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감세·철학 부재' 세법개정안 반대" 민주당·정의당 자체 개정안 내놓는다

이현주 2023. 8. 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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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세제 선진화·공평 과세 노력 보이지 않아"
정의당 "조세 투명성 및 형평성 강화 주안점"
올해도 법정 시한 넘길 듯…세법개정안 처리 난항 예고

역대급 '세수 펑크'가 우려되는 가운데 정부가 최근 발표한 세법개정안은 '부자감세', 부의 되물림'이란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법인세율이나 종합부동산세 등 대형 세제 개편 이슈는 빠졌지만, 여전히 감세 기조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이를 비판하며 세법개정안의 개정안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은 국회를 최종 통과해야 입법이 가능하기 때문에 양당 개정안이 반영될 여지가 있다. 내년 선거까지 앞두고 있어 세법개정안을 통해 표심에 소구하려는 여야가 충돌하면, 어느 때 보다도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달 '2023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결혼자금에 대한 증여세 공제 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최대 3억원(부모 각각 1억5000만원씩)으로 확대하는 안이다. ‘K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상콘텐츠 제작비에 대한 세액공제율도 최대 30%까지 높이는 한편, 바이오의약품 산업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시설투자분의 25~35%, 연구·개발(R&D) 지출의 30~50%를 각각 세금에서 감면해주기로 했다. 저소득 가정의 양육을 지원하는 자녀장려금(CTC) 연소득 기준도 현행 4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상향조정돼 수혜대상이 확대된다.

9일 오전 서울 정부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민주당은 이번 세법개정안을 '초부자 감세'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직접 세법개정안과 예산안을 제시하겠다며 여권을 압박했다. 이용섭 민주당 조세재정개혁특위원장은 19일 통화에서 "정부의 내년도 세법개정안은 세제 개편으로 보기 어려운 단순 보완 수준으로 철학과 특색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금년도 국세수입이 예산보다 70조원 이상 감소될 것으로 전망되는데도 세입 기반 확충 노력이 보이지 않고, 사회 양극화를 완화하기 보다는 심화시키는 세법 같다"면서 "그간 정부가 세법개정안에 반영하기로 했던 상속세의 유산취득형 과세로의 전환도 무산되는 등 세제 선진화나 공평 과세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저부담 저복지의 작은 국가모델을 지향하는데, 이는 후진국 모델로서 잘못 가는 것"이라며 "선진국 중에서 저부담 저복지 모델에 속하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처럼 세금도 줄이고 재정 지출도 줄여서 재정건전성을 지키려는 축소 지향적 균형 예산은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리고, 사회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이라며 "'적정 부담 적정 복지'를 바탕으로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도 정부 세법개정안에 대응하기 위한 개정안 논의 절차에 돌입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부자감세 철회와 자산 과세 확대 등 기후위기 및 불평등 대응 등 조세 투명성 및 형평성 강화를 주안점에 두고 지난 총선 및 대선 공약을 기반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이용섭 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소득세·종부세·조세특례제한법 감세로 5년간 82조원 감면, 올해는 반도체 대기업 투자세액공제 4년간 11조원 감면, 정부 직권으로 감행한 유류세 인하 연장과 공정시장 가액비율 조정, 그리고 이번 세법개정안까지 윤석열정부 임기 5년간의 감세 규모는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장 의원은 현행 5000만원인 신혼부부 증여세 면제 금액을 최대 3억원까지 확대하는 세제개편안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장 의원은 지난해 결혼한 30대가 부모로부터 결혼비용을 지원받고 증여세를 냈다면 최소 상위 14%에 해당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장 의원은 "올해 세법개정안은 ‘총선용 감세 패키지’로 요약 가능하다"며 "꼼꼼하게 100여 항목에 달하는 다양한 영역에서 세금을 깎아줘서 생색을 내려 한 기색이 역력하다. 부자와 기업을 집중적으로 챙기면서 부의 대물림을 지원하는 기조는 변함이 없다"고 비판했다.

세법개정안은 법정 시한을 지켜 통과된 적이 거의 없다. 지난해에도 세법개정안 논의는 공회전을 계속하다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돼 겨우 통과됐다. 당시 여야가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을 놓고 줄다리기를 계속하다 여야 정책위의장과 예결위 간사가 구성한 '2+2 협의체'로 넘어갔다. 사실상 '깜깜이' 법안 심사가 반복됐다는 지적이 터져나왔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여야는 지난해 12월 22일 예산안과 예산 부수 법안을 한꺼번에 합의했고, 이들 법안은 본회의에서 일괄 처리됐다. 여야 간 밀실 협의로 진행된 만큼 법안이 여야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논란에 직면했다. 이는 법인세율을 1%포인트 인하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 표결 결과에서도 증명됐다. 반대표 37표가 나왔고, 기권표도 34표나 됐다.

올해는 민주당과 정의당이 세법개정안을 새롭게 내놓겠다고 공언한 상태여서 정부안 그대로 통과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민주당이 반대 기조를 급격히 선회하긴 했지만, 내년도 총선이 걸려 있는 만큼 민주당은 세법개정안에 사활을 걸 가능성이 있다. 특히 올해 역대급 '세수 펑크'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감세 기조를 유지하면서 '부자감세'라는 여론의 프레임을 피해가지 못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8월호'에 따르면 상반기 총 수입은 296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조1000억원 감소했다. 국세수입은 전년 보다 39조7000억원 덜 걷혔는데, 법인세가 16조8000억원, 부동산 거래 감소 등으로 소득세가 11조6000억원 줄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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