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한국 중고등학생 참여는 왜 저조했을까? [파리로 가는 길]

최수경 2023. 8. 2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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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경의 파리로 가는 길] 학력중심사회가 빚은 주최국의 망신

[최수경 기자]

 전망대에서 바라 본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현장
ⓒ 김영애
   
말 많고 탈 많았던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막을 내렸다. 준비 부족, 장소 부적절, 기후 대비 미흡, 태풍으로 인한 철수 후 파행 운영 등 새만금 잼버리 기대효과에 대한 국민체감온도는 매우 낮다.

행사 초반 영국과 미국 등 대규모 인원 참여국이 조기 퇴영을 했다. 개장 초기부터 폭염경보가 내려진 잼버리 대회장에서 같은 시기에 새만금을 떠난 팀이 있었으니, 대한민국 스카우트 대원들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조기 퇴영한 대원 대부분 잼버리 규정(청소년 생년월일 기준 2005. 7. 22.~2009. 7. 31.)을 벗어난 초등학생 대원들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연합뉴스> 보도 등에 따르면, 한국 대원의 참여가 저조하다 보니 한국스카우트연맹은 초등학교에 6차례에 걸쳐 공문을 보내 초등학교 6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참여를 독려했다. 논란이 일자 조직위는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커지는 궁금증이 있다. 새만금 스카우트잼버리가 자격조건 미달인 초등학생으로라도 수를 채워야 할 만큼, 우리나라 중고등학생은 왜 참여가 저조했을까?
 
 조기 철수하는 대원들을 맞이할 천여대의 전세버스
ⓒ 김영애
      
필자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중고등학생을 거치는 동안 청소년활동을 선망했다. 심지어 초등학교 운동장 조회 때 스카우트 단복을 입고 서 있는 친구들을 부럽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단복에 대한 비용 부담이 컸던 탓에 걸스카우트를 하고 싶어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만 해도 지자체 교육단체장이 총재, 연맹장 등을 맡을 만큼, 스카우트는 위상이 높았다. 국가의 전폭적 지원으로 학교에서의 청소년활동은 매우 왕성했다. 한국스카우트연맹, 한국걸스카우트연맹, 한국청소년연맹, 한국과학우주청소년단, 한국해양소년단연맹, 대한적십자사 청소년적십자 등은 각 단체 특성상 정부 부처 산하에 소속되어 지원과 협조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스카우트 회원은 감소하기 시작했다. 스카우트연맹은 회원 감소를 막기 위한 정책으로 초등 3~4학년에서 시작하던 것을 유치원까지 연령대를 낮춘 비버스카우트를 창설했다. 보이스카우트 명칭을 스카우트로 바꾸면서 여학생들도 참여시켰다. 회원감소의 가장 큰 이유를 지도자들의 기피 현상으로 보고, 청소년 단체활동 지도교사 승진가산점 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학교 외에 각 지역의 초중고등학교 조직을 대표하는 지구연합회를 초등과 중등으로 분리해 스카우트의 취약 조직인 중고등학교 스카우트 활성화를 꾀했다. 그 결과 일정 기간 성과가 있었으나, 청소년단체 지도교사 승진가산점 혜택 감소로 지도자 이탈이 시작되면서 다시 회원 수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사실 청소년단체 회원감소는 비단 스카우트만의 일이 아니다. 스카우트의 경우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약 78%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학령인구가 20% 감소한 것과 비교할 때 감소율이 훨씬 크다(김홍기, 청소년단체 회원감소의 원인분석과 활성화 방안 모색, 2021).

학력보다 더 가치 있는 역량
 
▲ 2023 새만금세계스카우트잼버리 현장 2023년 8월1일부터 12일에 걸쳐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원에서 만14세에서 만17세 청소년의 스카우트대원, 성인(대학생과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 김영애
중고등학교 시기에 청소년단체 회원 활동을 기피하는 첫 번째 이유는 교육제도에 있다. 입시 위주 교육으로 인해 학교와 학원에서 지식 중심 교육이 우선시되고 있다 보니,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이 시기에 참여 동기를 잃고 있다. 특히 학부모는 공부 시간이 준다고 인식해 단체활동 참여를 기피하도록 한다. 물론 청소년 단체활동의 가치를 인식하는 소수의 초중학교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참여시키기는 하지만 그 비율은 매우 낮다.

두 번째는 지도자의 감소다. 2009년과 2013년에 창의적 체험활동과 자유학기제가 도입되었다. 이를 통해, 건전하고 다양한 집단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창의성과 인성을 겸비한 미래지향적 인재를 양성하고자 했다. 그러나 학교 현장은 창의적 체험활동이 편성된 시수 맞추기로 형식적 운영이 되었다.

청소년 입장에서는 학교 교육과정의 하나로 수업의 연장일 뿐이고, 본인 의사와 무관한 비자발적 활동이 되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교사 입장에서는 청소년활동을 뒷받침할 정책과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은 한 교사가 지도자로 참여하는 것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

학교 밖 교육에서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자연을 체험하며 호연지기를 키우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기회가 있다. 그러나 비숙박형 청소년시설 등은 상대적으로 감소 폭이 크지않은 데 반해, 숙박형 청소년시설 등은 크게 감소하고 있다. 이는 안전사고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실제 교사의 지도자 기피 원인을 보면, 청소년 안전사고에 대한 부담, 주말 등 개인 여가시간의 부족, 스카우트로 인한 과중한 업무, 보상 없는 봉사문화, 행·재정적 지원 부족의 순으로 나타났다.
 
▲ 2023 새만금세계스카우트잼버리 현장 조기 철수 중 대원들이 차양막에서 그늘을 피하고 있는 모습
ⓒ 김영애
 
부모들은 자녀들이 초등학교 때에는 체험활동을 통해 다양한 경험과 인성 함양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반면 중학교 때에는 다양한 경험보다는 봉사시간 등에 활용되길 기대한다. 이는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심각한 문제점이 빚어낸 결과로 현장체험활동은 초등학교나 하는 활동으로 인식하게 한다. 중고등학교로 가면서 시간활용의 어려움으로 인해 청소년 단체활동 중단으로 이어지게 한다.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지도자가 기피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안전사고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물론 상해보험 등에 가입하고 있지만, 보상뿐만 아니라 사고 발생 후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비판과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대한민국 교사의 현주소다.

기후위기의 시대, 이제 대응이 아닌 적응이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강도로 찾아오는 홍수와 산불, 폭염과 한파 등에서 생존해야 한다. 때로는 먹을 물을 만들며 불을 피우고, 나와 이웃이 함께 공동의 삶터가 갖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 그것이 학력보다 더 가치 있는 역량이 되고 있음을 실감한다.

타인에 대한 배려심, 이타심, 공동체 의식 등을 청소년기에 양껏 경험하지 못함으로 인해 청소년시기 인격형성의 불균형을 초래하면 안 될 일이다. 기성세대가 남긴 무거운 과제를 풀어야 할 주인공은 지금 청소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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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참고사이트] https://www.2023wsjkorea.org https://www.yna.co.kr/view/AKR20230811161000055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14437_36199.html [참고 논문] 김홍기, 2021, 청소년단체 회원감소의 원인분석과 활성화 방안 모색(스카우트를 중심으로) 이용수, 2022, 지역특화형 공공청소년 시설 건립방안 연구 윤준선, 윤보영, 청소년시설 이용실태 및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 용인시 청소년수련시설을 중심으로, 2010 한국스카우트연맹, 스카우트 의식조사연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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