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휴대폰 줘"…운전하는 아내 위에 올라타 몸싸움한 남편

운전자 폭행죄…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선고

자신의 휴대전화를 몰래 들고 나갔다는 이유로 운전 중인 아내 위에 올라타 몸싸움을 벌인 남편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19일 춘천지법 형사2부(이영진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법상 운전자 폭행과 폭행치상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 25일 오전 6시20분께 강원 지역의 한 지하 주차장에서 30대 아내 B씨가 운전하는 승용차를 가로막아 멈추게 하고는 운전석으로 들어갔다.

그는 당시 운전 중이던 아내 B씨의 무릎에 올라타고는 운전대를 뺏기 위해 핸들을 이리저리 돌리고 B씨를 밀치는 등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또 지하 주차장에서 지상으로 올라간 후에는 "없어진 핸드폰을 찾겠다"며 B씨 가방을 빼앗으려고 실랑이를 벌이다 아내를 폭행했다. A씨는 같은 해 9월에는 자신의 집에서 이혼 문제로 B씨와 말다툼을 하다 화가 나 B씨의 목을 조르기도 했다.

춘천지방법원[사진출처=연합뉴스]

A씨는 자신의 운전자 폭행 혐의에 대해 "아내를 폭행하거나 자동차 핸들을 빼앗으려고 한 적이 없다"며 부인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어 A씨는 B씨 몸에 난 상처는 사건 발생 이틀 전 자해하는 B씨를 막다가 난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웠지만 이 또한 '다친 곳은 없었다'는 기록과 119구급활동일지와 일치하지 않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상황을 담은 블랙박스 영상에서 A씨가 운전석으로 들어와 B씨 위에 포개어진 상태에서 차량이 주행하는 모습이 확인되는 점 등을 근거로 A씨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운전 중인 피해자의 무릎 위에 올라타 좁은 공간에서 운전자의 몸을 압박하고 시야를 차단하는 행위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보행자나 다른 차량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성이 내재한 행위"라며 "배우자인 피해자와 다투는 과정에서 강한 힘을 행사하고 상해에 이르게 한 A씨의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양형 이유에 대해 "피해자가 피고인의 휴대전화를 몰래 가지고 나가자 이를 돌려받으려 하는 과정에서 범행이 발생한 사정, 이전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