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도움 없었지만 ‘캡틴’ 손흥민 맹활약…토트넘, 맨유 2-0 격파→시즌 첫 승

김희웅 2023. 8. 2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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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전 승리 후 기뻐하는 손흥민.(사진=게티이미지)
토트넘 선수단이 득점 후 기뻐하는 모습.(사진=토트넘 SNS)
‘주장’ 손흥민(31)이 토트넘의 첫 승에 크게 기여했다. 공격포인트는 없었지만, 토트넘에서 가장 빛났다. 

토트넘은 2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라운드 홈 경기에서 2-0으로 이겼다. 지난 13일 브렌트퍼드와 개막전에서 비긴 토트넘은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손흥민의 맹활약 덕에 팀이 완승했다. 왼쪽 윙 포워드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중간에 교체로 물러난 지난 경기와 달리 풀타임을 소화했다. 경기 내내 가벼운 몸놀림을 과시한 그는 역습 상황에서 빠른 발을 활용해 선봉장 역할을 맡는 등 맨유 수비진을 거듭 괴롭혔다. 

이날은 여느 때와 달리 마무리보다 기회를 창출하는 데 집중했다. 무리한 드리블보다 적재적소에 패스를 넣어 동료들의 슈팅을 끌어냈다. 비록 동료들이 기회를 놓치고 본인의 슈팅이 막히는 등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현지에서는 호평을 받았다. 
캡틴 완장을 단 손흥민이 맨유를 상대로 시즌 첫 승을 거뒀다.(사진=게티이미지)

맨유 캡틴 브루누 페르난데스.(사진=게티이미지)
토트넘은 4-2-3-1 포메이션을 꺼냈다. 최전방에 히샤를리송, 2선에 손흥민, 제임스 매디슨, 데얀 쿨루셉스키가 나섰다.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파페 사르와 이브 비수마가 선발 출전했다. 포백 라인은 데스티니 우도지, 미키 판 더 펜, 크리스티안 로메로, 페드로 포로가 구축했고, 골키퍼 장갑은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꼈다.

원정팀 맨유도 4-2-3-1 대형으로 나섰다. 마커스 래시포드가 선봉에 섰고, 그 아래를 알레한드로 가르나초, 브루누 페르난데스, 안토니가 받쳤다. 3선에는 카세미루와 메이슨 마운트가 나섰다. 수비진은 루크 쇼, 리산드로 마르티네스, 라파엘 바란, 아론 완 비사카가 구축했고 골문은 안드레 오나나가 지켰다. 

전반 초반에는 맨유의 공격이 매서웠다. 토트넘 진영으로 거침없이 올라간 맨유는 전반 23분 래시포드의 헤더가 골키퍼에게 막혔다. 토트넘도 반격에 나섰다. 전반 25분 역습 상황에서 손흥민이 왼쪽 측면에서 바란과 1대1 상황을 이겨내고 패스를 건넸고, 동료를 거쳐 쿨루셉스키의 슈팅까지 나왔다. 하지만 슈팅이 골키퍼 품에 안겼다. 

토트넘이 역습으로 재미를 봤다. 전반 30분 매디슨이 후방에서 볼을 지킨 후 카운터 어택이 시작됐다. 손흥민이 볼을 받아 센스 있는 패스로 파페 사르의 슈팅까지 끌어냈다. 하지만 골키퍼에게 막혔고, 이어진 슈팅은 빗맞았다. 맨유는 전반 35분 페르난데스의 프리 헤더가 골대 위로 뜨며 가장 좋은 찬스를 허무하게 날렸다. 

전반 40분에는 토트넘도 절호의 기회가 무산됐다. 손흥민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수비수 여럿을 끌어놓고 패스를 내줬고, 풀백 포로가 슈팅을 때렸다. 하지만 포로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타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결국 두 팀 중 전반에 0의 균형을 깬 팀은 없었다. 
득점 후 기뻐하는 토트넘 선수단.(사진=게티이미지)

이브 비수마.(사진=게티이미지)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브루누 페르난데스의 경합 모습.(사진=토트넘 SNS)
맨유와 토트넘 선수단의 경합 모습.(사진=게티이미지)
후반 초반 토트넘이 드디어 균형을 깼다. 후반 5분 쿨루셉스키가 돌파 후 오른쪽 측면에서 건넨 크로스가 수비수 맞고 반대쪽으로 흘렀고, 쇄도하던 사르가 밀어 넣으며 리드를 안겼다. 기세를 쥔 토트넘은 후반 7분 손흥민이 왼쪽 측면에서 원터치로 내준 패스를 우도지가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키퍼에게 막혔다. 

