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극한직업?…직업으로서의 광고를 말하다
편집자주 -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저자는 히트 광고들을 다량 탄생시킨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물리학과 디자인을 전공하고, 음악방송 연출 등 다채로운 경력을 바탕으로 여러 타깃대를 공략한 화제의 광고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저자는 카피라이터, 아트디렉터, 촬영감독 등 광고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꽤 많지만, 그 일들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한다. 광고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은 사람들, 광고업계에 왔으나 현업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광고일에 호기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광고인들의 희로애락을 유머러스한 글과 그림으로 전한다.
AP(Account Planner)는 ‘전략’을 담당합니다. 대행사별로 AP가 따로 분리되어 있는 조직도 있고 AE가 AP의 역할을 같이 하는 조직도 있습니다. (제일기획은 AP와 AE가 분리되어 있습니다.) AP는 트렌드를 분석하고 광고주의 니즈를 파악해 저 깊은 곳에서 뭔가를 찾아내는 일을 합니다. 경쟁 PT나 애뉴얼 PT(Annual Presentation: 해당 브랜드의 연간 전략과 광고물을 제안하는 PT)에 초대됩니다. 첫 단추를 어디에 끼울지 정한다고나 할까요? 어디서 시작해서 어떻게 어디까지 풀어나갈지에 대한 시작점을 정하는 일이라 굉장히 중요하고 어렵습니다. 너무 넓어도 너무 좁아도 안 되는 그 아주 좁은 틈새를, 광고주도 모르는 ‘그것’을 찾는 일을 하는 겁니다. 명석한 두뇌가 필수죠. 왜인지 모르겠지만 빡빡머리가 많고 술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왜일까요? 26~27쪽
Q6: 광고인의 한 명으로서 마음 아픈 질문이지만 광고는 사양 산업일까요? 이 업계에 오고 싶어 하는 취준생에게 팁이랄까 뭐 그런 걸 주신다면요? A6: 단언컨데 광고는 사양 산업이 아닙니다. 형태와 도구가 바뀌는 것뿐이죠. 보다 치밀해지고 데이터화 되는 것에 기존의 광고인들은 엄청난 부담감과 상실감을 느낍니다. 모든 것들이 수치화된다면 수치화되기 어려운 크리에이티브의 영역이 점차 축소될 것이라는 불안감도 있습니다. 브랜딩이라는 숭고함을 믿지 않는 시대에 우리 광고인들은 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역시 기존 광고인의 시각입니다. 미디어는 한없이 손 벌리고 있고 이를 채워야 하는 수많은 상업 콘텐츠들이 필요합니다. 마케팅 비용 내에서 광고비가 줄 수는 있겠지만, 마케팅의 어느 활동과 광고를 구별 지어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광고라는 말의 의미를 좀 더 넓게 펼친다면 광고 산업은 사양 산업이 아닙니다. 광고인이 아티스트는 아니지만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스페셜리스트인 것은 분명합니다. 직장인이지만 장인 같은 느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세상에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 중 맨 앞 줄에 있는 것이 광고입니다. 42~43쪽
드디어 대망의 시사 타임입니다. 시사는 보통 실무 시사, 임원 시사, 대표 시사, 이렇게 세 번 정도 합니다. 살 떨리는 시간이죠. 그동안 고생했던 시간들이 걸려 있는 자리입니다. 1. 실무 시사: 요즘 실무 시사는 보통 편집실에서 많이 합니다. 색 보정도 안 되고 녹음도 안 되어 있는 버전이긴 하지만 빠른 판단과 진행을 위해 라이트하게 진행되곤 합니다. 여기서 그림 별로 카피 별로 나눠서 시사의 버전이 정해지고, 임원분들의 예상 질문과 대응에대한 논의가 이루어집니다. 2. 임원 시사: 임원 시사는 후반 작업과 녹음까지 마치고 진행됩니다. 대부분 광고주 쪽에 가서 진행합니다. 요즘은 사무실마다 대형 TV들이 있어 노트북에 데이터를 담아서 가곤 하는데 필요한 경우는 시사 장비를 다 챙겨서 가기도 하죠. 시사가 잘 끝나면 각 매체사에 데이터를 보내고 집에 가서 발 뻗고 온에어를 기다리면 됩니다. 이렇게 한 프로젝트가 마무리 되는 거죠. 61~62쪽
이것이 광고인이다 | 임태진 지음 | 한겨레출판사 | 308쪽 | 1만8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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