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뭔가 뿌듯하기도 하지만 아쉬운 마음도 크네요. 처음에 김재영 선배가 독도 아이템 얘기를 했을 때 솔직히 저는 큰 관심 없었거든요. 왜냐면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말이 너무나도 중요한 말이지만 또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니까요. 그렇다 보니 진부하다는 이미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래서 독도 이야기가 의미는 있는데 과연 매력적으로 전달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이 됐어요. 그런데 막상 여러 가지 자료들을 살펴보고 현안들에 대해 인터뷰하니까 제가 몰랐던 것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이 시기에 방송할 수 있어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 독도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일본의 한 단계 강화된 독도 도발이 계기였어요. 특히 기시다 정부에서 작년 12월에 각의 결정 통해 국가안보 전략 문서를 9년 만에 개정했거든요. 국가 안보 문서에서까지 독도를 일본 고유 영토라고 규정한 건 기시다 내각이 최초에요. 그리고 올해 3월, 기시다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독도 문제를 언급했다는 NHK 보도가 나왔죠. 영토 문제는 정산 간 만남에서 금기였는데, 일본 총리가 한국 대통령에게 독도 이야기를 꺼냈다는 보도가 나온 건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또 내년부터는 모든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말이 강화된 표현으로 들어가요.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보았을 때 기시다 총리를 중심으로 한 독도 도발 흐름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든 형국이라고 봤어요."
- PD님은 독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어요?
"부끄럽지만 '독도'는 너무나도 당연한 우리 땅이기에 깊은 관심 없던 사람이었어요. '독도는 우리 땅' 노래 가사가 정확히 기억나고 조오련 씨가 독도로 헤엄쳐 가는 장면을 TV로 봤던 것도 기억나지만 기억 속에서 흘러갔죠. 하지만 이번에 방송을 준비하면서 그때는 보지 못했던 역사적 맥락을 알게 되니까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말이 굉장히 복합적으로 느껴졌어요."
- 프롤로그에서 2005년부터 2023년까지 독도에 대한 타임라인을 보여줬는데 왜 이렇게 하셨어요?
"독도에 대한 역사적, 사회적 맥락의 흐름을 먼저 보여주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그 맥락을 알아야 현재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더 공감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지금 독도 이야기를 하는 게 갑작스럽게 느껴지지 않았으면 했어요."
"한여름에 섬은 너무 뜨거워요. 촬영 당일에 야외 체감 온도가 39도였어요. 심지어 독도에서 울릉도로 돌아오는 배의 발전기가 과열돼 바다 한복판에서 10분 넘게 멈춰 선 날이기도 했어요. 그리고 독도에는 그늘이 없어요. 체력적으로 힘든 환경에서 오승훈 아나운서와 촬영팀이 많이 고생했어요. 그래도 <PD수첩> MC가 우리 땅인 독도에 직접 가서, 그 현장에서 시청자들한테 이야기하는 건 의미가 깊었던 것 같아요."
▲ 이규찬 PD |
ⓒ 이영광 |
- 삼일절에 일장기를 건 이장우 목사 인터뷰하셨던데 섭외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요.
"처음에 섭외 연락을 했을 때는 의외로 전화를 받고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약속을 잡은 후 갑자기 연락이 안 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무작정 이 목사의 교회로 알려진 곳을 찾아갔죠. 하지만 교회 문은 닫혀 있고 노크해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어요. 어떻게 할까 고민하며 기다리는데 우연히 교회로 들어가려는 관계자를 만난 거죠. 그때 다시 한번 이야기하자 이 목사가 나타났고 현장에서 설득이 이루어졌어요."
- 이 목사는 일본 식민지의 공과를 말해야 한다는데 그가 생각하는 공이 뭔지 물어보셨어요?
"간단하게 말하면 일본 덕분에 한국이 근대화되었다는 주장이에요. 일본이 한국을 식민 지배했기 때문에 한국에 병원도 생기고 평균 수명도 늘어나고 경제적으로도 발전도 했는데 왜 이거에 대해서는 전혀 고마워하지 않느냐, 이기적이라고 하더라고요. 전형적인 식민지 근대화론과 같은 주장을 했어요."
- 삼일절에 일장기 거는 심리가 뭘까요?
"이 목사 말로는 한일 화합을 위해서였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렇게 믿고 있는 측면도 있는 것 같고 한국에 대한 어떠한 반발심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이 목사는 '한일'이라고도 안 하고 굳이 '일한'이라고 순서를 바꿔서 말하기도 하거든요. 태극기와 일장기가 조화롭게 걸리면 좋겠다는 말은 좋지만 삼일절의 맥락 무시하고 일장기를 거는 건 폭력적이죠."
- <반일 종족주의>라는 이영훈 교수의 책을 극우들은 많이 읽나 봐요?
"듣기로는 극우들의 바이블이라고 하더라고요. 엄마부대 주옥순이 등장한 우익 집회에서도 그렇고 아마 웬만한 극우들은 다 보지 않았을까요.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2019년에 베스트셀러가 됐었잖아요. 그냥 관심을 끈 정도가 아니라 베스트셀러가 됐을 정도니까요."
-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반일 종족주의>를 감명 깊게 읽었다고 하면서도 독도에 내용은 책에 있는지 몰랐다고 하는데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아요.
"말이 안 맞죠. 왜냐하면 책의 한구석에 써 있는 내용도 아니고, 대표 저자인 이영훈 교수가 직접 쓴 주요 챕터 중 하나이거든요. <반일 종족주의> 북 콘서트까지 나와서 '빛나는 지성들의 연구열이 돋보인다. 깊은 감동을 준다'고 극찬했는데 모른다는 건 이상해요."
