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의 기적, 이 교육을 온 국민에게 추천합니다

황성혜 2023. 8. 2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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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심장재단 CPR 교육 후 자격증을 얻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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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혜 기자]

평상시에 늘 마음에 두고 있었다. 언제 기회가 되면 심폐소생술을 배워야겠다고. 심정지로 쓰러진 환자에게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해 목숨을 구했다는 기사를 신문이나 방송 등의 매체를 통해 자주 접했다.

두 달 전 제주의 한 버스 기사님이 평소 배운 심폐소생술로 갑자기 쓰러진 승객의 생명을 살렸다는 신문 기사를 읽었다. 올해 초에는 길을 지나가던 여고생들이 심장마비로 쓰러진 중년 남성을 심폐소생술로 구했다는 뉴스도 봤다.

만약 그때 내가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아마 나는 발만 동동 굴렀을 것이다. 나도 언젠가는 심폐소생술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다.

며칠 전 내가 사는 싱가포르 아파트에 공고문이 붙었다. 아파트 수영장 밖 세 곳에 자동심장충격기(AED)가 설치되었고, 아파트 주민 선착순 30명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CPR+AED) 무료교육을 실시한다는 내용이었다. 실기시험과 필기시험을 통과하면 싱가포르 심장재단에서 발급하는 심폐소생술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나는 공고문을 보자마자 신청했고, 며칠 후 담당자에게서 이메일을 받았다. 심폐소생술 교육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첨부된 퀴즈를 풀어서 사전에 제출해야 한다는 안내였다. 나는 첨부된 유튜브 동영상을 반복 재생하여 시청한 뒤 퀴즈를 풀었다. 10점 만점 중 8점 이상을 받아야 했다.

드디어 교육 받는 날

지난 13일, 기다리던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는 날이었다. 아침을 먹고 아파트 다목적홀로 갔다. 먼저 와서 기다리는 주민들과 인사했다. 행사 관계자들도 꽤 많이 있었다. 모두 싱가포르 심장재단(Singapore Heart Foundation) 로고가 있는 빨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예정된 시간이 되었다. 싱가포르 심장재단 관계자의 인사말씀이 있었다. 자격증이 있는 인근 지역의 시장님도 오셔서 직접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심폐소생술은 '4분의 기적'이라는 말, 심정지가 발생했을 때 주변 사람이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하면 뇌 손상 없이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는 말.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작하는 경우에는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을 2배 이상 높일 수 있다며, 모두들 심폐소생술 교육을 잘 받기 바란다고 하셨다.

시장 연설이 끝난 뒤 우린 각자 배정된 그룹을 찾아서 앉았다. 한 그룹 당 4명~5명씩 배정되었다. 우리 그룹에는 나를 포함해서 5명이 있었다. 대부분 참가자들은 나이 50대 이상이었다. 젊은 트레이너 선생님이 우리를 반겼다. 빨간 천 위에 심폐소생술 교육용 마네킹이 누워 있었다. 트레이너 선생님은 먼저 심정지 환자 발생을 가정한 심폐소생술을 시연했다.
 
 교육받던 날, 한 참가자가 자동심장충격기(AED)로 자동심장충격을 준 후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하고 있는 모습.
ⓒ 황성혜
 
우선 환자를, 바닥이 단단하고 안전한 곳에 눕힌 뒤 의식을 확인한다. 어깨를 두드리며 큰 소리로 "여보세요, 괜찮으세요?(Hello, Are you OK?)"라고 물어본다. 주변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995(싱가포르 앰뷸런스 요청 번호) 신고를 요청하고, 주변에 있는 자동심장충격기를 가져오도록 외친다.

환자의 가슴뼈 아래쪽 1/2 중앙에 한 손바닥을 올린 후 다른 손을 위로 겹치도록 하여 깍지를 낀다. 양팔을 쭉 편 상태로 환자의 몸과 수직이 되도록 체중을 실어서 가슴을 압박한다. 분당 100~120회를 해야 한다. 4cm~6cm 깊이로 강하고 빠르게 시행해야 한다.  

가슴 압박은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힘들었다. 마네킹과 블루투스로 연결된 모니터는 내가 시행한 가슴 압박을 분석하고 그래프와 점수로 보여주었다. 체중을 실어 일정한 속도와 정확한 깊이로 압박하는 게 쉽지 않았다. 땀이 뻘뻘 나고 볼이 상기되며 숨이 찼다.

