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익수 FC서울 감독, 대구전 직후 '전격 사퇴' 선언…구단 "합의된 내용 아냐" (종합)
(엑스포츠뉴스 서울월드컵경기장, 나승우 기자) 안익수 FC서울 감독이 공식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힌 가운데 서울은 합의된 내용이 아니라며 좀 더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서울은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7라운드 맞대결서 2-2로 비겼다. 한승규의 골로 앞서갔지만 이근호에게 동점골을 내줬고, 김신진의 프리킥골로 승리를 굳히는 듯 했으나 에드가에게 재차 실점해 무승부에 만족해야헀다. 승점 1점을 추가한 서울은 10승 9무 8패, 승점 39로 4위를 유지했고, 대구는 8승 11무 8패, 승점 35로 8위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에선 이른 시간 서울의 선제골이 터졌다. 전반 9분 왼쪽 측면을 허물었고, 대구 수비가 걷어낸 크로스를 한승규가 중거리 슛으로 연결했다. 홍정운이 발을 뻗어 막아보려 했으나 오히려 발에 맞고 굴절돼 더욱 구석으로 향했고, 골대에 맞은 공은 오승훈 골키퍼에 맞고 골라인을 넘어갔다.
하지만 서울은 동점골을 허용했다. 대구가 전반 25분 프리킥 공격에서 득점에 성공했다. 세징야가 길게 올려준 공이 박스 안으로 향했고, 조진우가 박스 안으로 재차 올려줬다. 이근호가 머리로 방향을 돌려놔 득점에 성공했지만 골키퍼 차징 파울이 선언돼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주심이 VAR로 확인한 후 이근호의 득점으로 인정하며 대구가 동점을 만들었다. 일격을 당한 서울 선수들은 실점 후 동그랗게 모여 분위기를 다잡았다.
서울의 추가골이 나왔다. 전반 42분 프리킥 상황에서 김신진이 낮고 빠른 프리킥으로 대구 골망을 갈랐다. 공교롭게도 대구 박세진 다리 사이로 통과하면서 오승훈 골키퍼가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고, 공은 골문 구석에 꽂혔다. 프리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팔로세비치, 김신진, 한승규 사이에 언쟁이 벌어졌으나 김신진의 득점이 터지자 곧바로 화해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승리를 눈앞에 뒀던 서울은 후반 36분 다시 한 번 실점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왼쪽에서 세징야가 올려준 크로스를 에드가가 수비를 비집고 침투해 머리로 받아넣었다. 시즌 6번째 골이었다. 슈팅 순간 서울 수비보다 살짝 앞서있는 듯 보였지만 VAR을 확인한 후에도 득점으로 인정됐다.
결국 서울은 또다시 승리를 놓치면서 리그 5경기 연속 무승에 빠졌다.
한 때 리그 2위 경쟁을 이어갔던 서울은 어느새 4위까지 내려앉으면서 주춤한 상태다. 특히 경기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 서울 팬들은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안익수 나가!'를 외치면서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안익수 감독도 감정적으로 반응하면서 서포터석으로 걸어가려 했으나 코칭 스태프들이 말렸을 정도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안익수 감독은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다. 선수들은 끝까지 그동안 승리가 없던 상황들을 팬분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했는데 결과를 못 갖고와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최근 3경기 연속 후반 막바지 실점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지고 싶은 선수들이 없을 거다. 전술적으로나 상황적으로 내 불찰인 것 같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계속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전반전 김신진의 득점 장면 직전, 김신진과 팔로세비치, 한승규가 "팔로세비치는 골을 넣기 위한 욕심이었다. 언쟁이 아니라 열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에는 많은 부분으로 다가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1년 5개월 만에 리그 복귀전을 치른 지동원에 대해서는 "충분히 그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 짧은 시간이라 모든 걸 보여줄 수 없었지만 그동안 마음 스트레스, 아팠던 부분들을 해소시키기 위해 열심히 뛰어줬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잔디 이슈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선수들에게 의견은 개진해보겠지만 외부에서 볼 때는 뭐라 단정지어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파이널 라운드에 돌입하기 전까지 6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중위권 팀들의 승점 간격이 매우 촘촘하다 이에 대해 안 감독은 "우리 팀뿐만 아니라 모든 팀들의 고민일 거다. 우리도 매진해야 할 과제다"라고 짧게 답했다.
아시아축구연맹이 추진하고 있는 추춘제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리그 추세에 맞춰나가는 건 맞지만 우리의 사계절을 고려해야 한다. 일본은 그런 걸 해소할 수 있는 일정 조정이 있으면 가능하겠지만 우리는 조금 제한 사항이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인터뷰를 마친 안 감독은 돌연 "여러분께 준비했던 부분들을 읽어드리겠다"며 깜짝 발언을 내놨다.
안 감독은 "이 말씀은 사퇴변이라는 제목으로 말씀드리겠다. 2년 전 부임 당시 한 인터뷰에서 FC서울 감독 제안을 받고 수락한 이유에 대해 평소 서울이라는 구단은 분명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팀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시기, 팀 순위는 11위였다. 강등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을 가졌다. 이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는데 지금 내 마음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이 더 발전하려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더니 "여러분과의 약속이자 내 스스로 약속했던 마음을 다잡기 위해노력했으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중도 하차 하겠다"라면서 "내 역할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 성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 서울이라는 팀은 한국 축구를 선도하고 이끌어야 하는 팀이라는 마음은 변함이 없기에 한 명의 수호신이 돼 응원하겠다"고 자진 사퇴 의사를 발혔다.
이어 "믿고 맡겨주신 구단주님, 수고한 구단 프런트 지원 스탭분들, 비바람, 폭염 등 날씨 가리지 않고 선수단과 함께해 준 서포터즈 여러분, 구리 훈련장 관리하시는 분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서울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선수들에게도 미안하고 감사드린다"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서울 관계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안 감독이 기자회견실을 빠져나간 후 한 서울 관계자는 "구단 내주 논의를 더 거쳐서 입장을 말씀드려야할 것 같다"며 "사전에 합의된 내용이 아니다"라고 안 감독의 돌발 발언이었음을 밝혔다. 또한 믹스트존 인터뷰를 요청하자 거듭 고개를 숙이며 인터뷰가 어려울 것 같다고 정중하게 거절했으며 "구단 고위 관계자들도 안 감독 인터뷰를 보고 전부 당황했다"며 내부적으로 논의가 필요하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20분 가량 선수들과 미팅을 가진 안 감독은 믹스트존에 나와 취재진과 악수를 나누며 "그동안 감사했다. 앞으로도 계속 서울을 응원해주셨으면 한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안 감독 사퇴 소식을 전해들은 선수단 표정도 어두웠다. 김진규 수석코치를 비롯해 팔로세비치, 오스마르 등 외국인 선수들도 굳은 표정으로 버스에 탑승했다. 이날 득점에 성공한 김신진 또한 침울한 표정으로 버스에 올랐다. 이렇게 서울과 안 감독의 동행이 마무리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서울월드컵경기장, 나승우 기자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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