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따라 신출귀몰…볼거리 가득한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은 연기와 노래가 어우러진 종합예술이다. 선율에 얹힌 목소리에 매력적인 배우들의 연기는 관객의 눈과 귀를 자극하며 다채로운 감동을 선사한다. 귀에 꽂히는 가사 전달로 스토리를 안정적으로 끌어가면서도 노래 자체가 지닌 맛을 유지하는 것이 생명. 작품성으로 대변되는 그 균형을 잘 유지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관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부산 공연에 이어 7월21일부터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펼쳐지는 공연에서는 최재림 배우가 오페라의 유령 역에 합류해 연기의 풍성함을 더하고 있다.
‘오페라의 유령’의 넘버는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강렬한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인상적인 넘버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은 관객이 기대하는 작품 수용의 범위를 퍼져나가는 음파의 범위만큼 확장하기에 충분하다. 오페라의 유령을 둘러싼 공포, 호기심, 천재적 음악성 등의 감정을 음정에 담아 묘파한다. 맛깔나게 차려진 음정의 식탁 위에 배우들이 펼치는 열연은 뮤지컬의 참맛을 선사한다. 2001년, 2009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 진행하는 한국어 프로덕션은 색다른 몰입감을 선사한다.
공연은 입체적 음향 활용이 인상적이다. 복잡한 구조의 오페라 극장을 배경으로 베일에 싸인 유령의 목소리를 전하는 만큼, 공연장 좌, 우, 중앙 곳곳을 오가며 예측 불가하게 터져 나오는 사운드는 관객들의 청각을 신선하게 자극한다. 마치 실제 오페라의 유령이 공연장 천장을 오가며 괴기스러운 웃음을 내지르는 듯한 섬뜩한 감정이 전해진다.
예측 불가한 유령의 면모는 시각적으로도 잘 드러난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등장해, 의외의 장소로 사라지는 유령을 찾는 것도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무대로 떨어지는 아찔함을 연출하는, 이미 공연의 상징적 소품으로 자리한 천장의 샹들리에 주변에 배치된 거대한 조형물들 사이에서 갑자기 등장하는가 하면, 앉아 있던 자리에 가면만 남기고 홀연히 사라지기도 한다. 실제 불꽃을 활용해 화려한 눈속임을 연출하기도 한다.
1986년 런던, 1988년 미국에서 초연 후 35년이 넘도록 공연을 이어오면서 지난 1월에는 ‘브로드웨이 최장기 공연’ 기네스북 기록을 세우기도 한 ‘오페라의 유령’. 오페라 극장 내 베일 쌓인 광기의 음악 천재 ‘유령’과 그의 도움으로 주연의 자리에 오르는 신인 가수 ‘크리스틴’, 그런 그녀를 사랑해 유령으로부터 그녀를 지켜내려는 귀족 청년 ‘라울’이 벌이는 사랑 이야기는 그간 수많은 배우들에 의해 무대에 올랐고, 그때마다 배우 저마다의 색깔로 새롭게 채색됐다.
서울 공연부터 합류한 최재림 특유의 시원하게 내지르는 고음은 공연장의 허공을 쩌렁쩌렁한 진동으로 메워낸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즈음인 25살 당시 ‘오페라의 유령’ 첫 오디션에서 고배를 마신 경험을 지녔다고 밝힌 최재림은 “(그 시간만큼) 사고의 깊이가 깊어졌다. 이전에 멋있고 힘 있게만 표현했다면, 지금은 내면의 감정을 어떻게 더 풍부하게 담아낼까 고민한다”며 “(가면에 얼굴 절반이 가려) 표정이 안 보이지만, 그 사이로 명령, 애원, 고백, 분노 등의 감정을 어떻게 전달할지 목소리 톤을 많이 고민했다. 공연에 끌려들어 오듯 관객의 심장을 빨리 뛰게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크리스틴’ 역을 맡은 송은혜의 매력도 작품과 잘 어우러진다. 매섭게 몰아치는 유령의 거친 면을 보드랍게 덮어내는 애잔하고 감미로운 목소리를 선사한다. 연기력과 가창력도 합격점. 그는 지난해 뮤지컬 ‘엘리자벳’으로 데뷔한 이후 두 번째 작품 만에 주인공 자리에 올랐다.
‘오페라의 유령’ 커튼콜은 단백하다. 다채로운 퍼포먼스로 화려하게 끝맺는 여타 최근 뮤지컬과 달리 세 번의 막이 오르내리는 동안 특별한 추가 이벤트를 벌이지는 않는다. 공연의 여운 위에 진심 어린 감사를 담아 관객을 배웅한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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