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이 첫 외출 '새드엔딩'…"문제는 야생동물 규제 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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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자 '사순이'가 (그런 환경에서) 오랫동안 생존해온 게 신기할 정도였다."
경북 한 민간 농장에서 탈출했다가 사살된 암사자 사순이가 살던 우리에 대한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의 평가다.
사순이는 지난 14일 오전 경북 고령군 덕곡면의 한 민간 농장에서 탈출했다.
이 대표는 "야생동물이 탈출하고 포획 과정에서 죽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 야생동물 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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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동물 사살 반복…야생동물 체계 점검해야"
"암사자 '사순이'가 (그런 환경에서) 오랫동안 생존해온 게 신기할 정도였다."
경북 한 민간 농장에서 탈출했다가 사살된 암사자 사순이가 살던 우리에 대한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의 평가다. 이 대표는 "좁기만 한 것만 문제가 아니라 사육시설은 사자라는 종의 습성에 따라 복합적인 환경이 조성돼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사순이는 지난 14일 오전 경북 고령군 덕곡면의 한 민간 농장에서 탈출했다. 탈출 1시간10분이 지난 오전 8시34분쯤 농장에서 20~30m가량 떨어진 숲속에서 발견된 사순이는 수색 중이던 경찰과 엽사 등이 쏜 총에 사살됐다.
사순이는 국제멸종위기종 2급인 '판테라 레오(Panthera Leo)다. 해당 종은 서아프리카, 중앙아프리카 북부, 인도 등지에 서식한다. 현재는 야생동물보호법(2005년), 동물원수족관법(2017년)에 의해 야생동물의 반입 및 사육시설 조건을 정해두고 있지만, 사순이가 반입되던 시기엔 관련 법이 없어 최근까지 소급적용을 받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농장 관리인은 2008년 11월 관할 환경청에 '관람용'으로 양도·양수 신고, 2015년 전시사육시설 신고를 하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육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동물보호단체들은 포획 시도나 숙고의 과정 없이 사순이를 즉시 사살한 것이 지나친 결정이었다고 비판했다. 사순이는 새끼 때부터 20여년간 사람 손에 길들여졌고, 발견 당시에도 공격성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마취 후 포획을 먼저 시도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인근 캠핑장 이용객의 대피도 끝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국의 사살 결정에도 이유는 있었다. 20살인 사순이는 사자 나이로 고령이기는 하나, 몸길이 2m·몸무게 150㎏에 달했다. 인근 캠핑장에 있던 시민들은 대피 완료했지만, 가까운 곳에 마을회관 등 민가가 있었고 사자가 육식동물인 만큼 인명피해 우려는 있었다.
환경부의 '동물 탈출 시 표준 대응 매뉴얼'에는 탈출 동물이 원래의 우리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지만,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위험도나 주변 상황에 따라 마취나 사살을 결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형주 대표 역시 '안전한 생포'가 어려웠을 것이란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당연히 사살되지 않고 마취해 안전히 생포해 시설로 돌려보냈으면 좋았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상황을 봤을 때는 안전한 생포라는 게 가능했을까"라는 의문을 제시했다.
정부가 만든 동물 탈출 시 표준 대응 매뉴얼이나 전문 인력 확보, 마취제 구비 등이 이뤄지지 못한 민간 사육시설에서 동물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포획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란 설명이다.
다시 말해 특정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환경에서 야생동물이 길러졌고, 이를 당국이 관리하지 못한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이 대표는 "야생동물이 탈출하고 포획 과정에서 죽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 야생동물 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생동물 사육시설의 요건을 강화한 동물원수족관법 전부개정안은 오는 12월 시행된다. 동물원과 사육시설 등록제를 허가제로 강화하고, 동물원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는 동물 전시가 전면 금지된다.
다만 이 법 역시 자동 잠금장치 의무 시설 등 구체적인 규정이 없고 '사육 당사자가 안전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만 서술돼 있다. 사순이는 전날 관리인이 사료를 준 후 실수로 잠그지 않은 우리 뒤쪽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간 것으로 추정되고, 2018년 대전 중구에 있는 동물원 '오월드'에서 탈출했다가 5시간 만에 사살된 퓨마 역시 사육사가 사육장 청소를 끝낸 뒤 문을 제대로 잠그지 않은 틈을 타 탈출했다.
이 대표는 온라인상에서 개인 간 야생동물 거래가 규제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야생동물 관련 법을 철저하게 만들어서 야생동물은 원칙적으로 사육을 금지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절한 기준과 관리에 따라 기를 수 있도록 제도 체계를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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