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오염수 방류 임박, 일본 언론은 조용합니다
[박현국 기자]
▲ 최근 일본에서 핵폐기물 중간 저장시설을 지을 곳을 정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야마구치현 가미노세키초가 후보지 조사를 받아들이로 했습니다. 마을사람들이 반대했지만 반대 기사를 실은 신문은 거의 없었습니다. |
ⓒ 일본 TBS 갈무리 |
일본 정부는 최근 우리나라 야당이나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핵 오염수 방류 반대 의견을 '괴담'이라고 규정하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핵 오염 폐기수 방출이 IAEA의 객관적 기준에 의한 것'이며 '중국이나 한국 원자력 발전소에서도 핵 오염 폐기수를 방출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일본 도후쿠 지진 같은 지진이 없었으며 도쿄전력 원자력 발전소처럼 냉각수 공급이 멈추고, 수소 폭발이 없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습니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핵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려는 까닭을 몇 가지로 나누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첫째, 일본 정치의 비민주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늘 정치인들이 말하는 것처럼 한국이나 일본은 민주 정치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대통령 중심제이고, 일본이 내각 중심제입니다. 국민들의 선거에 의해서 정치인들이 선출됩니다. 그러나 일본은 국민들의 선거 참여율이 매우 낮습니다. 대부분의 선거가 40% 전후의 투표율로 결정됩니다. 그리고 수상은 국회의원과 당원이 결정합니다.
일본 국민들은 정치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정치는 정치인들에게 맡기고 자기는 자신의 일을 한다고 합니다. 정치인, 세습 정치인 30%에게 정치를 맡기고, 국민들은 먹고사는 일에만 집중합니다. 최근 일본의 정치 상황은 1940년대 전쟁시의 정치 상황과 비슷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여야 의견 조정 없이 모두 전쟁을 통한 대동아 공영권의 건설과 부흥만 바라보고 있는 꼴입니다. 그것이 가져 올 역사적 비극이나 자신의 형편과 처지를 도외시하고 있습니다.
둘째, 일본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겪은 핵폭탄의 경험으로 핵 오염수에 대해서 일종의 '내성'이 생긴 것 같습니다. 세계 역사상 원자 폭탄의 폭발 피해를 입은 곳은 일본이 유일합니다. 그동안 체르노빌이나 드리마일의 핵발전소 사고를 비롯해서 방사선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런 방사선 사고나 핵 발전소 사고를 대하는 태도는 지역이나 사람에 따라서 다릅니다. 독일은 일찍이 핵 발전소의 운영과 핵 폐기물을 처리할 시설들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일이 복잡하고, 큰 비용이 들고, 아직 충분한 기술이나 시설이 없다면서 핵 발전소 폐기를 선언했습니다.
▲ 지난 7월 14일 마유즈미 토모히코 도쿄전력 대변인이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앞에서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셋째, 일본 정부의 핵 오염수 폐기에는 일본의 '화장실 비데 문화'가 반영돼 있어 보입니다. 화장실 변기에 비데를 설치하여 배변 뒤 씻어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그것입니다. 비데는 오랜 전부터 있었지만 그것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은 일본 기업 '토토'입니다.
일본 사람들이 비데를 만들어서 사용하는 문화는 일본의 다다미 방과 관련이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다다미 방에서 사용하는 다다미는 이구사 골풀로 만들었습니다. 다다미방에서 아기들이 배변을 하면 냄새와 위생에 문제가 생기므로 어려서부터 부모들은 아기를 키우면서 아기의 배변에 주의하고 신경을 많이 씁니다.
일본 사람들의 엄격한 성격이나 청결을 강조하는 심리는 아기 때 배변 훈련의 영향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특히 프로이트 심리학에서 배변기 체험이 성격에도 영향을 끼쳐서 사람들의 성품이 결정되었고, 비데 사용이 덧붙여졌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최근 일본 전력회사에서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버릴 중간 저장 시설 지을 곳을 찾고 있습니다. 일본 사람들 역시 자신이 사는 곳에 그런 시설이 지어지는 것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핵 폐기물 중간 저장 시설 조사 후보지 가운데 한 곳으로 야마구치현 가미노세키초(上関町)에서 찬성 결정이 있었습니다. 가미노세키초의 행정상 우두머리인 초장이 의회에 찬성 결정을 전하고 의회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미노세키초의 마을 사람들이 초장인 니시(西 哲夫) 씨가 의회 사무실에 보고하러 들어가는 것을 반대하는 데모를 했습니다.
일본 대부분의 신문은 가미노세키초가 핵 폐기물 중간 저장시설 설치 가능성 조사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만 보도했습니다. 마이니치 신문만이 일면에 반대 데모의 사진을 실었습니다. <요리우리신문>과 <산케이신문>은 1면에 핵 폐기물 중간 저장시설 건설을 위한 조사를 받아들였다고 싣고, 맨 뒷면에 반대 데모 사진을 실었습니다.
▲ 2023년 8월 18일 일본 도쿄의 일본 총리 관저 앞에서 사람들이 일본의 원전 폐수 해양 방류 계획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
ⓒ 신화=연합뉴스 |
참고 누리집> 일본 TBS, https://www.tbs.co.jp/ , 사메지마타임스, SAMEJIMA TIMES, https://samejimahiroshi.com/, 2023.8.19
* 첨부파일> 일본 아사히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요미우리신문, 산케이신문, 마이니치신문, 고베신문 2023.8.19. 조간과 2023.8.18. 석간 가운데 야마구치현 가미노세키초의 중간 저장 시설 후보지 조사 수용에 관련된 부분을 모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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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교토에 있는 류코쿠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우리말과 민속학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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