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소영 "심화되는 갈라치기 해결 책임 막중" [4류 정치 청산 - 연속 인터뷰]
이재명 앞 "당내 민주주의 회복" 작심비판해 화제
"민주당, 대안 아닌 상대 헐뜯는 절망적 모습 보여"
"'갈라치기' 정치문화, '잘하기 경쟁'으로 바뀌어야"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말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1995년 '베이징 발언'으로부터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과연 그 사이에 우리 정치는 4류에서 조금이라도 랭크가 올랐을까. '헌정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21대 국회의 모습을 보며, 일말의 기대마저 내려놓는다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과연 우리 정치, 우리 국회, 우리 정당은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해야 '4류 정치'를 청산하고 선진 정치로 나아갈 수 있을까. 데일리안은 '4류 정치 청산'을 주제로 하는 연속 인터뷰를 통해 그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열두 번째 순서로 데일리안은 양소영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을 만났다. 광주 태생으로 1993년생인 양 위원장은 민주당 대학생위원회 부위원장, 사단법인 청년김대중 이사, 중앙당 사무직 당직자 출신으로 지난해 11월 대학생위원장에 선출됐다.
"시대적 흐름, 과거보다 갈라치기 심화"
"정당간 무언가 '적대적 공생관계' 돼"
"혐오·불신 조성에 제1야당도 책임의식"
양 위원장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보수 정권 시절에는 대기업에 상납을 강요하는 형태로 가다 보니 이건희 회장이 우리 정치를 4류라고 표현을 한 것 같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의 역사를 보면 압축적으로 성장을 했고 역사는 더디지만 진보한다는 말처럼 나아가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다만 양 위원장은 "우리 정치가 진보했다"라는 평가를 내리면서도 시대가 처한 하나의 문제점만은 분명히 지적했다. 그는 "시대적 흐름으로 보면 과거보다 성별·지역·세대 간 갈라치기가 심화하고 있다"는 우려 역시 동시에 표했다.
양 위원장은 "정치인들은 경쟁 상대를 무너뜨리는 데 정치적 에너지를 집중시키고,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고 합의를 찾는 데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라며,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했던 '2022년 민주주의 지수' 내용 중 일부를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한 해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사회적 갈등이 심각했고, 정당 간 무언가 '적대적 공생 관계'가 됐다"라는 점도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갈라치기와 같은 병폐의 원인으로는 "정치 또는 정치권이 갈등을 증폭시키는 매개체가 됐다"라고도 재차 피력했다.
이날 양 위원장은 '제1야당의 역할'과 관련해선 "국민의힘뿐이 아니라, 민주당도 정치가 국민들로 하여금 혐오와 불신이 들게끔 조성했던 것에 막중한 책임 의식을 느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보다는, 상대를 헐뜯고 대안이 아닌 절망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제언이었다.
아울러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론만으로는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라며 "상대를 부정하고 혐오하는 적대적 공생관계가 아닌, 대화와 타협을 통한 숙의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촉구했다. 이것이 양 위원장이 생각하고 있는 '4류 정치 청산'의 해법이었다.
"정치입문 계기는 중학생 때 본 노무현 영상…
영호남 지역감정·피해의식 의미 잃어"
"공천권자 눈치 줄서기 정치 타파돼야"
민주당 대학생위원회는 최근 '민주당 앞담회'라는 이름의 '전국1020당원 토론회' 전국 순회에 들어갔다.
양 위원장은 최근 영남권을 찾아 대학생들을 만났다고 했다. 우리 정치가 더디게 진보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를 지역 갈등으로 보는 만큼, "영남에서 당을 지켜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목소리였다.
양 위원장의 정치 입문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양 위원장은 중학교 1학년 때 봤던 국회 5공 비리조사 특별위원회 일해재단 청문회 영상을 떠올리면서 "지역적인 특수성과 부모님의 영향으로 정치인이라면 김대중 석자 밖에 모르던 제가 어느 날 노무현을 만나게 됐다"라고 했다.