- 일본 극우 인사도 인터뷰하셨는데 어땠나요?
"일본 우익 정치인들은 그들이 할법한 주장들을 했던 것 같아요. 우익 시위 집단 대표도 <반일 종족주의> 책을 보여주면서 '매우 좋은 책이다. 이런 책 쓰기 쉽지 않았을 텐데'라는 걸 들으니까 정말로 그 책이 일본 극우한테 큰 영향을 주고 있고 그거에 뭔가 이론적인 토대가 되고 있구나라는 걸 실감했죠."
중요한 이야기
-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주장하는 근거가 뭔가요?
"일본은 한일병합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독도가 무주지(無住地)였다고 주장해요. 러일전쟁 당시 일본의 영토로 편입한 독도를 1952년 이승만 대통령이 평화선 설정하면서 한국이 무단 점거하고 있다는 주장이에요.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에 독도가 한국 영토라는 말이 빠져 있다는 라는 사실을 주요 근거 중 하나로 내세우는데 사실 그렇다고 샌프란시스코 조약이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거든요."
- 1905년 을사늑약 때부터인 것 같거든요. 그러나 을사늑약 전 일본 땅이란 증거는 건 아예 없지 않나요?
"일본의 억지 논리에 근거로 내놓는 증거들은 있어요. 하지만 일본 영토라는 명확한 증거는 없죠. 오히려 방송에도 나왔지만 1877년 태정관지령 같이 반대로 한국의 영토였다는 명확한 증거들은 있죠. 그런데 그런 건 모두 빼놓고 입맛에 맞는 자료들만 근거로 주장하는 거죠."
- 독도에 사람이 살 것도 아닌데 왜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할까요?
"글쎄요. 결국에는 두 가지인데 정말로 독도를 이후 미래에 어쨌든 국제 정세는 힘의 논리니까 그런 논리들을 만들어서 독도를 일본 땅으로 편입하게 되면 많은 지리적이나 어떤 이득을 얻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번 정치인이 국내 정치용으로 자기의 영토를 얘기하는 것도 있고요."
- 3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독도 문제가 나왔을 가능성이 높은 건가요?
"일단 NHK 보도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이 독도를 언급했다고 했던 건 오므라이스가 등장했던 렌카테이에서의 비공개 만찬 자리에서였어요. 정상회담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독도 문제를 얘기했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어요. 윤석열 정부도 독도 문제는 다뤄지지 않았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요."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독도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요?
"기시다 후미오는 2005년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제정할 때부터 깊숙이 관여했던 인물이에요. 외무장관 시절에는 처음으로 독도를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져가야 된다고 했던 인물이기도 하고요. 일본의 이득을 위해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만들려는 것도 있지만 독도 등 영토 문제를 다루는 것이 기시다의 중요한 국내 정치의 기반이 되는 건 아닐까요?"
- 일본은 국민에게 독도에 대해 세뇌하는 것 같아요.
"세뇌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치밀하고 교묘하게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 같아요. 만약 제가 일본의 그런 환경에서 쭉 자란다면 당연히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걸 믿게 될지도 몰라요. 교과서는 물론이고 문구점의 지구본들에도 모두 다케시마라 적혀 있고 작은 선으로 일본 땅이라고 경계를 표시해 놓으니까요. 이런 걸 보면 당연히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하는 주장이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을까요?"
- 대응하는 게 나을까요? 아니면 무시하는 게 나을까요?
"사실 어려운 질문이에요. 오랫동안 무대응이 맞다 아니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맞다라는 쪽이 갈려요. 하지만 저는 과도한 도발에는 확실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도발에 넘어가지 않고 대응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국제무대에서는 어느 정도 목소리를 내야 할 것 같아요."
- 오승훈 아나운서가 클로징 멘트에 우리는 독도를 지키기 위해 뭘 해야 하냐고 묻는데 뭘까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가장 중요한 건 국력인 것 같아요. 국제무대는 결국 힘의 논리니까요. 지금의 국제정세 균형이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는 거잖아요. 그럴 때를 대비해 우리 영토를 지키기 위해서는 국력을 키워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두 번째로는 구체적 진실을 알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사실은 알지만, 그 역사나 근거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잖아요. 구체적 교육이 이루어졌을 때 거짓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는 것 같아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은 뭔가요?
"독도는 단순히 섬 하나가 아니더라고요. 독도에는 영토와 관련한 한·일 관계의 역사와 당시의 국민감정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방송에 나오지는 못했지만 울릉도 독도에서도 인터뷰를 많이 했거든요. 학생들, 선생님들, 몸이 불편한 노인 분까지도. 독도에 대해서 물으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벅차하는 표정이 나오더라고요. 일본의 독도 도발에 대해 진심으로 분노하기도 하고요. 그런 반응을 보면서 새삼스럽기도 하고 안심이 되기도 하고 힘이 되기도 했습니다."
- 시청자에게 말하려는 메시지는 뭘까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든 일본의 독도 도발에 대응하여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 고민해 보자는 게 취지에요. 독도가 한국의 고유 영토라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변화된 현시점에서 무엇이 현명한 대응일까 이야기해 보자는 거죠."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중요한 이야기들은 사실 너무 많이 이야기되어서 때로는 무뎌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익숙하다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요. 나도 모르게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이 중요한 이야기들을 새롭게 보여주는 게 방송의 역할인 것 같아요. 제작진이 느꼈던 것들, 의도했던 것들이 온전히 시청자에게 전달되었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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