2분이라는 시간이 정말 길게 느껴졌다. 주변에 교대하는 사람이 없다면 이걸 정말 혼자서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하다가 10초 이상 쉬면 안 되기 때문이다. 모두들 손바닥과 손등이 시뻘게졌다.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 또한 배웠다. 맨 먼저 금속, 물, 화염 위험이 없는 안전한 곳에 환자를 눕힌다. 자동심장충격기 전원 버튼을 누른다. 장갑을 끼고 두 개의 패드를 부착한다. 하나는 오른쪽 빗장뼈 아래, 또 하나는 왼쪽 유두 아래 중간 겨드랑선에 부착한다. 패드와 본체를 연결한다.

자동심장충격기에서 심장리듬을 분석 중이라는 음성 지시가 나오면, 심폐소생술을 멈춘다. 이후 "물러서십시오(Stay Clear)"라고 외치면서 양팔을 벌리고, 주변 사람들이 환자 근처에 접근하지 않도록 한다.

자동심장충격이 필요한 경우 기기에선 "심장충격이 필요합니다(Shock Advised)"라는 음성 지시가 나오고 자동심장충격기 스스로 에너지를 충전한다. 단, 심장충격 버튼을 누르기 전에 반드시 주변 사람들이 환자에게서 떨어져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기기가 환자에게 작동 중일 땐, 감전의 위험이 있으므로 절대 환자를 손으로 만져서는 안 된다). 자동심장충격을 시행한 뒤 기기가 꺼지면, 다시 손으로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한다.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에 대해서 관계자가 이야기하고 있다.
ⓒ 황성혜
 
트레이너 선생님의 지도 아래, 그룹원들과 나는 거듭거듭 반복해서 소생술을 연습했다. 참가자들은 2명씩 짝을 지어 심폐소생술 역할극을 했다. 머릿속으로 단계별로 배우되, 생각하지 않아도 몸이 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이후 한 명씩 실기 시험을 치렀다.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자동심장충격기를 사용한 후 다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과정을 테스트했다. 다행히 그룹원 모두 실기시험에 통과했다. 마지막으로 필기시험을 치렀다. 15점 만점 중 12점 이상 받아야 했다. 객관식 문항이었는데 정답을 맞히기가 쉽지 않았다.

쉬지 않고 교육받은 결과, 뿌듯했다

드디어 결과가 나왔다. 우리 그룹원들 모두 심폐소생술 자격증을 땄다! 최선을 다해 적극적으로 교육에 임한 덕분이었다. 트레이너 선생님과 그룹원들은 그제야 활짝 웃으며 서로 축하를 나눴다.

힘들었지만 내 이름이 적힌 심폐소생술(CPR+AED) 자격증 카드를 손에 쥐니 무척 뿌듯했다. 오전 9시 반에 시작했는데, 이후 3시간 가까이 잠시도 쉬지 않고 교육을 받았다. 배가 고팠다. 마침 다목적홀 밖에는 뷔페가 차려져 있었다.
 
 내가 받은 심폐소생술 자격증 카드.
ⓒ 황성혜
 
집에 돌아오자마자 심폐소생술 자격증 카드를 꺼내어 보이며 가족들에게 자랑했다. 아이들은 엄마가 대단하다면서 나를 추켜세워 주었다. 아이들은 이미 학교에서 교육을 받아서 나와 같은 심폐소생술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2년마다 자격증을 갱신해야 한다. 

내 방에 들어와서 책상 앞에 가만히 앉은 뒤, 들떴던 마음을 조금 가라앉혔다. 좀 전에 받은 심폐소생술 자격증 카드를 다시 꺼냈다. 카드 뒷면에 적힌 문구를 찬찬히 읽었다. '이 카드 소지자는 심폐소생술에 대한 교육과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통과했습니다'.

심폐소생술 자격증을 취득해서 뿌듯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자격증이 주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만약 내 주위에 심정지 환자가 발생한다면 내가 정말 오늘 교육받은 대로 잘할 수 있을까. 혹시라도 내가 잘못 시행해서 더 안 좋은 결과를 남기면 어떡하지. 일어나지 않은 데 대한 막연한 걱정도 잠시 들었다.

그럼에도, 교육을 받고 나니 왠지 모르게 든든하고 안심이 된다. 만약 내가 심정지로 위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목격한다면 이제는 주저하지 않고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수 있을 것 같다. 교육받은 대로만,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하면 된다. 무엇보다 정확하게 효과적으로 시행해서 한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낼 것이다.

한국에서도 심폐소생술을 배우려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생명을 살리는 4분의 기적, 심폐소생술을 익히는 건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에서도 CPR 수료증(자격증 아님, 한국에서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CPR 일반인 심화 교육 과정이 아니라 보건 의료인 교육을 받아야 한다)을 취득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대한적십자사, 대한심폐소생협회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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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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