위기도 있었다. 후반 11분 맨유의 프리킥 상황에서 카세미루가 수비 마크 없이 자유로이 헤더 슈팅을 연결했다. 그러나 수문장 비카리오가 몸을 날려 쳐냈다. 후반 16분 경기 내내 도우미 역할을 했던 손흥민이 모처럼 슈팅을 때렸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수비수를 여럿 지나치고 슈팅을 때렸지만, 수비수에게 막혔다. 

토트넘은 리드를 쥐고도 물러나지 않았다. 맨유도 동점을 만들기 위해 거듭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이날은 토트넘의 결정력이 더욱 빛났다. 토트넘은 후반 38분 이반 페리시치가 페널티 박스 안으로 넣은 패스를 쇄도하던 벤 데이비스가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약간 빗맞았는데, 마르티네스 맞고 굴절돼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결국 마르티네스의 자책골로 기록됐다. 

맨유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거듭 몰아붙였다. 마침 토트넘의 수비 실책도 나왔다. 그러나 맨유는 경기 종료 직전 프리킥 기회를 날리는 등 끝내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결국 경기는 토트넘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토트넘은 맨유를 상대로 달콤한 첫 승을 거뒀다. 
매디슨과 손흥민.(사진=게티이미지)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사진=게티이미지)
올 시즌부터 주장 완장을 달고 피치를 누비는 손흥민이 두 번째 경기만에 웃었다. 손흥민은 맨유를 상대로 해결사보다는 조력자 역을 맡았다. 다소 팀의 공격을 조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상대 수비수를 제치고 동료들에게 연결해 주는 플레이가 일품이었다. 여느 때보다 경기에 끼치는 영향력이 매우 컸다.

축구 통계 매체 소파 스코어는 손흥민에게 평점 7.9를 부여했다. 결승 골의 주인공인 사르(8.5점) 선방 쇼를 펼친 수문장 비카리오(8.3점)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점수였다. 또 다른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는 7.7점을 건넸고, 역시 둘에 이어 팀 내에서 세 번째로 높은 평점이었다. 

그만큼 기록도 돋보였다. 손흥민은 패스 38회 중 30회를 동료 발 앞에 정확히 배달, 79%의 높은 패스 성공률을 남겼다. 슈팅으로 이어진 키패스는 무려 4회다. 드리블도 다섯 차례 시도해 3회 성공했다. 무엇보다 지상 경합 9회 중 여섯 차례 승리한 게 가장 눈에 띈다. 헌신적으로 뛰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현지에서도 호평이 쏟아졌다. 영국 매체 풋볼 런던은 “왼쪽 측면에서의 경험을 모두 활용해 맨유 수비진을 공략했다. 우도지, 매디슨과 호흡이 빼어났고, 히샤를리송이 피치를 떠난 후 중앙으로 들어갔다”며 평점 7을 건넸다.

또 다른 매체 90MIN은 “장기 탈장 문제에서 마침내 회복한 후 1년 전 이후 볼 수 없었던 순발력과 자유로움을 선보였다. (골대로) 달려 들어가는 선수들의 도움을 받아 정교한 패스를 선보였다”며 평점 7을 부여했다. 팀 내에서도 높은 점수였다. 
토트넘 손흥민이 13일 브렌트포드전에서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토트넘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
토트넘 새 주장으로 선임된 손흥민이 주장 완장을 들고 찰칵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토트넘 SNS
매체의 평가대로 손흥민은 최근 지난 시즌에 있었던 아픔을 털어놨다. EPL 득점왕을 차지한 다음 부진했던 손흥민은 스포츠 탈장 여파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부진을 인정하며 달라질 새 시즌을 예고했다. 아울러 엔지 포스테코글루 신임 감독은 손흥민에게 주장 완장을 건네며 신뢰를 보냈다.

토트넘의 리더이자 골잡이인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이 빠지면서 손흥민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주장 데뷔전인 브렌트퍼드와 1라운드에서는 손흥민이 실력 발휘를 하지 못했다. 실제 선발 출전한 후 75분간 활약한 뒤 페리시치와 교체돼 쓸쓸히 피치를 떠났다. 

하지만 2라운드 반전을 이뤘다. 맨유라는 쉽지 않은 팀을 상대로 드리블, 찬스 메이킹 등 장점을 여실히 뽐냈다. 특히 여느 때보다 부드러운 볼 운반으로 맨유 수비진을 휘저어 현지 호평을 끌어냈다. 시즌 개막 전 인터뷰에서 자신한 대로 가진 능력을 피치 위에서 뽐낸 손흥민이다. 앞으로 활약을 이어가는 게 그에게는 중요한 과제로 보인다. 

시즌 초반이지만, 순위를 5위까지 끌어올린 토트넘은 오는 26일 본머스 원정을 떠난다. 이후 번리와 원정 경기를 치른다. 원정 2연전에 임하기 전에 안방에서 시즌 첫 승을 거뒀다는 것은 토트넘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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