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도 ‘뮤지컬 한류’가 본격적으로 몰아친다
2018년부터 한국 뮤지컬 발전 벤치마킹 위해 교류 및 협업에 적극적
지난 18일 대만 제2의 도시 타이중에 위치한 타이중 국립극장 대극장. 한국 제작사 글로벌콘텐츠의 뮤지컬 ‘삼총사’가 무대에 올랐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17세기 프랑스 왕실 총사가 되기를 꿈꾸는 청년 달타냥과 전설적인 총사 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가 루이 13세를 둘러싼 음모를 밝혀내는 과정을 담았다.
극중 달타냥 역은 아이돌 그룹 DKZ의 민규, 아토스 역은 이건명, 아라미스 역은 김현수, 포르토스 역은 장대웅이 맡았다. 20일까지 3일간 5회 열리는 이번 공연에서 달타냥 역은 민규와 함께 아이돌 그룹 뉴이스트의 렌이 나눠 맡았다.
‘삼총사’는 원래 체코 뮤지컬이지만 스몰 라이선스(대본과 음악 라이선스만 구입 후 국내에서 재창작하는 방식)로 들여와 새롭게 만들어진 모범사례로 유명하다. 2009년 초연 이후 한국 뮤지컬계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13년과 2014년에는 두 차례 도쿄에서 공연되며 일본 내 뮤지컬 한류에 기여한 바 있다. 올해는 타이중 국립극장이 2018년부터 여름마다 뮤지컬을 중심으로 개최하는 ‘NTT-FUN Summer Fun Time’에 초청돼 대만 관객을 사로잡았다.
지난 7월 7일 개막해 9월 3일까지 열리는 올해 ‘NTT-FUN Summer Fun Time’은 뮤지컬 7편을 비롯해 9편을 선보인다. 7번째 작품인 ‘삼총사’는 화려한 무대세트와 출연배우 34명 등 대형 프로덕션으로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다. 이번 공연에 대한 대만 현지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18일 첫 공연 직전 열린 프레스콜에는 대만 기자들이 대거 참석하기도 했다. 또 19일엔 ‘힐다(HILDA)’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대만의 K뮤지컬 인플루언서가 낮 공연을 앞두고 대만 학생들에게 한국 뮤지컬의 역사와 특징 등에 대한 강의를 펼쳤다.
약 2000석 규모의 타이중 국립극장 대극장을 대부분 채운 대만 관객들은 흥미진진한 스토리, 귀에 착착 감기는 넘버, 아크로바틱과 검술 등 박진감 넘치는 액션, 화려한 무대의상 등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달타냥이 아토스·아라미스·포르토스의 장난스런 총사 테스트에서 삼총사의 요구에 따라 관객 중 한 사람에게 이마 키스를 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장면에서 떠나갈 듯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또한 ‘삼총사’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관객이 늘어나 주말 공연엔 객석이 꽉 찼다.
로비에서 만난 관객들은 “K드라마와 K팝은 영상을 통해 많이 접할 수 있었지만 K뮤지컬은 직접 관람할 기회가 적었다. 오늘 직접 보고나니 K뮤지컬에 흥미가 생겼다” “무대도 화려하고 좋았지만, 한국 배우들의 연기력과 가창력이 정말 뛰어났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작품에 출연한 배우 이건명은 “기대 이상으로 관객 반응이 좋았다”면서 “‘삼총사’가 일본에서 큰 사랑을 받으며 뮤지컬 한류에 큰 역할을 한 것처럼 대만에서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2018~2019년 연예 통신원을 하며 뮤지컬을 자주 봤다는 대만 연예매체 ‘나인 스타즈’의 기자 왕효문은 “요즘 K팝과 K드라마 둘 다 인기가 높은데, 이 둘을 합한 것이 K뮤지컬이라고 생각한다. K뮤지컬을 한번 보면 바로 빠져들게 되는데, 대만에서 좀 더 자주 K뮤지컬을 공연하면 팬이 빠르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과 중국에서는 각각 2001년 ‘지하철1호선’과 2013년 ‘김종욱 찾기’를 시작으로 한국 뮤지컬의 공연이 꾸준히 이뤄진 것과 대만에서는 2018년 여름에야 ‘헤드윅’과 ‘팬레터’를 초청했다. 당시에도 대만 타이중 국립극장을 통해서였다. 이듬해 ‘김종욱 찾기’의 대만 투어가 진행되는 등 활성화 조짐이 있었지만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국 뮤지컬의 대만 공연이 잇따라 취소됐다. 하지만 2021년 한국·대만 단체들의 합작 뮤지컬 ‘Toward’에 이어 지난해 ‘어린 왕자’가 선보이며 대만의 뮤지컬 한류에 다시 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두 작품의 대만 제작사는 작곡가 겸 프로듀서 장심자(張芯慈)가 이끄는 씨 뮤지컬(C Musical)로, 오는 9월 한국 극단 죽도록 달린다의 ‘오이디푸스’와 10월 HJ컬쳐의 ‘라흐마니노프’를 대만에 선보일 계획이다. 또 지난 7월에는 서울예술단이 타이페이 등 4개 지역에서 ‘신과 함께-저승편’ ‘나빌레라’의 상영회를 가지는 한편 타이페이 공연예술센터에서 뮤지컬 창작 마스터클래스 및 쇼케이스 행사를 열기도 했다.
타이중 국립극장의 경우 한국 뮤지컬을 선보이는 것 외에 지난 2020년 한국뮤지컬협회와 손잡고 대만 뮤지컬 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온라인으로 이뤄졌지만, 대만의 젊은 창작자들에게 지난 3년간 한아름 등 한국 뮤지컬 작가의 멘토링을 받도록 한 것이다. 조이스 치우(Joyce CHIOU) 타이중 국립극장 극장장은 “한국이 짧은 시간에 뮤지컬 산업화를 이뤄낸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아직 대만은 뮤지컬의 발전이 더딘 상태인 만큼 한국을 본받고 공부하는 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타이중 국립극장은 대만 뮤지컬 플랫폼의 역할을 하려고 노력중이다. 그래서 한국 뮤지컬을 꾸준히 초청하는 한편 창작진의 멘토링 과정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은 밝힐 수 없지만, 한국과 공동 제작하는 것도 추진중”이라고 덧붙였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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