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식용견, 내일은 반려견… 해외 입양 가는 구조견들

이예솔 2023. 8. 20. 06:0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식용으로 길러지다 구출된 개들이 제2의 견생을 찾아 해외로 떠났다.

18일 오후 12시 인천 항공 화물청사 앞은 충남 아산 식용견 농장에서 구조된 개 25마리로 가득했다.

세계에서 큰 동물보호단체 중 하나인 HSI의 한국 지부인 한국HSI는 2015년부터 식용 개 농장에서 개를 구조하고, 농장주에게 전업을 지원하는 일을 해왔다.

이들이 현재까지 폐쇄한 개 농장이 18개, 해외로 입양 보낸 개들이 약 2700마리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8일 오후 12시 인천 항공 화물청사에 개 식용 농장에서 구조된 25마리가 해외 입양을 위해 모였다. 활동가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모습.   사진=박효상 기자

“주먹만 할 때 염소처럼 울던 아이를 손으로 직접 구조했어요. 잘 가, 사랑해”

식용으로 길러지다 구출된 개들이 제2의 견생을 찾아 해외로 떠났다.

18일 오후 12시 인천 항공 화물청사 앞은 충남 아산 식용견 농장에서 구조된 개 25마리로 가득했다. 대부분 진도, 도사 등 15㎏ 정도 되는 대형견이었다. 이 개들은 지난 3월 한국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한국HSI) 단체에 구조됐다.

18일 오후 12시 인천 항공 화물청사에 개 식용 농장에서 구조된 25마리가 해외 입양을 위해 모였다.   사진=박효상 기자

개들이 화물선으로 이동하기 전이라 활동가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먼저 대변 패드를 바꿔 주고 켄넬 안에 물과 사료를 채워준다. 앞서 개들은 긴 거리를 이동하는 동안 멀미를 방지하기 위해 금식을 했다. 물통으로 물을 마시는 법도 몇 달 전부터 훈련했다. 박시우 사단법인 동물권 한스 사무국장은 “켄넬 안에서 흥분하지 않도록 사회화 교육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며 “개들이 켄넬을 쉬는 공간이라고 이해하도록 10분부터 12시간까지 머무는 시간을 차츰차츰 늘렸다”고 말했다.

켄넬 위에는 개들의 정보가 적힌 종이가 붙었다. 견종과 색, 비행기 번호 등이 적힌 이들의 항공권이다. 활동가들은 켄넬 위에 “잘 가, 사랑해” 등 개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말을 영어로 적었다. 준비가 끝나면 검역이 시작된다. 농림축산검역본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국가별 검역 조건’에 따르면 개는 입국 30일 전 광견병 예방접종 실시 및 증명서와 출생 후 광견병 위험이 높지 않은 국가에서 살았다는 영문 서면 진술서 또는 구두 진술 등이 필요하다. 접종 증명을 위한 마이크로칩 대조 검사도 진행했다.

18일 오후 12시 인천 항공 화물청사에 개 식용 농장에서 구조된 25마리가 해외 입양을 위해 모였다. 활동가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모습.   사진=박효상 기자

34도 더위에 그늘 하나 없는 곳에서 활동가들은 개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송수진 도담 활동가는 “새끼 때부터 데려와 키운 내 새끼”라며 “가서 아프지 말고 사랑 많이 받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 땀도 나고 눈물도 난다”고 말했다. 송씨는 “아이들이 해외 입양을 보내면 버림받는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며 “빨리 잊고 적응해서 예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화물청사 앞에 모인 25마리 개들은 10시간 동안 비행해 캐나다에 도착, 새로운 가족을 만난다. 한국HSI와 사단법인 동물권 한스, HSI 협력 위탁업체 도담 활동가들이 함께했다. 활동가들은 개 농장 폐쇄부터 해외 입양까지 과정을 위해 수개월간 준비했다. 세계에서 큰 동물보호단체 중 하나인 HSI의 한국 지부인 한국HSI는 2015년부터 식용 개 농장에서 개를 구조하고, 농장주에게 전업을 지원하는 일을 해왔다. 이들이 현재까지 폐쇄한 개 농장이 18개, 해외로 입양 보낸 개들이 약 2700마리다.

18일 오후 12시 인천 항공 화물청사에 개 식용 농장에서 구조된 25마리가 해외 입양을 위해 모였다. 켄넬 위에는 활동가들이 구조견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말이 적혀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이상경 한국HSI 팀장은 “처음엔 동물보호단체라 하니 농장주께서 거부감과 어색함을 느끼셨다”며 “갖고 계신 편견을 깨고, 농장주와 신뢰를 쌓기 위해 많은 대화와 방문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약 27년간 개 농장을 운영해 온 농장주는 반평생 생업으로 운영한 농장을 폐업하고 현재 농부로 전업했다. 지난 5월 한국HSI가 다시 찾은 개 농장은 고구마, 배추, 가지 등의 작물로 가득했다. 이 팀장에 따르면 해당 농장주는 “구조팀이 개들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개 배설물을 온몸에 뒤집어쓰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개들과 소통하려는 것을 보고 놀랐다”라며 “30년간 개를 다뤄온 나보다 낫다”고 말했다.

실제 전업을 희망하는 식용 개 농장주가 많다고 한다. 이 팀장은 “여러 농장주와 이야기해보면 수익도 안 나고, 사회적 인식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식으로 폐업하고 전업할지 몰라서 두려워하고 망설이는 농장주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Copyright © 쿠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