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때 흘리는 땀, 더워서가 아니라면?
미술관에 있는 작품 속에서 한의학과의 연관성을 찾아봅니다.인류의 역사와 문화, 생활 안에 숨어있는 건강 정보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윤소정 기자]
땀은 사계절 어느 때나 날 수 있지만 아무래도 땀을 가장 많이 흘리는 시기는 여름이다. 땀은 99%가 물이고 그 외에는 소금이 대부분으로 묽은 소금물에 가깝다. 오줌의 성분과 거의 비슷하지만 오줌보다는 물의 비율이 높다. 그러므로 땀을 많이 흘릴 때는 수분과 함께 염분도 보충해야 한다.
땀의 역할은 체온 조절에 있다. 체온이 상승하면 교감신경을 자극하여 땀 분비가 일어나고, 땀이 증발하면서 체온이 감소하게 된다. 땀은 땀샘에서 분비되는데, 인체에는 약 200만~400만 개의 땀샘이 있다. 땀샘은 발바닥에 가장 많고 등에 가장 적다.
▲ 성하직구 김득신, 종이에 담채, 28x23.5cm, 간송미술관 소장 |
ⓒ 공유마당(CC BY) |
긍재 김득신(1754~1822)이 그린 <성하직구>이다. 성하는 '더위가 한창인 여름, 한여름', 직구는 '짚신을 만들다'는 뜻으로 이 그림은 '한여름의 짚신삼기'라고 부른다.
나이든 아버지는 짚신을 삼고 있는 아들을 바라보며 요령을 알려주고 훈수를 두는 듯하고, 어린 손자 또한 할아버지의 어깨 너머로 제 아버지가 하는 일을 보고 있다.
▲ Sweat Shop 보리스 고렐릭, 1935년경, 석판, 29.8×39.1cm, 크리스탈 브리지 미술관 |
ⓒ 위키미디어커먼스(퍼블릭 도메인) |
미국의 아칸소주 벤톤빌에 위치한 크리스탈 브리지 미술관에 있는 작품이다. 이 그림의 제목인 Sweat Shop(땀 공장)은 '노동착취공장'이라는 뜻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저임금을 주며 장시간 노동을 시키는 작업장을 말한다.
▲ Sweating sickness 에우리시우스 코르두스, 1529년 |
ⓒ 위키미디어커먼스(퍼블릭 도메인) |
에우리시우스 코르두스(1486~1535)는 독일의 의사, 식물학자, 박물학자이자 시인으로, 위 작품은 Sweating sickness(발한병)을 주제로 삼고 있다.
발한병은 1485년에서 1551년까지 영국과 유럽을 강타한 전염병으로,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병의 진행이 굉장히 빠르고 치사율도 높았는데, 즐겁게 점심 을 먹었던 사람이 저녁 식사 전에 죽었다는 기록도 있다. 병명에서 알 수 있듯이 땀을 많이 흘리고 탈진하는 증세가 있다.
한의학으로 보는 땀의 의미
땀은 사람 몸에 있는 다섯 가지 액체인 오액의 하나이다. 오액은 땀 · 콧물 · 눈물 · 군침(연액) · 느침(타액)으로, 연액과 타액(연은 묽고, 타는 잘 끊어지지 않고 끈적한 침이라는 차이가 있다. 연은 소화작용과 타는 노화와 관계되는데, 침을 함부로 뱉지 말고 삼키면 면역력이 높아지고 젊어진다는 말은 타와 관련이 깊다. 장부로 나누자면 연은 비위, 타는 신장에 속한다)은 모두 침이다.
땀은 오장 중에서 심장과 관련이 깊어 심의 액(心之液)이라고 하는데, '심장이 동하면 갑자기 땀이 나게 된다'고 한다. 한의학에서 심장은 감정을 주관하는 장부로, 긴장하거나 불안하면 손에 땀이 나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생리적인 땀이 아닌 병적인 땀 중에 대표적인 것으로는 도한을 들 수 있다. 도한은 잠잘 때 나는 땀으로, 잠잘 때에는 땀이 나다가 잠에서 깨어나면 곧 땀이 멎는 것을 의미한다. 마치 목욕한 듯이 흠뻑 젖지만 깨어나서야 비로소 아는 경우가 많다.
결핵 같은 만성병이나 심한 출혈, 열병으로 인해 몸의 음혈(陰血)이 부족해질 때 주로 생긴다. 질병이 아니더라도 심한 운동이나 노동을 했을 때, 감정적으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도 도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우리 몸에서 피나 진액(음혈), 즉 물이 부족해지면 미열이 나고 손발바닥이 달아오르며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하다. 그렇기 때문에 음혈이 부족해서 생기는 도한(자면서 땀이 날 때)은 이러한 증상들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도한에는 음혈을 보태주고 열을 내리거나 심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약을 쓰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당귀육황탕, 자음강화탕, 귀비탕 등의 처방을 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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