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공격하다 들키자 "믿으세요"…신생아 7명 죽인 英간호사
영국에서 신생아 7명을 살해하고 6명의 살해를 시도한 신생아 병동 간호사가 10개월간의 지난한 재판 끝에 마침내 유죄 인정을 받았다. 범행을 은폐하고 부인하던 이 간호사는 영국 역사상 최악의 아동 연쇄 살인범으로 전락했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BBC 방송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리버풀 인근의 ‘체스터 백작 부인 병원’에서 일하던 루시 렛비(33)는 2015~2016년 병원 신생아실에서 일하던 중 남아 5명, 여아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렛비는 주로 야간 근무 중에 아기에게 일부러 공기를 주입하거나 강제로 우유를 먹였고, 두 명에게는 인슐린을 주사해 중독시켰다.
아이 엄마에 들키자 “믿으세요. 저는 간호사”
렛비가 살해하려고 했던 아기 중엔 쌍둥이들도 있었다. 쌍둥이 모두를 살해한 경우도 있었고, 쌍둥이 중 한 명을 살해한 뒤 다음 날 다른 아기를 죽이려고 했지만 실패한 경우도 있었다. 생존한 쌍둥이 중 한 명의 부모는 BBC에 “현재 7세인 아이가 심각한 학습 장애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 쌍둥이 아기를 공격하는 모습을 어머니에게 들키자 “저를 믿으세요. 저는 간호사입니다”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렛비는 미숙아를 범행 대상으로 삼기도 했으며, 가장 어린 피해자는 생후 하루 된 아기였다. 4차례의 시도 끝에 살해한 아기도 있었다.
이 밖에 렛비의 살인 미수 2건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또 배심원단은 다른 6건의 범행 시도에 대해서도 합의 판결을 내리지 못했다.
현지 검찰은 렛비가 2018년 체포된 뒤 집에서 발견된 자필 메모를 증거로 들었다. 렛비는 메모에 “나는 악하다. 내가 일을 저질렀다(I am evil I did this)”라고 적었다. 또 “내가 아기들을 돌볼 능력이 없어서 일부러 죽였다”며 “나는 끔찍하고 사악한 사람”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병원 더럽고 직원 무능한 탓”…누명 주장
렛비의 범행은 신생아 병동에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사망이 지속해서 발생하는 것에 대해 의사들이 의문을 갖게 되면서 드러났다. 이후 조사에서 의사들은 의학적인 이유를 찾지 못했고, 경찰이 개입했다. 닉 존슨 검사는 “렛비는 가장 약한 아기들을 돌볼 정도로 신뢰받았고 함께 일한 동료들은 살인자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며 “그는 최선을 다해서 범행을 숨겼다”고 말했다.
렛비는 재판 내내 아기를 다치게 하려고 한 적이 없다고 울며 범행을 부인했다. 그는 오히려 병원의 위생적이지 못한 환경과 직원의 능력 수준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나는 악하다’는 메모를 쓴 것은 병원 의사들이 신생아 사망의 책임을 렛비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했고, 이에 부담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그가 진술을 계속해서 바꿔 왔고, 냉정하고 잔인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수사를 맡은 경찰은 그의 삶에서 별다른 범행 동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의 집에서 피해 아동 관련 서류와 의료 기록을 발견했다.
렛비의 소셜미디어에는 웃으며 사교 생활을 하거나,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이 올라와 있었다. 그는 살해된 아기의 부모와 가족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검색하기도 했다.
재판 과정에서 렛비가 동료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는 중요한 증거로 작용했다. 렛비는 범행을 저지르는 12개월의 기간에 아기가 죽은 직후 동료와 채팅하며 위로를 받았다. 문자 메시지에는 그가 신생아 치료실에 추가 근무를 자원했다는 내용도 있다.
최악의 아동 연쇄 살인범…종신형 전망
경찰은 추가 범행을 확인하기 위해 렛비가 간호사로 일한 기간을 모두 들여다보고 있다. 그가 훈련을 받았던 리버풀의 다른 병원 등에선 사망 사건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이번 범행과 관련해 독립적인 조사를 지시했다. 체스터 병원 신생아실의 다른 의사는 2015년 10월 처음 문제를 제기했지만, 병원이 경고를 무시했으며 경찰에 신고할 때도 늑장을 부렸다고 BBC에 폭로하기도 했다.
렛비에 대한 선고는 오는 21일 이뤄질 예정이다. 로이터는 렛비에게 종신형이 내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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