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이 필요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이야기

우연주 2023. 8. 1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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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우정, 인생에 관한 아름다운 소설 <마법 서점 라라 북스>

[우연주 기자]

 마법 서점 라라 북스 표지
ⓒ 달꽃
 
임자경 작가의 <마법 서점 라라 북스>. 달꽃 출판사 인스타그램에서 소개피드를 보고 단숨에 혹해서 바로 주문했던 책이다. 마녀가 운영하는 서점 이야기라는 것에 호기심이 갔기 때문이다. 취향저격이라고 해야 할까. 우리 인생에 마법 같은 일들이 일어나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곤 할 때, 이 책은 그 욕구를 충족시켜 줄 것만 같았다. 책 표지부터 귀여운 마녀 주인공의 싱그러운 미소가 탁월한 선택이라고 답변해 주는 것만 같았다.

이 책에는 총 세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첫 번째 이야기 '늑대 여자 류해나', 두 번째 이야기, 내가 책을 구매하게 이끈 '마법 서점 라라 북스', 세 번째 이야기 '골든 오울스'. 결국 이 세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는 결국 사랑, 우정, 그리고 인생이었다. 그것도 아주 착하고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여자들의 이야기. 아마도 저자 자신을 꼭 닮은 분신이 아닐까 싶다.      

'늑대 여자 류해나'는 베이커리에 손님으로 온 박재준을 보고 한눈에 반한다. 이것이 사낭 욕구인지 사랑인지 헷갈려하지만, 가게를 떠나는 박재준을 급히 불러 키스한 후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리고는 사랑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진짜 사랑이란 무엇일까? 첫사랑이란 뭘까? 등등. 그리고 자신이 이렇게 사랑을 생각하는 건, 지속적인 행복감을 위해서라고 말이다.     
 
 류해나 씨는 첫사랑에 대해 생각해 본다. 스무 살에 만난 첫 남자친구가 첫사랑인 줄 알았었는데…. 그때는 사랑을 몰랐다. 사랑의 속성도, 의미도, 방법도 몰랐었다. 이십 대 때 스스로의 허무를 못 이겨 잠시 만났었던 몇 명의 남자들? 그들도 결코 사랑이 아니었다. 흩어지는 연기 같은 것이었다. 고독에 맞붙어 있는 그림자 같은 것.

류해나 씨가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믿고 싶었던 건, 역시 무의식 중에 소울메이트를 원하기 때문이 아녔을까? 류해나 씨가 사냥 대신 사랑을 하기로 마음먹은 건, 진정한 행복을 느끼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단발성의 충족감 말고, 순하면서도 지속적인 행복감. 류해나 씨는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기로 했다. (책 13쪽)

과연 첫눈에 빠지는 사랑이 진정한 사랑일까? 그건 모르겠지만, 우리가 어떤 사람에게 매력을 느낄 때는 여러 뉴스에서 보도된 것처럼 짧은 몇 초의 순간에 결정되는 건 확실한 것 같다. 다만, 함께 경험을 공유하고 시간을 나누는 과정에서 그가 진정한 나의 소울메이트인지 아닌지 판가름이 나고 이별과 사랑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하는 건 아닌지...

그런 의미에서 두 번째 이야기 '서점 라라 북스'는 주인공인 마녀 라라와 서점 손님 한빛의 사랑 이야기에 괜스레 빙그레 미소를 짓게 만든다.

첫눈에 반한 둘은 함께할수록 더욱더 서로에 대한 사랑이 깊어짐을 느낀다. 마치 실제로 마법이 일어난 것처럼 아름다운 순간의 연속이다. 소설을 읽는 독자는 나도 이런 사랑을 해보고 싶다고, 함께 핫초코를 나눠 마시고 두런두런 따스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울메이트를 만나고 싶다고 행복한 상상에 빠지게 만든다.     
 
