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녹인 불길에 지문도 훼손…하와이 산불로 114명 사망
미국 하와이 산불로 인한 사망자 수가 114명을 넘어 계속 늘고 있지만, 자동차까지 녹여 버린 화마의 위력에 신원 확인 작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마우이 경찰 당국은 이번 산불로 인한 사망자가 전날 기준으로 최소 114명이 됐다고 밝혔다.
현재 미 연방 재난관리청(FEMA)이 파악한 실종자 수는 1100~1300명이다. 당초 2000명 이상으로 추정됐지만, 통신망이 복구되고 주민들 간에 연락이 되면서 그나마 1000명대로 줄었다.
이번에 집중적으로 피해를 본 마우이 해안 항구 도시 라하이나의 인구가 1만2000여 명이다. 일부 관광객이 포함됐다 해도 주민 10명 중 1명꼴로 생사를 알 수 없는 셈이다. 현재 수색도 60% 지역에서만 완료된 상황이라, 사망자나 실종자 수 모두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CBS 뉴스는 보도했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이날 연설을 통해 지난 8일 발생한 산불로 모두 2700여채의 건물이 파괴됐고, 피해 규모는 약 60억 달러(약 8조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희생자들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9명에 불과하다.
보통 치아와 지문으로 신원을 확인하는데, 동네 치과가 모두 불에 타면서 주민들의 치아 기록이 함께 사라졌다. 또 자동차를 녹일만큼 거셌던 불길 탓에 지문 확인이 힘들 정도로 시신이 훼손됐다.
결국 신속 DNA 검사업체가 마우이로 재난 대응팀을 파견, 유해 확인에 나섰다고 NBC 뉴스가 보도했다. 이를 위해 미 연방수사국(FBI)은 실종자 가족들이 DNA 샘플을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시설을 지난 18일 개설했다.
군 차원에서도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 전담 부서를 현장에 투입했다. 미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소속 법의학 인류학자 6명이 마우이에서 유골 수집과 신원 확인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염 한가운데에서 사망한 시신은 영원히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로버트 만 하와이대 법의학 인류학 교수는 "이런 대규모 화재로 인한 사망자의 경우 시신 일부가 흩어지고, 고열로 인해 DNA 분자마저 훼손돼 신원 확인이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마우이가 매달 수십만 명이 찾는 관광지인 만큼 피해 지역이 훼손될 우려도 제기된다.
그린 주지사는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정말 (현장을) 보고 싶어 라하이나에 들어온 사람들은 뼈 위를 걷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알아두라"며 당분간 마우이 방문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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