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글로 전할 수 없는 다큐멘터리 '뎁 vs 허드'
[임병도 기자]
▲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뎁 VS 허드' |
ⓒ 넷플릭스 갈무리 |
할리우드 인기 영화배우 조니 뎁과 앰버 허드 사이의 법적 공방을 다룬 다큐멘터리 <뎁 vs 허드>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대다수 한국 언론이 '이혼 공방'이라는 말로 소개를 하길래 이혼을 다룬 법정 다큐멘터리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 다큐멘터리는 K 막장드라마보다 더 막장 같은 미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SNS(소셜미디어)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비꼰다.
다큐멘터리는 조니 뎁과 앰버 허드가 뜬금없이 할리우드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버지니아에서 '이혼'이 아닌 '명예훼손 소송'을 하는지 설명하며 시작된다.
앰버 허드는 조니 뎁과 2015년 결혼했다. 두 사람은 결혼 1년 만에 임시 접근금지 신청을 내는 등 불화를 보이다 2017년 이혼소송에 합의한다. 앰버 허드는 2018년 <워싱턴 포스트>에 "자신이 가정 폭력을 대표하는 유명인"이라는 기고문을 게재했고, 조니 뎁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5000만 달러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다.
<뎁 vs 허드>는 이혼을 다룬 것이 아니라 두 사람 간의 명예훼손 소송을 다룬 법정 다큐멘터리인 셈이다.
▲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뎁 vs 허드>에서 이혼하기 전의 조니 뎁과 앰버 후드. |
ⓒ 넷플릭스 갈무리 |
<뎁 vs 허드>는 총 3편의 시리즈로 구성돼 있다. 1화 '심판대에 오른 진실'은 명예훼손의 쟁점인 실제로 조니 뎁이 가정폭력을 행사했는지를 다룬다.
양 측의 변호사가 증인으로 출석한 조니 뎁과 앰버 허드에게 적나라한 질문을 던지는데 왜 이 다큐멘터리가 '청소년 관람불가'인지 실감한다.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두 사람이 서로 다투고 난 뒤 침대에 똥을 쌌다고 공방을 벌이는 모습이다. 상상을 해보라. 저렇게 멋있고 아름다운 영화배우들이 침대에 똥을 누가 쌌는지를 놓고 싸우다니...
두 사람의 변호사들은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를 밝혀내기 위해 조니 뎁과 앰버 허드가 했던 말과 표현을 그대로 법정에서 증언하길 강요한다. 그러다 보니 다큐멘터리에는 차마 글로 적을 수 없는 성적표현과 대화가 난무한다.
<뎁 vs 허드>를 보면 김치 싸대기에 출생의 비밀, 배다른 남매를 우려먹는 막장드라마의 원조인 한국 아침드라마는 '청소년 관람가' 수준임을 느낀다.
▲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뎁 VS 허드'에서 콘텐츠크리에이터들이 재판을 생중계하며 방송하는 모습? |
ⓒ 넷플릭스 갈무리 |
조니 뎁과 앰버 허드의 명예훼손 소송은 판사 재량으로 미국 전역에 생중계됐다. 일명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수만 명의 유튜버와 인플루언서, 틱톡커 등은 두 사람의 재판을 생중계하거나 관련 콘텐츠를 제작했다.
수천 명의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조니 뎁과 앰버 허드를 각자 자신들의 관점에서 응원하면서 여론을 형성했다. #조니뎁을위한정의(#JUSTICEFORJOHNNYDEPP)나 #앰버를위한정의(#JUSTICEFORAMBERHEARD)라는 해시태그 관련 틱톡 조회수 40억뷰가 넘었다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뎁 VS 허드' |
ⓒ 넷플릭스 갈무리 |
재판은 조니 뎁에게 유리한 판결로 끝이 난다. 앰버 허드 측 변호사는 SNS 때문에 패소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사는 판사가 배심원은 TV, 신문, 잡지, 모든 인터넷 사이트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 SNS에 뜬 그 어떤 것도 읽거나 보거나 들으면 안 된다고 했지만 그들은 분명 영향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SNS 미디어 전문가는 온라인에서는 앰버 허드보다 조니 뎁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월등히 많았고, 앰버 허드를 지지하는 영상에는 사람들이 떼로 몰려와 댓글창에 욕을 퍼붓기도 했다고 밝혔다.
재판 후 조니 뎁의 지지자들은 앰버 허드를 공격하기 위해 판사가 비공개로 지정한 문서를 펀드를 통해 구입했다. 그런데 이 문서에는 오히려 조니 뎁이 폭력을 휘둘렀다는 증거가 나왔다. 결국, 이 소송은 앰버 허드가 조니 뎁에게 100만 달러를 주기로 합의하며 끝이 난다.
다큐멘터리는 조니 뎁과 앰버 허드의 명예훼손 소송은 '여론전쟁'이었으며 "법적가치보다는 대중의 인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SNS가 지배하고 있는 대한민국도 여기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느끼면서 엠마 쿠퍼 감독이 왜 <뎁 vs허드>를 제작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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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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