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한계 드러난 중국…디커플링 vs 디리스킹 [경제칼럼]
중국 의존도 높은 韓, ‘디리스킹’ 전략 필요
상처는 치유될지 모르지만, 상처의 흔적인 흉터는 남는 법이다. 이른바 ‘상흔 효과(Scarring Effect)’가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셧다운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 지출을 쏟아부었고, 세계 주요국이 고금리를 도입해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때도 중국은 낮은 금리를 유지하며 경기 부양적으로 통화 정책을 운용했다. 그럼에도 좀처럼 경제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낮은 금리에서도 중국의 저축액이 많이 증가하는 현상은 경제 주체들이 그만큼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느끼고 있음을 방증하는 단면이다.
중국의 청년(16~24세) 실업률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올 4월 청년 실업률은 역사상 최초로 20%를 초과했고, 6월 21.3%로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두 자릿수 성장률을 지속할 때는 역동적인 성장 속도만큼이나 수많은 일자리를 양산했다. 중산층이 두꺼워졌고 교육열도 높아졌지만, 이제 성장 속도도 주춤해지고 기업들이 중국을 이탈하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여력이 사라졌다.
청년 실업은 중국의 사회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탕핑족’과 ‘전업자녀’가 대표적인 현상이다.
‘탕핑’이란 평평하다는 뜻으로, 바닥에 드러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숨만 쉬고 살겠다’는 중국 MZ세대들의 저항 정신(?)으로 굳어졌다는 평이다. ‘바이란’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부모에 기생하면서 사회가 썩어가도록 두겠다는 매우 비관적인 표현이다. 집안일을 하고 부모에게 돈을 받는 ‘전업자녀’도 유행이다. 실제 일자리가 없다 보니 이 대열에 합류하는 고학력 청년이 늘고 있다. 기존 세대에 대한 불만도 팽창해 세대 갈등이나 사회 분열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역동적으로 중국 경기가 성장하는 것 외에는 획기적인 청년 실업 해결 방안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중국 경제는 2020년 팬데믹 경제위기를 맞아 크게 출렁였고, 2022년 2차 팬데믹으로 다시 한 번 요동쳤다. 2023년에는 리오프닝이 시작되면서 경기 회복을 기대했지만 중국 경제는 다시 꼬꾸라지고 있다.
한때 14.2%로 고속 성장했던 중국이 4~5%대로 성장 속도가 줄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2023년 5.2%에서 2024년 4.5%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자리 창출력이 약하고, 소비와 생산 둔화로 연결되며, 저물가 늪에 빠지는 악순환이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다.
이와 관련 ‘디리스킹 전략(De-risking Strategy)’이 필요하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디커플링(De-coupling)이 아닌, 디리스킹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중국을 적대시하거나, 중국과의 교류를 단절하는 디커플링은 한국 경제에 대한 보복을 낳거나 단기적으로 경제적 충격을 초래할 것이다. 중국과의 관계를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적대적이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위험 요소를 점차 줄여나가는 것이 바로 디리스킹이다. 중국 이외의 다른 교역 대상국 혹은 생산 기지를 확보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대응 전략이 중국과 단절하자는 것이 아니라, 신시장을 개척하는 데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상흔 효과가 한국 경제의 상흔으로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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