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내년에는 한국서 보자"…바이든 활짝 웃으며 악수로 화답 [한미일 정상회의]
“바이든 대통령님의 환대에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다음번에는 한국에서 우리 세 정상이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휴양지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ㆍ미ㆍ일 3국 정상회의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늘 우리 세 정상은 ‘새 시대를 향한 3국 간 협력’의 의지와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매년 적어도 한 차례 이상 정상 만남을 정례화하기로 한 가운데 2024년 3국 정상회의는 한국에서 개최하고 싶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알린 셈이다. 윤 대통령 옆에 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 대목에서 활짝 웃으며 윤 대통령에게 악수를 건넸다. 환영한다는 의미의 ‘화답’으로 읽혔다.
이날 캠프 데이비드에 모인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청색 계통의 캐주얼한 정장에 넥타이를 매지 않은 편안한 옷차림이었다. 미 대통령과 가족이 평소 휴식을 취하는 캠프 데이비드에서 세 정상이 노타이 차림으로 격식 없는 대화 분위기를 드러내면서 각별한 우정과 결속력을 한껏 부각하는 모습이었다.
미 수도 워싱턴 DC에서 북서쪽으로 270번 고속도로를 타고 차로 2시간 정도 달리면 도착하는 캠프 데이비드는 대통령 별장인 만큼 평소엔 호젓한 곳이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역사적인 현장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내외신 기자 200~300명과 정상회의 주최 측 스태프 등 인력이 어우러져 북새통을 이뤘다.
세 정상은 공동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이번 정상회의가 3국 협력의 새 역사를 열었다는 의미를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 우리 세 정상은 처음으로 한ㆍ미ㆍ일 단독 정상회담을 갖고 3국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이제 캠프 데이비드는 한ㆍ미ㆍ일 3국이 자유ㆍ인권ㆍ법치의 공동 가치를 바탕으로 규범 기반의 국제 질서를 증진하고 역내 안보와 번영을 위해 중심적 역할을 수행할 것을 천명한 역사적 장소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모두 발언을 하는 동안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고개를 윤 대통령 쪽으로 돌리며 발언을 경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의 단합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결의에는 누구도 필적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것은 하루, 한 주, 한 달의 일이 아니라 우리가 구축하고 있는 수십 년의 관계를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기시다 총리는 최근 미 하와이주 마우이섬에 발생한 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본 데 대한 위로와 윤 대통령 부친이 회담 사흘 전 별세한 데 대해 ‘마음으로부터 애도의 뜻’을 표한 뒤 “지금이야말로 한ㆍ미ㆍ일 전략적 협력의 잠재성을 꽃피우고 미ㆍ일 동맹과 한ㆍ미 동맹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높여가고 싶다”고 했다.
이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에 대한 3국 대응체계와 관련된 질문에 “3국 협력체계 중 가장 핵심적이고 상징적인 분야가 바로 안보협력 분야”라며 “우리 3국에 대한 어떠한 도발과 공격도 우리 3각 안보체계라는 결정체 구조를 더욱 단단하고 더욱 견고하게 만들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과 관련해 국내 일각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를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준 이유에 대한 질문에 “오염수 문제는 오늘 회의 의제가 되지는 않았다”며 “오염수가 어떠한 영향을 미친다면 태평양을 돌아 많은 국가와 국민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각국의 국민과 모든 인류의 건강, 안전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저희는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IAEA 점검 결과를 신뢰하고 있다. 다만 IAEA 점검과 계획대로 (오염수) 처리가 되는지에 대해선 일본, 한국을 포함해 국제사회의 책임 있고 투명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목에서 기시다 총리는 고개를 두세 차례 끄덕이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20분쯤 바이든 대통령이 보낸 헬기인 SH-3를 타고 캠프 데이비드에 도착했다. 이후 오후 4시 34분 캠프 데이비드를 떠날 때까지 이곳에 머무른 시간은 7시간 남짓 됐다.
윤 대통령은 오전 9시 45분 캠프 데이비드의 애스펀 로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 약 15분간 산책을 하며 첫 일정을 시작했다. 이후 두 정상은 오전 10시부터 22분간 한ㆍ미 정상회담을 가졌고, 이후 기시다 총리까지 포함된 3국 정상회의를 오전 11시 30분부터 약 65분간 로렐 로지에서 진행했다.
캠프 데이비드를 가리키는 팻말 앞에서 세 정상은 활짝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3국 정상회의가 끝난 뒤 세 정상은 애스펀 로지에서 1시간 동안 업무오찬을 함께 했고,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오후 2시부터 약 20분간 양국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양국 관계 개선 노력에 힘입어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고도화되는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ㆍ미ㆍ일 3국은 물론 한ㆍ일 간 협력을 더욱 증진해 나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날 기시다 총리의 옷깃 오른쪽에는 푸른 리본 배지가 달려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왼쪽 옷깃에는 각각 태극기와 성조기 등 자국 국기 배지가 부착된 것과 달랐다.
기시다 총리가 단 푸른 리본 배지는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의 송환을 염원하는 의미가 담겼다. ‘북조선에 납치된 일본인을 구출하기 위한 전국협의회’라는 이름의 한 일본 단체가 지원금 모금을 위해 만든 배지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5월 방한했을 때를 포함해 대부분의 공식 행사 때 이 배지를 달고 나타났다.
캠프 데이비드=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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