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다이어리]코리안스시 아니죠~ '김밥'입니다
"TJ(트레이더조) 김밥 먹어본 사람 있나요? 우리 동네 매장에선 찾을 수가 없어요."
이번엔 한국 김밥이다. 미국의 대형마트 '트레이더조(Trader Joe`s)'가 이달 새롭게 출시한 한국산 김밥 냉동식품 'KIMBAP'이 현지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레딧, 틱톡,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주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연일 리뷰가 쏟아질 정도다. 떡볶이와 함께 맛보는가 하면, '한국인의 추천 레시피'라며 계란물을 입힌 김밥을 소개하는 이들도 있다. 한때 미국에서 '캘리포니아롤', '코리안스시' 등 잘못된 이름으로 불려왔던 김밥이 이제 미국에서도 제 이름을 찾은 모양새다.
트레이더조에 한국 음식이 판매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 전역에 56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 트레이더조는 세계 각국의 음식을 가성비 있는 PB 냉동식품으로 선보이며 호평을 받아온 곳이다. 트레이더조의 LA갈비, 불고기 볶음밥, 떡볶이 등은 현지에 거주중인 한국인들도 자주 구입하고 추천하는 제품들로 손꼽힌다. 우리집 냉동고에도 이들 제품이 늘 자리를 지키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에 출시된 TJ표 김밥 열풍은 특히 남다르다 할 수 있다. 일단 온라인 상에 쏟아지는 리뷰와 문의글 건수부터 압도적이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 음식의 위상 자체가 높아진 데다, 저렴한 가격(3.99달러), 고기 대신 유부를 넣어 채식주의자를 겨냥한 김밥 구성까지 주효했던 덕분이다. 트레이더조는 "우리의 김밥은 채소 위주"라며 "한국의 김밥 전문업체가 (만들어) 공급한다"고 제품을 소개했다. 말 그대로 한국산 '간편한 건강식'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맨해튼으로 출퇴근하는 30대 직장인 헤더씨는 "온라인 리뷰를 통해 트레이더조에 김밥이 나온걸 알게 됐고, 오늘 처음 사왔다"면서 "평소 트레이더조 떡볶이를 좋아하는데 같이 먹어볼 생각"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미국에서도 인기를 끈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김밥을 처음 알게 됐다는 노리씨는 "채식주의자에게 딱이다. 완벽한 점심"이라고 평가했다. 유학생 이신영씨는 "무려 한국에서 만들어오는 김밥"이라며 "참치마요를 따로 만들어서 올려먹었다"고 후기를 전했다.
뉴저지주를 중심으로 일부 매장에서는 품절(?) 사태마저 확인됐다. 지인들의 추천을 받아 트레이더조를 찾은 40대 직장인 테일러씨는 "몇바퀴나 (매장을) 돌았지만 찾질 못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텅 빈 선반만 확인시켜줬다"면서 "당신은 먹어봤느냐"고 반문했다. 레딧을 비롯한 SNS에서는 "맛, 품질, 가격 모두 나를 사로잡았다. 모두 팬이 됐다"는 트레이더조 매장 직원들의 호평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아쉽게도 일부 현지인들은 간장이나 와사비를 얹어 먹거나 아보카도를 찾는 등 여전히 캘리포니아롤·스시와 김밥의 특성을 구분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트레이더조가 소개한 김밥 소개글에는 '김밥은 커다란 크기의 마키 초밥롤과 비슷해보이지만, 확실히 구별된다. 참기름 맛이 나는 밥에 온갖 종류의 고소한 속재료들을 포함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최근 몇년간 미 현지에서 한국 음식의 존재감이 확연히 높아졌다는 부분이다. 한때 '코리안 스타일 팬케이크', '코리안 스타일 샐러드' 등으로 부정확하게 풀어 설명해야만 했던 '파전', '잡채'는 이제 미국인들에게도 'Pajeon', 'Japchae'로 통한다. 한국식 콘도그(핫도그), 토스트, 치킨 등처럼 한국이 본고장이 아님에도 '코리안 스타일'이라는 수식어만 붙으면 현지 주목도부터 달라진다. 미 NBC는 "솔직히 말해, 한국식 콘도그는 뉴욕에서 캔자스까지 히트작이 됐다. (구입을 위해) 한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린다"면서 "K팝, K드라마 등 한국 문화 인기가 높아짐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얼마전 한 미국인 친구의 집에 초대받은 자리에선 익숙한 모양의 '약과'를 대접받았다. "여기에서 이걸(약과) 보게될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는 내 말에 친구는 "최근 사극 K드라마를 연속으로 3개 정도 봤는데, 다들 이걸 정말 좋아하며 먹더라. 그래서 궁금해서 샀다"고 답변했다. K팝 팬이자 K드라마 팬인 이 친구의 냉장고 안에는 고추장, 잡채용 당면, 부산어묵도 있었다. 조만간 답례 차 집으로 초대해 한국 음식을 제대로 대접해볼 생각이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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