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 '교권' 대책은 잘못... '노동권 보호'가 맞다"

차원 2023. 8. 2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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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민단체, 18일 민주노총에서 토론회 주최하고 정부 대책 비판

[차원 기자]

 
 18일 "모두를 위협하는 윤석열 정권의 ‘교권’대책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토론회가 열렸다
ⓒ 차원
 
지난 18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교육시민단체들의 주최로 <모두를 위협하는 윤석열 정권의 '교권'대책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토론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지금의 교권 대책으로는 문제를 전혀 해결할 수 없다"면서 "학생인권조례 때리기를 멈추고 교사의 노동권 보호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노동권 보호하고 공동체 회복하는 방안 필요"

조영선 전국학생인권교사연대(준) 활동가는 "학생인권조례, 아동학대처벌법을 손보는 현재 대책은 제대로 된 원인 분석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 볼 수 없다"면서 "▲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 지역의 학급당 학생 수는 30명 이상에 달하는가? ▲교실로 적당하지 않은 장소가 교실로 쓰일 정도로 학급 수를 증설한 경위는 무엇인가? ▲왜 해당 지역에는 주로 신규 교사나 저경력 교사를 배치하는가? ▲그 학교에는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한 지원 인력이 있었나? ▲학생과 학부모의 갈등을 중재하는 교사의 부담에 대해 교장·교감 등 관리자는 어떤 역할을 하였나? 등을 먼저 확인하고 분석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몇 년째 축소되는 교사 정원에 대한 문제 제기 없이 학생인권조례에만 책임을 묻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서 학생인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을 때 교사에게 공격이 돌아올 수 있다"면서 "학생인권법 제정을 통해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인권의 기준이 적용될 때 교사에게 화살이 돌아가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육과정 편성권 보장 ▲교원평가·성과급제 폐지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을 요구하며 "학생의 인권과 교육노동자의 인권과 양육자의 인권은 모두 연결돼있다. 그러나 이를 모르쇠하고 갈라치기에 골몰하는 교육 당국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아동인권위 변호사는 "2022년 교원의 생활지도권을 명시한 <초중등교육법>이 통과되었음에도 불구, 이러한 개정은 충분하지 않다는 듯 교원의 생활지도 권한을 더 보장하기 위한 목적의 법률 개정안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그러나 교육활동·생활지도를 아동학대범죄에서 배제하는 규정이 신설되더라도 단순히 확인적 규정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법률상으로는 여전히 문제가 된 교사의 활동에 대해서 신고나 고소가 이루어질 수 있고, 이에 대해 기존과 동일하게 교원의 행동이 아동 학대에 해당하지 않는 '정당한' 행위였는지를 다투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민원처리 절차 개선(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보호 조치 등) ▲교원에 대한 지원 강화(보호 조치 비용지원 등) ▲교권보호위원회 관련 제도를 실효성 있게 개정(교원 요청시 교보위 개최 등) 등 논의가 나오고 있는 것은 다행"이라면서 "아동학대 면책 규정이나 처벌 강화 등은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한 착시효과에 불과하다. 교원에게 양날의 칼을 쥐어주고 다시 형사소송이나 법적인 책임을 다투도록 하는 개정이 아니라, 노동권을 보호하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관점의 개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리는 없고 의무만 있는 교사... 노조할 권리 보장해야"
  
 토론회 발제를 맡은 조영선 전국학생인권교사연대(준) 활동가 겸 현직 교사
ⓒ 차원
 
보란 교육노동자현장실천 활동가는 "오늘도 학교에서 일하다 온 교육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며, "함께 살기 위해 교권이 아닌 '취약성'을 상호인정하고 '인권'보장체계를 마련하자"라고 말했다. 또 "교권 강화 대책은 교사를 대리자로 내세워 교육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뿐"이라면서 "교사와 학생·양육자 대결 구도를 조장하여 소모적인 갈등을 부추기며, 결국 큰 비용이 드는 소송에서도 경제력과 권력을 소유한 이가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교사도 시민이나, 권리는 없고 의무만 있다"라며 "교사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노동기본권'이다. 집회를 넘어서 안정적이고 안전한 교육 노동을 위해 교장, 교육감, 장관과 협상할, 노조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수영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는 "학생인권이 과도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02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중학생 중 무려 20% 이상이 신체에 대한 폭력과 간접체벌을 경험했다"라고 밝혔다. 또 "법령의 구속력도, 전국적 통일성도 없는 학생인권조례를 넘어 학생인권법을 만들어야 한다"라며 "교원의 지위는 교원지위법을 통해 국가 사무로 관할하게 돼 있고 일관성 있는 기준이 적용되는 것과 달리, 학생인권은 지역별로 조례의 내용이 다를 뿐 아니라 그 여부마저도 갈리며 상당히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의 상황들이 마치 학생인권 탓인 양 프레임을 씌우고 공격하는 세력은 이론도, 통계도 부정하는 괴담 정치 세력"이라며 "교육부와 정치권은 비극을 정쟁과 학생인권 퇴보에 이용하는 반인권적 역행 시도를 멈추고, 학교 내 교육환경 개선과 학생인권의 온전한 보장을 위한 법령 개정 및 학교시스템 변혁을 위해 노력하라"고 요구했다.

