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대포' 크라우저, 세계육상선수권 투포환 2연패
'인간 대포' 라이언 크라우저(31·미국)가 세계육상선수권 포환던지기 2연패를 달성했다.
크라우저는 20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3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남자 투포환에서 23m51의 대회 신기록으로 우승했다.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에는 5㎝ 모자랐지만, 경쟁자들을 여유있게 따돌렸다.
1차시기에서 22m63을 던져 1위로 올라선 크라우저는 2차 시기에서 22m98을 기록해 격차를 벌렸다. 4·5차 시기엔 파울을 했지만, 마지막 시기에선 23m를 훌쩍 넘겼다. 던지는 순간 좋은 기록을 예감한 크라우저는 환호성을 질렀다.
지난해 고향인 미국 오리건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크라우저는 또다시 정상에 올랐다. 2019년 도하 대회(은메달)까지 포함하면 3회 연속 입상이다. 2016 리우올림픽과 2021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크라우저는 역대 최초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서 2연패를 달성한 투포환 선수가 됐다. 크라우저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크라우저는 대회 3주 전 종아리 근육 통증을 느껴 검사를 받았다. 왼 다리에 혈전 2개가 발견됐다. 크라우저는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좌절감과 스트레스를 받은 20일이었다. 의료진과 상의를 통해 항응고제를 맞고, 세계선수권에 나가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크라우저는 우승을 차지했지만, 만족하지 않았다. "30㎝는 더 던질 수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23m51을 던진(마지막 6차시기는 최고의 던지기였다. 세계 기록을 세울 때보다 더 기술적으로 잘 실행했다. 하지만 내 몸의 모든 힘을 쏟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악천후로 예선이 1시간 미뤄지고, 혈전 치료 때문에 컨디션도 완벽하지 않아서다. 크라우저는 24m의 벽을 최초로 깨겠다는 포부도 세웠다.
키 2m1㎝, 몸무게 145㎏의 거구 크라우저에겐 '던지기 DNA'가 있다. 2021년 별세한 할아버지 래리도 창던지기 선수였고, 아버지 미치는 1984년 LA 올림픽 원반던지기 예비 선수였다. 삼촌 브라이언은 1988년 서울,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투창 종목에 출전했다. 또 다른 삼촌 딘은 포환과 원반 선수였고, 사촌 샘과 헤일리도 창던지기 선수다.
크라우저는 한국전 참전 용사이기도 했던 할아버지의 집에서 던지기 놀이를 하면서 육상 선수의 꿈을 키웠다. 크라우저는 "13살 때 포환을 던졌는데, 헛간 지붕까지 날아갔다. 그 이후로 할아버지 집 마당에서 투척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성인 선수가 쓰는 금속 재질 포환의 무게는 16파운드(약 7.26㎏)다. 볼링에서 쓰는 가장 무거운 공 무게와 같다. 같은 투척 종목에서 쓰는 원반(2㎏), 창(800g)보다 무겁다. 손잡이가 있는 해머와는 무게는 같으나 표면이 매끈한 구형(지름 11~13㎝)이라 던지기 어렵다. 그래서 기록도 투척종목 중 가장 짧다.
준비동작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지름 2.13m의 작은 원이다. 그러다보니 추진력을 얻기 위해 발레처럼 두세 바퀴 회전하는 동작을 하기도 한다. 크라우저는 "나는 201㎝ 키의 댄서"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이유다.
크라우저는 2014년 텍사스 대학에서 공학 석사 과정을 시작해 2년 만에 마칠 정도로 머리가 좋은 선수다. 발사하는 순간 각도와 슬라이드 동작을 연구하는 등 기술 연마에 열심이다.
최근엔 새로운 투척법을 개발했다. 회전시작 지점을 11시 지점(발판 기준)에서 1시 정도로 60도 옮겨 회전력을 키웠다. 이 방식으로 지난 5월 열린 인터콘티넨털투어 LA 그랑프리에서 31년 만에 세계 기록을 갈아치웠다.
크라우저는 또다른 신기록에 도전한다. 사상 첫 올림픽 3연패다. 크라우저를 포함해 올림픽 투포환 2연패를 달성한 선수는 총 4명이다. 하지만 3회 연속 금메달을 따낸 선수는 없다. 지금의 크라우저라면 어렵지 않은 목표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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