 라라와 한빛은 동시에 얼떨떨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같이 웃어버렸다. 신기한 밤이었다. 마치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두 사람에게 하늘에서 산타가 선물을 툭, 하고 떨어뜨려 준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우연히 그러나 운명처럼 만났고, 언 손을 녹이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핫초코를 마시며 밤새 이야기를 나눴다.

라라는 생각했다. 내가 마녀가 아니더라도, 이 세상에 마법은 존재해. 이런 아름다운 마법이 내게 일어나다니, 이 순간이 정말 행복하다고. 라라는 어릴 적에 행복한 순간들을 함부로 대한 기억이 났다. 지금은 다르고 싶었다. 지금 바로 이 순간의 행복을 소중하게 대해주겠노라고 마음먹었다. '사랑은 운명처럼 찾아오지만, 그걸 대하는 마음가짐은 인간의 것이야!' 

라라는 한빛의 검고 깊은 눈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본문 54쪽)

아마 저자인 임자경 작가도 이런 한빛 같은 연인을 만나기를 꿈꾸면서 이 소설을 쓰지 않았을까란 생각에 가닿는다. 
 
오후가 되자 한빛과 라라는 함께 빨래를 널었다. 햇살 좋은 겨울 오후였다. 마치, 시작하는 연인들을 축복하는 것 같은 여리고 아름다운 햇볕이었다. (본문 68쪽)

하지만 라라의 생각을 통해 현실적인 고민도 함께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라라는 마녀라는 본분에 회의를 느꼈다. 인간들이 곤란할 때 마법을 부려 많은 것을 해결해 주는 마녀. 하지만, 세상에 필요한 건 마법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랑과 더 많은 이해와… 그렇게 생각이 지꾸 엉켜갔다. 라라는 마법뿐만 아니라 초능력에 대해서도 조금씩 회의가 엉겨 붙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초능력이 있어야만 평화로워지는 사회라면,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본문 61쪽)

세 번째 이야기 '골든 오울스'를 다 읽고 나면 작가는 오직 사랑만이 전부인, 사랑에 빠지면 친구들을 등한시하는 우리가 눈을 흘기던 그런 여자가 아니란 걸 알게 된다.

여성잡지사 <달링>에서 일하며 누구보다 자기 일을 사랑하고 우정을 소중히 하는 경혜라는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그가 잡지사에서 직장동료에게 따돌림을 당한다는 이야기는 내 일처럼 나 또한 가슴이 아팠다.

어쩌면, 화려함과 겉모습으로 치장하기 바쁜 세상에서, 외면보다 내면을 더욱 소중하게 가꿔온 사람에게 현대인들은 왜 이렇게 가혹할까란 생각이 들게 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경혜는 그런 슬픈 삶 속에서도 클럽에 가서 춤을 추고 자신처럼 사회의 소수자인 퀴어 친구들을 사귀며 쓸쓸함과 외로움을 극복하고 진한 우정을 만들어나간다.     
 
남달랐던 첫인상과 외모, 대범하고 도발적인 표현과 말투, 쓸쓸했던 개인사와 분위기, 많은 것들이 경혜의 마음을 찌르고 눈물이 나게 했지만, 동시에 경혜를 웃게 했다. 호기심이라기엔 너무 경박하고, 경혜의 진심은 아마도 외로움에 대한 공감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 이상한 우정들이 계속되기 위해선, 한 명 한 명이 잘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본문 108쪽)

나와 동갑내기인 작가의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이런 멋진 소설을 쓰신 작가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도 동시에 든다. 하지만 그보다는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더 깊어지고 더욱 더 소통하고 가까워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작가의 말에서 작가의 사려 깊은 이야기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 저는 '착한 사람들'에 대해 생각합니다. 바보 같고 잘 이용당하지만 선한 본성을 꺾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요. 저는 그런 착한 사람들을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착한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고, 정말 강한 사람들이란 생각을 합니다. 착한 사람들 파이팅! (본문 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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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브런치 https://brunch.co.kr/@lizzie0220/571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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