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이 첫 외출 '새드엔딩'…"문제는 야생동물 규제 미비"

박현주 2023. 8. 2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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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자 '사순이'가 (그런 환경에서) 오랫동안 생존해온 게 신기할 정도였다."

경북 한 민간 농장에서 탈출했다가 사살된 암사자 사순이가 살던 우리에 대한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의 평가다.

사순이는 지난 14일 오전 경북 고령군 덕곡면의 한 민간 농장에서 탈출했다.

이 대표는 "야생동물이 탈출하고 포획 과정에서 죽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 야생동물 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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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사순이, 관련법 제정 전 반입
"탈출동물 사살 반복…야생동물 체계 점검해야"

"암사자 '사순이'가 (그런 환경에서) 오랫동안 생존해온 게 신기할 정도였다."

경북 한 민간 농장에서 탈출했다가 사살된 암사자 사순이가 살던 우리에 대한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의 평가다. 이 대표는 "좁기만 한 것만 문제가 아니라 사육시설은 사자라는 종의 습성에 따라 복합적인 환경이 조성돼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사순이는 지난 14일 오전 경북 고령군 덕곡면의 한 민간 농장에서 탈출했다. 탈출 1시간10분이 지난 오전 8시34분쯤 농장에서 20~30m가량 떨어진 숲속에서 발견된 사순이는 수색 중이던 경찰과 엽사 등이 쏜 총에 사살됐다.

사순이는 국제멸종위기종 2급인 '판테라 레오(Panthera Leo)다. 해당 종은 서아프리카, 중앙아프리카 북부, 인도 등지에 서식한다. 현재는 야생동물보호법(2005년), 동물원수족관법(2017년)에 의해 야생동물의 반입 및 사육시설 조건을 정해두고 있지만, 사순이가 반입되던 시기엔 관련 법이 없어 최근까지 소급적용을 받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농장 관리인은 2008년 11월 관할 환경청에 '관람용'으로 양도·양수 신고, 2015년 전시사육시설 신고를 하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육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4일 오전 7시24분께 경북 고령군 덕곡면 옥계리 한 사설 목장에서 탈출한 암사자가 살았던 우리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동물보호단체들은 포획 시도나 숙고의 과정 없이 사순이를 즉시 사살한 것이 지나친 결정이었다고 비판했다. 사순이는 새끼 때부터 20여년간 사람 손에 길들여졌고, 발견 당시에도 공격성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마취 후 포획을 먼저 시도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인근 캠핑장 이용객의 대피도 끝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국의 사살 결정에도 이유는 있었다. 20살인 사순이는 사자 나이로 고령이기는 하나, 몸길이 2m·몸무게 150㎏에 달했다. 인근 캠핑장에 있던 시민들은 대피 완료했지만, 가까운 곳에 마을회관 등 민가가 있었고 사자가 육식동물인 만큼 인명피해 우려는 있었다.

환경부의 '동물 탈출 시 표준 대응 매뉴얼'에는 탈출 동물이 원래의 우리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지만,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위험도나 주변 상황에 따라 마취나 사살을 결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형주 대표 역시 '안전한 생포'가 어려웠을 것이란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당연히 사살되지 않고 마취해 안전히 생포해 시설로 돌려보냈으면 좋았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상황을 봤을 때는 안전한 생포라는 게 가능했을까"라는 의문을 제시했다.

정부가 만든 동물 탈출 시 표준 대응 매뉴얼이나 전문 인력 확보, 마취제 구비 등이 이뤄지지 못한 민간 사육시설에서 동물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포획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란 설명이다.

다시 말해 특정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환경에서 야생동물이 길러졌고, 이를 당국이 관리하지 못한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이 대표는 "야생동물이 탈출하고 포획 과정에서 죽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 야생동물 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오전 경북 고령군 덕곡면 한 목장에서 탈출한 암사자가 산으로 도주해 있다. [이미지제공=경북소방본부, 연합뉴스]

야생동물 사육시설의 요건을 강화한 동물원수족관법 전부개정안은 오는 12월 시행된다. 동물원과 사육시설 등록제를 허가제로 강화하고, 동물원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는 동물 전시가 전면 금지된다.

다만 이 법 역시 자동 잠금장치 의무 시설 등 구체적인 규정이 없고 '사육 당사자가 안전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만 서술돼 있다. 사순이는 전날 관리인이 사료를 준 후 실수로 잠그지 않은 우리 뒤쪽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간 것으로 추정되고, 2018년 대전 중구에 있는 동물원 '오월드'에서 탈출했다가 5시간 만에 사살된 퓨마 역시 사육사가 사육장 청소를 끝낸 뒤 문을 제대로 잠그지 않은 틈을 타 탈출했다.

이 대표는 온라인상에서 개인 간 야생동물 거래가 규제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야생동물 관련 법을 철저하게 만들어서 야생동물은 원칙적으로 사육을 금지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절한 기준과 관리에 따라 기를 수 있도록 제도 체계를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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