이어 "전라도 사람이 경상도 출신 정치인에게 결코 우호적일 수 없었던 시절, 경상도 출신의 국회의원이 전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놨다"라면서 "지역간 감정과 서로에 대한 피해의식도 국회의원 노무현 앞에서는 모두 의미를 잃었다"라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개혁에는 선거법이나 당내혁신에 대한 문제라든지, 다양한 의제가 수립될 수 있다"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서는 "(영남에서) 정치에 참여하고 있는 당원들 일부는 토론회에서 '선거구제 개혁 없이 영남에서 민주당을 지키는 것은 무모하고 또 기회가 온다고 하더라도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분들이 생각하는 것은 선거구제 개혁을 통해서만이, 제도적으로 영남 출신 국회의원 한 명의 의석 수라도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양 위원장은 또 "잘못된 선거법을 개정하고, 지역주의 때문에 공천권자의 눈치를 보면서 줄서기 정치를 해야 되는 것들이 타파돼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양 위원장은 "예를 들어 호남권에서는 국민의힘, 보수정당이 지지를 받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반대로 영남에서는 민주당이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잘하기 경쟁'을 통한 정치적 회복이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남녀모두 공감하는 아젠다 발굴 필요성"
"남녀개병제 공론의 장 마련돼야 한다"
"연금개혁하고 청년고독사 제도적 보완"
양 위원장은 당의 만 29세 이하 당원들을 대표할 뿐 아니라, 민의를 수렴해 20대들의 의제를 발굴하고 조직화하는 책무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약 35%가 2030세대임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 수는 약 4% 미만인 수준이다. 청년들이 민의를 반영하기 위해, 더 많은 청년정치인들이 제도권에 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이날 양 위원장은 "나이만 청년이라고 다 같은 청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아젠다를 가지고 청년을 대변할 수 있는 전문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특정 성별에 소구하는 정책이 아닌 남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정책들을 발굴하는데 힘을 쏟고 싶다"라고 했다.
양 위원장은 20대 정책개발과 관련해 "남녀개병제는 사회적으로 한 번은 논의해봐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양 위원장은 "D.P. 시즌2를 이제 보고 있는데, '(군대 생활이) 진짜 어려웠겠구나'라는 정도이다. 공부를 하고 있지만, 디테일한 부분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지에 대한 지점을 남성보다는 체감하기 어렵다"면서 "공론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녀개병제에 대해 언급을 한 배경으로는 "인구소멸, 고령화 사회에 맞는 국방이나 외교 전략도 20대에서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인구소멸로 사실 우리는 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는 세대이다. 이제 국민연금 개혁에 관련된 문제는 정치권에서 더 이상 미루지 않고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양 위원장은 순회 간담회를 하다 보면 보이는 정치권이 외면하고 있는 부분이 "청년 우울증과 청년고독사, 심리문제"라고도 설명했다. 양 위원장은 "최근 한 통계에 따르면 20대의 40%는 죽음과 극단적 행동에 대한 생각을 모두 갖고 있는 '극단적 선택 고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날 정도라, 제도적으로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면전 작심발언으로 주목받기도
"강성 지지층 공격보다 우려됐던 건
이런 목소리 낼 수 없는 구조 되는 것"
양 위원장은 지난 6월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이재명 대표를 향해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하지 못하면 민주당의 혁신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다"는 작심발언을 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후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문자폭탄을 받는 등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기도 했다. 양 위원장의 사퇴와 제명을 요구하는 게시글도 이어졌다.
이번에는 '민주당에서 청년정치인으로서 겪는 고충은 어떤 것인가'라고 물었다.
우선 양 위원장은 "10월에 확대간부회의에서 낼 메시지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지도부와 한 달에 한 번 확대간부회의를 가지고, 발언권을 얻어 발언할 수 있는 기회는 두 달에 한 번이다. 더욱이 면담을 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다 보니 확대간부회의는 지도부에게 직접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라고 했다.
또 "지난 확대간부회의에서는 절박한 마음으로 메세지를 담았다. 두려움보다는 간절함이었다"면서 "소신발언을 하고 난 직후 가장 우려스러웠던 점은 공격을 받는 것보다, 이런 목소리를 향후 지속적으로 낼 수 없는 구조가 될까봐 우려스러웠다"라는 점도 토로했다.
양 위원장은 "어떤 이야기를 해도 다 왜곡되는 것이 요즘 가장 큰 고민"이라고 하면서도 "굳건한 마음을 가져야 훗날 후배들도 소신을 잃지 않고 바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내년에 민주당은 정말 중요한 총선을 앞두고 있다. 특히 20대에 대한 생각과 그들을 투표장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내년 총선에서 20대 지지율을 상승시키고 무당층을 포함한 20대들이 투표장으로 나올 수 있게 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도 힘줘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치가 혐오가 아닌 희망의 모습을 좀 보여주면 좋겠다. 잘하기 경쟁을 통해 국민께 선택받을 수 있도록 정치문화를 바꾸는데 힘을 실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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