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바닥" 심리 확산…고정? 변동? 어떤 금리 유리할까
현재는 고정금리 낮아 쏠림현상 보이지만
향후 변동금리 비중 증가 가능성 있어
3040 영끌 주도…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 경계
부동산 시장에서 집값 바닥론이 확산하며 '지금이 가장 싸다' 는 심리가 퍼지고 있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에 나선 이들의 최대 고민은 고정금리냐, 변동금리냐이다. 현재 두 선택지 중에 더 인기 있는 건 고정금리다. 지난 16일 기준으로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하단~상단 기준 변동금리는 4.08~ 6.06%, 고정금리는 3.83~5.92%였다. 고정금리가 소폭 낮은 편이다.
금리 낮은 고정으로 쏠림현상
20일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는 수억짜리 덩치라 금리가 0.1%포인트만 차이가 나도 한쪽으로 쏠리게 된다"며 "고정금리가 변동금리 보다 낮기 때문에 요즘 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중 60~70% 정도는 고정금리로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7~8월 사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의 신규주택담보대출 금액 중 고정금리 비중은 약 60~70%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봐도 지난 6월 기준 국내은행 주택담보대출 신규취급액 중 고정금리 비중은 73%, 변동금리 비중은 27%였다.
고정금리가 더 낮은 원인 중 하나는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움직이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고정금리는 매일 바뀌는 은행채 금리를 반영하고, 변동금리는 한달에 한번씩 바뀌는 코픽스를 반영하기 때문에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한발 앞서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은행 금리가 정점을 찍고 올해 1~4월 사이 금리가 내릴 때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더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금융당국도 고정금리 인하에 일정부분 역할을 했다. 지난해 하반기 급격한 금리인상기 시절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던 영끌족들의 이자부담이 급격히 늘어난 것에 문제의식을 느껴 은행들에게 고정금리 비중을 늘리라고 요구해왔다. 시중은행들도 가산금리를 낮추면서 고정금리 수준을 일부러 떨어뜨렸다.
고정 오름세 뚜렷…앞으로 변동이 더 낮아질수도
앞으로도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할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당장 고정금리의 근거가 되는 은행채5년물 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기준 4.41%로 5월 초(3.96%)보다 0.45%포인트 상승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달들어 미국 국채금리 상승이 국내 채권금리까지 끌어올리고 있는데 이런 상승추세가 지속되면 주담대 고정금리도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5대 은행 중 신한은행이 유일하긴 하지만, 17일 기준으로 이 은행의 변동금리(4.28~5.59%)가 고정금리(4.61%~ 5.92%)보다 낮아졌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 변동금리는 같은 날 0.1%포인트 하락했다. 변동금리 기준인 코픽스가 전날 0.01%포인트 하락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오는 24일 열리는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시중은행의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높낮이가 뒤바뀌면 언제든 변동금리 선택 비중이 커질수 있다.
3040이 영끌 주도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정부가 올해 초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며 3040세대가 매수세를 이끌고 있다.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6월 전국 생애 처음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연립주택·다세대주택 등) 매매 이전 등기 신청 매수인 중 30대와 40대는 19만881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신청자(41만6877명)의 절반 수준인 47.7%를 차지한다.
정부는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지역과 주택 가격, 소득에 상관없이 80%로 완화했다. 대출 한도 역시 4억원에서 6억원으로 확대했다. 12억원 이하 주택을 매수하는 생애 첫 주택 구매자에게는 소득 기준을 따지지 않고 200만원 한도로 취득세를 면제해줬다.
대대적인 규제 완화로 주택 매수심리가 회복되면서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는 22주 연속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다섯째 주(3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8.3으로 집계됐다. 2월 넷째 주(66.3) 이후 계속 오르고 있다. 기준선(100)보다 수치가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뜻한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세에 경고
한편 최근 증가세가 빨라지는 가계대출에 대해서 금융감독원은 경고장을 날렸다.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지난 17일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가계대출이 급격히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 4월부터 늘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증가 폭이 커지고 있다. 7월에는 전달 대비 5조4000억원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제대로 안 지켜지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보다 한 달에 갚는 원리금이 낮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금융 소비자들에게 DSR 규제 회피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원장은 "차주의 소득심사, 담보가치 평가에 필요한 여신심사 절차가 적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보겠다"며 "전체 가계대출과 특정 차주군의 대출 증가 속도가 해당 은행의 여신정책, 리스크관리, 자본관리 계획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유지되도록 관리해달라"고 했다. 금감원은 10월까지 은행권을 대상으로 가계대출 취급실태에 대한 종합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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