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 '웬에버·왓에버 위력'…'김정은 갈라치기' 안통한다

유지혜 2023. 8.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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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수차례 발사하며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부터 한국을 타깃으로 한 전술핵 개발에 열을 올리는 속셈은 ‘한·미 갈라치기’에 있다. ‘핵 공격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이 과연 서울을 지키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위험에 빠뜨릴 것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꺼내 동맹 사이를 이간하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로렐 로지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한·미·일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 문건은 3국 정상이 이런 김정은에게 “갈라칠 틈새는 없다”고 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3국 중 한 나라가 위협받으면 우리 모두가 위협받는 것”(17일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이라는 인식 하에 만들어진 문건이기 때문이다.


“whenever, whatever 신속 협의”


실제 해당 공약은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도발, 위협에 대해 3국이 신속하게 협의한다”고 규정했는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를 “역내에 위기가 발생하거나 우리 중 어느 한 나라라도 영향을 받을 때마다(whenever)” “위기의 근원이 뭐가 됐든 관계없이(whatever source it occurs)” 등으로 표현했다.

이 공약대로라면 북한이 한국을 노린 전술핵 미사일 시험발사 등의 도발을 할 경우에도 3국 고위급에서 핫라인을 가동하는 게 가능해진다. 북한은 올 3월에도 한국 전역이 타격권에 드는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탄도미사일에 모형 전술핵탄두를 탑재한 뒤 상공 800m에서 폭발시키는 시험을 진행했다.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의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장에 3국 정상이 채택한 '한미일 간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 결과 문서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애초에 3국이 이런 공약 채택에 합의할 수 있었던 것도 각기 다르게 정의했던 위협에 대한 인식 차를 상당히 좁혔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은 남한을 노린 전술핵을 완성해 한·미 동맹의 상호방위 딜레마를 가중하려 했지만,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전술핵이 한국만의 걱정거리가 아니라 한·미·일 모두에 위협이라는 인식을 달성할 여지가 커진 셈이다.


양자 연쇄협의→3자 핫라인 가동


물론 이전에도 북한의 다양한 도발이 있을 때마다 3국 간 긴밀한 협의가 이뤄져 왔다. 다만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외교부 장관이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화상이나 전화로 한·미-한·일-미·일 등 양자 간 연쇄 협의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새로 구축될 핫라인을 통해 3국이 동시에 즉각적인 협의에 나설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협의에 참여하는 당국자의 급도 사안에 따라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도발 시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공동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공약 문건에서 협의의 대상을 특정하지 않은 건 3국이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영역에 제한을 두지 않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도전▶도발 ▶위협 등 협의를 가동할 수 있는 위기의 종류도 다양하게 규정했다. 각국의 주관적 해석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다르게 이야기하면 북한의 전술핵 뿐 아니라 남중국해나 대만해협에서의 무력충돌 등도 협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미국과 한·일 간에 위협으로 인식하는 정도가 다를 수 있는 사안이다.


대만해협 충돌도 협의 대상 될듯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3자 협의 공약에 대해 “3국 공동의 이해를 위협하는 역내 긴급한 현안이 발생한 경우 신속하게 협의하고 대응하기 위한 소통 채널을 수립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공동의 이해’는 문건에 있는 문안 그대로의 표현이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쓴 “어느 한 나라라도 영향을 받을 때마다”와는 온도 차도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정상회의를 앞둔 언론 설명에서 미 당국자는 “협의의 의무(duty to consult)”로, 한국 당국자는 “협의의 공약(commitment to consult)”으로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결국 문건에는 ‘의무’가 아닌 ‘공약’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는데, 한국 측 입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한국으로선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데다 아직 남중국해나 대만해협에서의 충돌 상황에서 정부가 개입하는 것처럼 보이는 데 대해서도 국민적 공감대가 크게 형성되지 않은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단=연합뉴스


세계 안보 연결…1국 문제 아냐


그럼에도 이번 정상회의에서 공감한 3국 안보 협력의 범위 확대는 필연적이라는 게 외교가의 지배적 견해다. 대만 문제만 하더라도 대만 해협에서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를 틈타 북한이 한국을 노린 도발에 나설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3국뿐 아니라 인도 태평양 지역, 더 나아가서는 전 세계의 안보가 결국 연결돼 있다는 이번 정상회의의 결론도 그래서 나온다.

이와 관련, 정상회의 공동성명인 ‘캠프 데이비드 정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두고서도 “영토보전, 주권, 분쟁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수호하고자 하는 국제 사회의 변함없는 의지”를 강조하며 “우리는 어디에서든 이러한 기본적인 원칙들이 거부된다면 우리 지역에 대해서도 위협을 의미한다는 견해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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