"교육복지 확립으로 교육활동 위한 공적지원 마련하자"
  
 토론회에 참석한 교육시민단체 관계자 및 시민들
ⓒ 차원
 
박성식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은 "지금은 오직 현상적 행위에 집중해 문제행동을 차단하고 통제하려는 현상적 미봉책만 가득하다"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이고 교사의 원활한 교육활동을 위해서도 다양한 공적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복지(교육의 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모든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제반 공적 교육지원 체계)'의 확산과 체계적 확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대통령 소속 국가교육위원회는 직무유기 중"이라고 주장하며 "서이초 사태 이후 국가교육위원회가 한 일이라곤 '궁서체 애도문'을 발표한 게 전부"라고 비판했다. 이어 "교육부의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에 따르면 교육공무직이 실질적 민원 전담자가 돼 '독박민원'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면서 "교사든 교육공무직이든 하위직 개인이 떠맡아 책임지는 방식이 아닌 시스템을 통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윤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8월 17일 교육부가 발표한 '교권 강화 고시안'은 구성원 간의 권리와 책무가 평등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3조 학교구성원의 책무에서 학교의 장과 교원은 '노력하여야 한다'로 되어 있고, 학생은 '존중하며 따라야 한다', 보호자는 '존중하여야 하며, 협력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는 것 ▲제9조 상담에서 학교의 장과 교원은 학생 또는 보호자의 폭언, 협박, 폭행 등의 사유로 상담을 지속하기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상담을 즉시 중단할 수 있지만 보호자에게는 상담을 거부하거나 중단할 권한이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또 "전국 500만 초·중·고 학생의 보호자 1000만 명이 교육가족에서 민원인으로 전락했다"면서 "학교 교육은 교사만으론 불가능하다. 학생의 행복과 성장을 위해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전체 학부모에게 교사, 학부모, 학생의 인격을 존중하는 인권 교육, 장애 이해, 학교폭력, 아동학대, 교권침해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교권대책은 시스템 문제 건들지 않는 국지적 대책"

유현경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운영위원은 "현재 윤석열 정부 교권대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교육을 시장화하고 경쟁교육을 부추기는 교육시스템의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문제적 행위자 중심의 국지적 대책만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라며 "서이초 교사의 죽음에서 진정한 교훈을 얻기 위해서는 잘못된 공교육 시스템의 전반적 전환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통해 시장경쟁 원리를 공교육에 뿌리내리게 한 결과 학생과 학부모는 교육주체가 아닌 입시를 위한 교육의 소비자=민원인으로, 학교와 교사는 교육 공급자로 위치시켜 학교는 시장이 되고, 교육은 서비스가 돼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육을 시장화하고 경쟁을 격화시키는 현재의 교육체제와 입시제도가 이번 교육참사를 낳은 근본적 원인이자 구조임을 제기하고 경쟁적 입시제도를 폐지, 교육의 공공성을 회복해 대학평준화와 무상화를 위한 교육혁명 투쟁에 나서자"라며 "교사의 노동기본권과 정치기본권을 위한 투쟁에도 연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백종성 사회주의를향한전진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학생인권조례와 아무 관련이 없다"면서 "현 상황은 교육의 상품화, 학교의 사법화, 학교공동체 붕괴에 기인하며 학생에 대한 통제 강화는 상황을 해결하기는커녕 악화할 뿐"이라고 진단했다. 또 "7개 시도 학생인권조례 어디에도 교사의 노동권을 침해하는 조항은 없고,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한 해 평균 164명의 초·중·고교생이 자살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학생인권이 과하다'는 정부와 여당의 주장은 파렴치한 거짓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교권'이라는 단어는 현 상황을 교사와 학생의 권리분쟁으로 바라보게 한다"라면서 "'교사의 노동권'이라는 단어로 사태를 규정해야 한다. 교사는 다른 노동자와 다르지 않은 노동자이며, 노동조건의 물질적 개선을 위해 다른 노동자와 함께 싸워야 한다. 교사를 다른 노동자와 특수한 존재로 분리하려는 지배 이념과 맞서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고시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 정부가 지난해 초·중등교육법 및 시행령을 개정한 데 이어 17일에는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교원 생활지도 고시'를 발표했다. 고시에 따르면 다음 달인 9월 1일부터 전국의 학교들에서 휴대전화 등 물품 분리 보관, 소지 물품 조사, 학생 교실 밖 분리, 반성문 작성 등 '생활지도'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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